등록날짜 [ 2011-09-21 11:05:13 ]
‘참회(懺悔)’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는 ‘죄를 뉘우쳐 하나님에게 고백하는 일’로 기독교 용어처럼 설명하지만 사실은 불교에서 온 것이다. 산스크리트어 ‘과거의 죄악을 깨달아 뉘우치거나 부처에게 고백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기독교 내에서도 불교 용어를 심심찮게 사용한다. 기독교인은 불교 용어 사용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도 삼매경에 빠졌다’는 말도 사실은 어색하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음 상태를 일컫는 삼매경(三昧境)은 하나의 주제에 집중,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가리키는 말로 불교 핵심 용어다. 야단법석, 이판사판, 아비규환 등도 우리말로 널리 쓰이기는 하나, 모두 불교에서 유래한 말들이다. 사용해서는 안 된다기보다는 충분히 자제할 필요가 있는 단어들임은 분명하다. <편집실>
■용어 정리
*각오(覺悟): 마음의 준비, 번뇌에서 벗어나 불교의 도리를 깨달음이라는 불교 용어에서 온 말.
*건달(乾達): 빈둥빈둥 놀거나 게으름을 부리는 사람, 음악의 신 간다르바(Gandharva)가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오직 향기만 맡고 허공을 날아다니며 노래만 즐기는 특징에서 온 말. 베다에서는 술의 신 소마의 수호자로 나옴.
*나락(奈落): 지옥을 뜻하는 불교 용어
*늦깎이: 나이가 많이 들어서 승려가 된 사람.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서 어떤 일을 시작한 사람’, ‘남보다 늦게 사리를 깨치는 일 또는 그런 사람’, ‘과일이나 채소 따위가 늦게 익은 것’으로 의미가 확대되었다.
*대중(大衆): 신분의 구별이 없이 한 사회 대다수를 이루는 무리, 사부대중의 준말로 사부는 재가불자인 남자와 여자, 출가한 남자 승려와 여자 승려를 말한다.
*뒷바라지: 이 말은 수고스럽고 자잘한 일들을 도와준다는 뜻으로 흔히 쓰이지만, 바라지란 원래 절에서 재를 지낼 때 법주승 곁이나 뒤에서 경을 읽고 목탁을 치면서 법주승을 도와주는 또 다른 승려를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뒷바라지란 법주승을 뒤에서 돕는다는 의미의 불교 용어다.
*무진장(無盡藏): 끝이 없을 정도로 많다는 뜻. 덕이 넓어 끝이 없다는 불교 용어에서 온 말.
*명복(冥福): 죽은 후에 저승에서 받는 복, 또는 저승에서 복을 받도록 기원하는 불교 의식. 죽은 사람에게 하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말은 결국 불교 신자나 할 소리다.
*방편(方便): 부처나 보살이 중생을 제도하고자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묘한 방법.
*사자후(獅子吼): 부처의 위엄 있는 설법을, 사자의 울부짖음에 모든 짐승이 두려워하여 굴복하는 것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일반인들은 사자의 우렁찬 울부짖음이란 뜻으로, 크게 부르짖어 열변을 토하는 연설을 말한다.
*색즉시공(色卽是空): 색이란 중생의 구성요소인 오온(五蘊) 가운데 하나. 빛깔이나 모양이 있는 것, 특히 육체를 가리킨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물질은 모두 인연 생기하고 변하는 것[유전(流轉)]으로 그 본성은 실체가 없다는 말. 『반야심경』 등에서 말하는 내용으로 불교 근본이 되는 교리다.
*아비규환(阿鼻叫喚): 불교에서 말하는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을 뜻하는 말로, 계속되는 심한 고통으로 울부짖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아수라장: 싸움이나 그 밖의 다른 일로 큰 혼란에 빠진 곳 또는 그런 상태, 산스크리트어 ‘Asura’라는 말에서 온 말. 주로 아수라(阿修羅)로 한역하고 싸우기 좋아하는 귀신, 무서운 귀신을 뜻함.
*야단법석(野壇法席): 야외에서 단을 설치하고 설법을 베푸는 자리라는 불교 용어에서 온 말. 많은 사람이 모여 떠들썩하고 부산스럽게 구는 것으로 뜻이 바뀌었음. 야단(野壇)이 야단(惹端)으로 바뀌고 법석(法席)은 사라진 뿌리가 없는 이상한 말이 되었음. 불교가 탄압을 받았을 때나 반불교의 정서가 강할 때 이죽거리며 만들어진 말로 추정함.
*이심전심(以心傳心): 석가와 제자 가섭이 마음으로 마음에 전한다는 뜻으로, ①말로써 설명(說明)할 수 없는 심오(深奧)한 뜻은 마음으로 깨닫는 수밖에 없다는 말 ②마음과 마음이 통(通)하고, 말을 하지 않아도 의사가 전달된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판사판(理判事判): 불교의 화엄경에서 나온 말인데 인간사의 범주를 이(理)와 사(事)로 판단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이(理)는 본체의 세계고, 사(事)는 현상의 세계라는 뜻이다. 이와 사의 세계에서 합당하면 더는 생각할 필요 없이 밀어붙인다는 뜻에서 ‘이판사판’이라는 말이 생겼다. 절에서 공부와는 담을 쌓고 절의 재산이나 관리하는 승려들을 사판승이라 하고, 공부만 하는 승려들을 이판승이라 하는데, 이판과 사판의 의견이 일치하면 볼 것 없이 일을 진행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참회(懺悔): 불교에서 유독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참회의 참(懺)은 범어 참마(懺摩)의 약어고, 회(悔)는 중국어 회과(悔過)의 약어다. 원래 범어 참마를 중국 사람들이 회과라 번역하였는데, 범어의 참(懺)과 중국어 회(悔)를 떼어서 참회라 했으므로 범어와 중국어의 합성어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불교 이전 시대나 동시대 브라만교에서 주장하듯, 인간이 겪는 길흉화복의 운명은 오직 하늘에 달렸고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고 한 일반적인 사조에 반기를 들고, 인간의 운명은 인간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석가의 자각을 표현한 것으로 본다.
*횡설수설(橫說竪說): 국어사전에는 ‘조리가 없는 말’로 풀이하지만, 불교에서는 ‘석가의 설법’을 뜻하는 말이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5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