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2-02-08 13:27:18 ]
서번트 리더십의 여섯 가지 핵심 키워드는
결국 예수처럼 타인을 나만큼 사랑하는 것
로버트 그린리프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섬김의 지도력)을 설명하는 6가지 키워드로 경청(敬聽), 공감(共感), 관리, 성장 견인, 치유, 공동체를 제시했다. 이때 각각 단어를 통상의 의미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관계 기술인 리더십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먼저 경청과 공감은 나와 관계를 맺는 다른 사람에 대한 진정어린 태도를 말하는데, 그 근본은 상대에 대한 존중에 있다. 내가 관리하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그 사람 자체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경청하거나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청이란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수용하는 자세로, 경청하려면 상대의 감정과 그의 필요를 헤아리는 높은 차원의 이해심, 즉 공감이 있어야 한다. 서번트 리더십이 유행하자 각 기업에서도 이벤트 차원에서 상사가 부하의 생일을 챙겨주고 선물을 하거나 가끔 세족식 같은 행사를 하기도 하는데 존중이 없다면 서번트 리더십과 아무 관련이 없다.
온갖 문제를 가지고 천대받던 자들이 예수를 찾아왔을 때 예수는 진심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아파하며 문제를 해결해주셨다.
예를 들어 어린 자녀를 만져주시기를 바라고 사람들이 자녀를 데려오자 제자들은 꾸짖었지만, 예수는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했기 때문에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안고 축복해주었다.
이것은 예수가 얼마나 진실하게 상대의 마음에 공감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오늘날 누구나 소통(疏通)을 말하면서도 서로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존중 없이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관리와 성장 견인은 자신이 맡은 사람들을 키우고 훈련(訓練)하는 것으로 서번트 리더십에서 강조하는 실천 지침이다. 교회가 성장하고 내실을 기하려면 소수만 일하는, 리더와 방관자들의 구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성장 견인은 리더가 책임진 사람들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의 궁극적 목표는 모두를 리더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또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내가 양육하는 사람의 소질과 잠재력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리더가 가진 자원을 아낌없이 분배하고 권한을 부여하여 사람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관리의 내용이다.
예수는 평생 어부 일밖에 모르는 제자들을 데려와 리더로 훈련(訓練)했다. 누가 갈릴리 바다에서 그물질이나 하는 촌사람들이 후에 예수의 복음을 담대히 전하고 초대 교회의 엄청난 사역을 감당하는 사도가 되리라고 예상했겠는가? 흙덩이 속에 감춰진 보물을 캐내려는 마음, 그것이 바로 서번트 리더십 정신이다.
준비된 인재들을 데리고 일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만, 아직 믿음도 없으며 아무런 능력과 준비도 없어 보이는 이들을 데려다 속에 감춰진 겨자씨 같은 가능성을 끌어내 키우는 것은 진정한 섬김의 리더가 아니면 할 수 없다. 예수는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막2:17) 하시며 사람을 변화시킬 것을 강조했다. 세리와 죄인을 데려다 제자로 키우는 것이 바로 서번트 리더십에서 강조하는 섬김의 본질이다.
마지막으로 서번트 리더십의 최종 목표는 공동체 형성에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 바로 치유다. 치유는 아직 충분히 훈련받지 못한 사람들이 일할 때 겪는 여러 어려움과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하고 개선할 수 있게 도와주는 리더의 사명이다.
아직 신앙적으로 미숙한 새신자나 처음으로 직분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사람들과 관계에서 그리고 교회 일속에서 많은 문제에 부딪히면서 때로는 시험에 빠지거나 교회를 벗어나려고 한다. 이럴 때 섬김의 리더는 이들 곁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게 도와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마치 독수리 어미가 새끼를 훈련하는 것처럼 본인이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시행착오를 극복할 수 있게 뒤에서 받쳐주는 후견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서로 신뢰하고 함께 일하는 진정한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이다.
전설적인 경영자 윌리엄 맥 나이트는 회사가 성장하려면 종업원들이 자발성을 발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리더의 포용력과 배려가 절대적임을 강조했다. 예수는 비록 제자들이 풍랑이 칠 때 두려워 떨고, 귀신을 쫓아내려다 실패하며, 최후에는 자신을 부인하고 도망쳤지만, 그 제자들의 약함을 끌어안으셨다.
엠마오 길에서 슬픔과 절망에 빠진 제자들과 동행하고 말씀을 들려주고 함께 식사하며 새 힘을 준 예수의 모습은 참된 리더의 자세를 잘 보여주신다. 예수를 만난 후 이들은 용기를 얻어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다른 사도들과 더불어 교회 공동체를 재건한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서번트 리더십의 여섯 키워드는 예수 자신이 본을 보인 제자훈련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다. 이론가들의 견해를 따르면, 서번트 리더십의 본질은 결국 사랑이다. 이때 사랑은 타인을 향한 감정이 아니라 행동을 말한다. 서번트 리더십의 본질은 바로 다른 사람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고 섬기며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2012년에는 내가 맡은 지체를 주님처럼 섬기며 함께 마가의 다락방을 구현해 보자. <끝>
위 글은 교회신문 <27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