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12-20 17:04:32 ]
불교예산액 개신교에 비해 약 40배 이르러
다종교 사회에서 공공성과 형평성 고려해야
내년 정부 예산에서 종교관련 국고보조금이 특정종교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어 한국 교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종교관련 내년 예산은 총 656억 원이고, 이중 불교 263억, 유교 70억, 원불교 56억, 천주교 43억, 개신교 6.9억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종교에 많은 예산을 배정했음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이는 최근 서울신학대학교 산하 공공정책포럼(대표 박명수 교수) 문화담당 백종구 교수(서울기독대)가 문화체육관광부의 내년 종교관련 예산안을 검토, 분석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정부는 내년 종교관련 예산 중 ▲전통사찰방재시스템 구축에 100억 ▲종교문화시설 건립에 160억 ▲전통종교문화유산 보전에 120억 ▲전통문화체험지원에 226억 ▲종교화합과 교류지원에 50억 ▲종교문화활동에 56.7억을 각각 투입한다.
이 중 불교 관련 예산이 전체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템플스테이(절 체험) 시설과 운영사찰에 지원하고 템플스테이 홍보와 교육, 사찰 음식 관광자원화 등에도 사용한다.
반면, 기독교 관련 예산은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사전 준비행사에 들어갈 3억 원 등 정부가 ‘종교화합과 교류지원’ 분야에 쓰는 6.9억 원이 전부다. 기독교와 천주교 공동사업에 들어갈 4.5억 원을 합해도 11.4억 원에 불과하다. 불교와 비교하면 약 20분의 1 수준이다.
또 정부는 2013년 WCC 총회에 8.7억 원을 투입할 예정으로 이 중 3억 원을 내년 총회 준비사업에 미리 사용한다. 불교도 내년 세계불교도우회(WFB)를 한국에서 개최하는데 정부는 여기에 10억 원을 지원한다.
특히 예산안 중 ‘종교문화시설 건립’ 분야는 올해 예산(21억)보다 무려 약 662%나 증가했다. 이 안은 민족문화의 보전 및 전승, 그리고 국민의 정신 건강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내년 천태종 전통 명상수련센터를 비롯해 원불교 국제마음훈련원과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 공원 등 건립에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한 종교별 건수를 보면 천주교 4건(35.5억), 유교 2건(30억), 불교 2건(20억), 원불교 1건(54억), 민족종교협의회 1건(10억), 다종교 사업 1건(10억) 등이다. 이에 반해 기독교만을 위해 사용할 예산은 없다.
공공정책 포럼 박명수 대표는 “우리나라와 같은 다종교사회에서 정부가 국고를 보조할 때 공공성과 형평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의 내년도 종교관련 예산안은 종교 편향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윤희구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도 “정부는 종교활동을 지원하되 다수 종교가 자유롭게, 공정하게 경쟁하면서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걸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독교가 종교시설 건립 예산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은 한국교회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기독대 백종구 교수는 “한국교회가 종교문화 사업을 다양하게 계발하면 관련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못했다”며 “한국교회가 분발해서 우리 사회가 공감할 시설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백 교수는 내년이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라는 점에서 정치와 종교의 유착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국고보조금 신청 과제 선별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는 종교 표밭을 다지기 위해, 종교는 자신에 유리한 정책을 끌어내기 위해 움직일 수 있다”며 “정치권은 특정종교에 ‘묻지마식’ 지원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통문화 보존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 근현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기독교에 대한 유적지 개발도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초대교회 유적에 관한 계발이 여러 이유로 미루어 지고 있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는 종교활동을 지원하되 다수의 종교들이 자유롭게 그리고 공정하게 경쟁하면서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서로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사진설명) 우리나라 최초 침례교회인 옛 강경침례교회. 현재 침례교 사적지로 지정됐으나 아직 복원과 유지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7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