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지향’고려 뿐 아니라 종교사학 건학이념 말살 의도 담겨
학생 집회 활동 장려, 청소년 시기에 바른 판단 가능할지 의문

<사진설명> 바른교육전국연합 등 단체들이 지난 9월 19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현재 ‘성적 지향’, ‘종교편향’ 등 항목이 담긴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이 서울시의회에 제출돼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주민발의안은 오는 12월 16일 교육위원회 심의를 시작으로 조례안 제정절차를 밟을 예정이어서 계속적인 감시활동이 요청된다. 시의회 의사일정안을 따르면 10일 개막하는 제235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마지막 날인 12월 19일 조례안 등을 심의 의결하게 돼 있다.

학생인권조례안 내용은 결국 종교 탄압
주민발의안에는, 지난 2007년 차별금지법안에 차별금지 항목으로 들어갔다 국민의 반대로 삭제한 바 있는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동성애와 트랜스젠더 등을 양성할 뿐 아니라, 아직 성 정체성을 완전히 확립하지 못한 학생들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방해할 수 있어 학부모를 비롯한 많은 이가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이같은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개인 정보’라며 본인 동의 없이 보호자, 즉 부모에게도 알릴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생 안전상 긴급성을 요하는 경우’에도 본인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라는 항목도 있다. 성 정체성을 마치 ‘생명’과 비슷한 가치로 격상한 느낌이다. 주로 동성애자를 뜻하는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 해소에 필요한 인권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어 ‘과도하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종교의 자유’ 항목에서는 사실상 종교사학들의 건학이념 말살 의도를 내비치고 있어 기독교 박해 의도가 의심된다. 2006년 교육통계연보 초.중.고교 종교사학 비율을 따르면 종교사학 중 70%가 기독교 계열이기 때문이다.

주민발의안은 △학생에게 예배나 법회 등 종교적 행사에 참여하거나 기도나 참선 등 종교적 행위를 강요하는 행위 △학생의 종교 선전을 제한하는 행위 △특정 종교를 비방하거나 선전하여 학생에게 종교적 편견을 일으키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교내 행사를 외부 종교시설에서 개최하는 행위 △종교와 무관한 과목 시간 중 특정 종교를 반복적·장시간 언급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여기에 종교 행위는 제한하는 대신, 정치·결사 행위는 장려하고 있다. 주민발의안은 학생들에게 학교 안팎에서 집회를 열거나 참여할 권리를 보장했으며, 모임이나 단체 활동이나 정치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민발의안 작성 참여 그룹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을 비롯,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노조세력들과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등 동성애 관련 단체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불교 계열의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주민발의안이 서명자가 절반에 불과해 상정조차 하지 못할 위기에 빠지자 불교 기관을 대거 동원해 서명을 받아냈다. 주민발의안 청구 대표자는 한겨레 기획위원 출신이며 최근 진보신당 대표에 단독 출마한 홍세화 씨로, ‘주민’보다는 ‘정치인’에 가깝다.

이에 대해 학부모와 학교 현장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박범덕 서울중등교장협의회장은 “집회 허용도 모자라 학교에서 동성애까지 허용하는 건 너무 앞서가는 일”이라며 “보통 학생들도 다른 생각을 갖게 해 동성애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좋은학교만들기 학부모모임, 자율교육학부모연대 등 보수성향 6개 학부모 단체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 재검토를 촉구하는 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은 지난 10월 28일 “서울시교육청은 ‘동성애 옹호’ 학생인권조례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에서도 논란이 되는 동성애를 학교에서 허용하면 사춘기를 겪으면서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동성애, 양성애 성 취향을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각한 부작용 부를 수 있어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권고하고 있지만 동성애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 금기(禁忌)에 가깝다. 사회에서도 정리되지 않은 사안을 학교에서 먼저 성급하게 허용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해 사교육이 범람하고 학부모들은 교육비 때문에 행복권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청이 심혈을 기울여야 할 최우선 과제는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고 정상화하는 일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인권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좋지만 초중고교생이 아직 자기 책임 아래 모든 판단을 할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초인 선거권을 19세 미만에게는 부여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초기에 ‘오빠(동방신기)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죽으면 어떡하느냐’며 시위장에 몰려든 것도 학생들의 판단력 수준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생활지도정책자문위원회 수정안에서는 ‘학생 인권은 교육 목적상 필요한 경우 학생이 제정.개정에 참여한 학칙 등 학교 규정으로 제한할 수 있다’(3조 3항)는 조항이 삭제됐다. 집회 허용, 두발.복장 자율화, 동성애 허용 등이 부작용을 초래할 경우 학교 측이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없애 버린 것이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는 “청소년기에는 좋아하는 감정과 사랑하는 감정의 구분이 애매할 수 있다”며 “인권 조례에 동성애 조항까지 넣으면 오히려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6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