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탈북자 강제 북송 저지에 미 의회가 나서다

등록날짜 [ 2012-03-13 16:51:42 ]

한국 국회는 자당의 이익만 따지며 소극적 대처
학생인권보다 생사 문제인 북한인권에 더 관심을

미국 의회가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에 대해 먼저 나섰다. 미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지난 3월 5일 오후(현지시각) 의사당 내 레이번빌딩에서 ‘중국의 탈북자 강제 송환 청문회’를 열었다. 이를 주관한 크리스 스미스 하원 외교위원회 인권소위 위원장은 “미국은 중국에 물건 하나 더 팔려고 고민할 게 아니라 중국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나서야 한다”며 탈북자 북송 저지에 미국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스미스 위원장은 “의회 차원에서 탈북자 강제 송환과 관련한 후속 청문회, 결의안을 추진해 계속 관심을 환기하겠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은 자신들이 가입한 난민조약 등을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을 돌려보내 처형이나 죽음으로 몰고 가는 잔인한 정책을 즉각 중지하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는 “미 국무부에는 대북 식량지원을 탈북자 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쓰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청문회에서는 과거 4차례나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북송된 경험이 있는 탈북자 모녀 한송화, 조진혜 씨가 출석해 탈북 과정에서 겪은 고초를 생생히 증언했다.

한 씨는 “북한으로 송환돼 끌려간 수용소에서는 새벽 5시부터 밤늦게까지 노동을 해야 한다”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일자리에서 돌아온 우리가 배급받는 것은 옥수수와 쌀이 섞인 주먹밥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밤 11시까지 자아비판을 한 뒤 우리는 서로 옷과 몸에 붙어 있는 벼룩과 이를 잡고 몇 시간 눈을 붙인 뒤 다시 끌려나갔다”고 말했다.

딸 조 씨는 “보위부 요원들이 탈북자들이 숨긴 돈을 찾는다면서 여성들의 항문, 자궁 등을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수색하기도 한다”면서 “한번은 16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가 이 때문에 자궁출혈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도 갖가지 고문으로 정신을 잃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하면서 당시 악몽이 떠오르는 듯 몸서리를 치기도 했다.

이들 모녀는 이날 증언을 끝내며 미국과 국제사회가 탈북자들의 ‘생존’을 위해 나설 것을 간절하게 호소했다.


<사진설명> 지난 3월 5일(현지 시각) 미국 의회에서 열린 ‘중국 탈북자 강제 송환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탈북자 조진혜(맨 오른쪽) 씨와 그의 모친 한송화(왼쪽에서 둘째) 씨가 “북한으로 넘어가면 개만도 못한 취급을 당한다”고 증언하고 있다. 맨 왼쪽은 수전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지금이 북한 참상 알릴 때
종로구 효자동 중국대사관 길 건너편에는 “Save My Friend!(우리 친구들은 구해주세요!)”를 외치며 탈북자 북송 반대를 염원하는 집회가 연일 열리고 있다. 단식 끝에 쓰러진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의 뒤를 이어 국회의원과 지식인들이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다. 중국 땅을 유리걸식하다 중국 공안에게 잡히면 북으로 강제 송환되어 처참한 최후를 맞는 탈북자들의 참상을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일반 시민의 관심을 이끌어 낸 적은 없었다.

분위기가 이러다 보니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중국 양제츠 외교부장에게 탈북자 강제 북송 중지를 요청했다. 그동안 북한의 인권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민주통합당도 탈북자 북송 반대 결의안에 서명했으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 시위현장을 방문하는 등 외관상으론 여야 또는 보수·진보를 떠나 탈북자 문제만큼은 인권적 측면에서 뜻을 같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실상은 다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에 ‘탈북자 대책 특위’를 구성해 한 달여 집중적인 탈북자 청문회를 열자고 제의했으나, 민주당은 “결의안이 통과됐으면 된 것 아니냐”는 냉담한 반응이다.

박선영 의원이 실신한 지난 3월 2일 인터넷에는 정치 쇼를 한다며 그를 조롱하는 악플이 적잖이 달렸다. 탈북자 문제를 이슈화함으로써 그동안 대충 눈감아 주던 중국 공안들이 탈북자 색출에 더욱 열을 올려 탈북자들만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상대국 대사관 앞에서 진을 치고 농성을 벌여서 얻는 것이 과연 무엇이며, 중국을 망신 주는 방식으로 압박하면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믿는 것이냐는 비판도 있다. 우리 편이 하면 ‘선의’이고 다른 편이 하면 ‘꼼수’라는 이중성이 우리 사회에 아무리 팽배해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편 가르기 망언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사진설명> 3월 8일(목) 경남도의회가 탈북자 강제 송환 중단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강제 송환 막을 절호의 기회
지난 3월 8일(목) 경남도의회 의사당 앞 광장에서 중국정부의 북한 이탈 주민 강제 송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 도의원과 경남도ㆍ도교육청 간부 등 60여 명은 결의대회에서 국제법상 금지된 강제 송환을 즉각 중단할 것과 국제난민보호법 준수를 중국 정부에 요구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탈북자들의 신변안전 보장,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는 허기도 도의회 의장 등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들과 고영진 경남교육감, 임채호 경남도 행정부지사 등 도청과 교육청의 간부들이 참석했다.

민주통합당 소속인 김두관 지사와 야당 출신 도의원들은 불참했다. 경남도의회는 결의대회에 앞서 열린 295회 임시회의 제3차 본회의에서 중국정부의 북한 이탈 주민 강제 송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국회가 나서지 못하는 일을 도의회가 나선 것은 실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중국은 자신들이 가입한 난민조약 등을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중국은 묵묵부답이다. 중국은 탈북자 강제 송환에 관한 한 세계 자유 인민이 극복해야 할 거대한 암초와 같다. 그 암초에 부닥친 세계인의 양심-인권 존중과 인권 강령은 산산이 조각나고 있다. 남쪽 정치권의 무심하고 무기력한 일상이 부끄럽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중국에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세계적인 여론을 환기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유엔 차원의 개입 문제, 유엔 인권이사회를 통한 중국에 대한 압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과 북한인권위원회(HRNK) 등은 미국이 중국과 북한을 상대로 탈북자들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도록 외교적 채널을 총동원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전 세계에서 탈북자 문제가 이슈화하고 있는 지금이 중국의 탈북자 강제 송환을 막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위 글은 교회신문 <28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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