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관계를 망치지 않고 부탁을 거절하는 방법

등록날짜 [ 2012-11-20 13:32:23 ]

부탁, 들어주자니 자신이 없고, 거절하자니 미안
하지만 무작정 양보는 관계 개선에 오히려 나빠



모든 사람에게 잘 해주려다가 정작 가장 중요한 사람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당신은 상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항상 “그래” 하고 말하는 유형인가? 아니면 자기 생각만 하는 유형인가? 성공적으로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비결은 균형을 맞추는 데 있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의 요구를 언제 거절하고, 언제 들어줘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자.

인정에 매여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
김 집사와 이 집사는 옆집에 살아서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이들은 바쁠 때 서로 자녀를 돌봐주기도 하고, 집안일도 도와준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집사가 취직했다. 시간제여서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면 문제없이 집에서 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그럴 때면 이 집사는 가끔 “일이 늦게 끝나니 세 아이를 맡아 달라” 하고 김 집사에게 부탁했다. 김 집사는 기꺼이 도와주었다. 그런데 그런 부탁이 계속됐고, 김 집사는 자신의 두 아이까지 합쳐 모두 다섯 아이와 씨름하며 보내는 시간이 힘들었다. 더구나 김 집사는 자신의 아이들보다 이 집사의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 집사는 더는 이 집사의 아이들을 떠맡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오랜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누군가 당신에게 일을 부탁한다고 하자. 부탁을 들어주거나 거절하거나, 방법은 두 가지다. 당신이 지금 선택하기 어려운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면, 양팔 저울을 떠올려보라. 저울 양쪽에 지금 할 일을 각각 올려놓고 당신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 판단하고 먼저 행하라. 그리고 어느 쪽이 상대를 배려하는 것인지, 어느 쪽이 그렇지 않은지 객관적으로 바라보라. 우리에게는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돼 있다. 저울에 올려놓고 보아서 우선순위가 분명해지면, 중요한 일에 쓸 시간을 빼앗는 선택에는 “아니야” 하고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다른 사람이 부탁할 때 거절하기 어렵다면, 다음 네 단계를 참고해보자.

1. “잠깐 생각할 시간이 줘” 하고 말하기
얼떨결에 떠맡은 일 때문에 크게 후회한 경험이 있다면, 부탁을 승낙하기 전에 혼자서 조용히 상황을 판단할 여유를 가져야 한다. 즉시 승낙하는 대신,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잡아라.

2. “아니야”와 “그래”를 동시에 말하기
부탁은 거절하되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위 경우처럼 아이들을 돌봐줄 수 없지만, 아이를 믿고 맡길 사람이나 기관을 소개해주는 것이다.

3. “아니야” 하고 말하고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일을 맡을 상황이 안 되지만 그 역할을 맡아 잘해낼 다른 사람을 추천한다. 그 대신 추천받은 사람에게 당신의 경험을 알려주어 옆에서 간접적으로 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4. 단호하게 “아니야” 하고 말하기
늘 “그래” 하고 말해서 후회했다면, 거리낄 것 없이 “아니야” 하고 말할 권리가 있다. 용기를 내어 말해보라. “아니야” 하고 말하는 것은 이기적이라기보다 현명한 행동이다. 그런데 상대가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린다면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면서 당신의 의사를 전달하면 된다. 단, 이때 상대에게 “이제까지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당신도 이해해야만 해”라는 말은 상대의 원망을 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거절과 소외의 감정에서 벗어나기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거절과 소외를 경험한다. 이런 거절과 소외는 가족이라는 집단이나 학교, 사회 등 많은 공동체 안에서 생긴다. 다양한 집단과 관계 속에서 우리는 누구나 그 집단에 속한 모든 사람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어느 집단에서든 불편하거나 어색한 사람이 한두 명쯤 있게 마련이다. 때로는 여러 명과 관계가 불편해서 집단 전체에게 거부당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이런 소외의 경험은 깊고 진한 상처로 남는다.

어떤 집단이나 사람들과 관계에서 스스로 거절감과 소외감을 자주 느낀다면, 과거에 소외와 거절로 상처받은 경험이 있어서 그렇다. 이런 과거 경험은 보통 다음 네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첫째,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걱정되고 불안하다. 둘째,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 관계 속에서 다른 제안을 하지 않는다. 셋째, 다른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한다. 넷째, 누군가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 같으면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이 같은 일이 관계 속에서 반복적으로 느껴진다면, 소외와 거절에 관한 나의 과거 경험을 되짚어봐야 한다. 과거 이런 경험과 감정을 제대로 바라봐야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좋지 않은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거절과 소외의 감정으로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면, 과거의 나에게 현재의 나는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그 시절의 나에게 ‘과거의 경험이 나에게 나빴던 것일 뿐 내가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 누군가가 나를 거절하는 것은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상대방과 내가 달라서 일어난 일이었다’고 따뜻한 말로 자신을 위로해 보라. 그러면 다른 사람과 관계가 조금은 편해진다. 또 다른 사람들이 나를 소외한다고 해도 내가 나를 소외하지 않으면 어떤 거절의 상처도 이겨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소중하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리 황연희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14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