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2-10-30 16:09:59 ]
누가 옳다고 판단할 수 없을 때는 양보가 미덕
상대방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해
우리는 간혹 서로 자기 생각이 옳다고 반박하며 승자 없는 논쟁을 벌일 때가 있다. 상대가 마음을 바꾸려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내 마음을 바꿀 수도 없을 때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서로 감정만 상하고 더 나아가서는 관계까지 망가진다. 이런 승자 없는 논쟁에서 빠져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상대방과 소통을 잘하여 호감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0대 자녀를 둔 부부가 있다. 말 안 듣는 아이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남편은 “이 집에서 누가 윗사람인지 모르겠어. 어른을 몰라보는 못된 버릇을 확실하게 고쳐 놓지 않으면 앞으로도 부모 말을 듣지 않을 거야”라고 말한다. 이럴 때 아내는 “사춘기 애들이에요. 괜히 억누르면 더 반항하고 어긋날 게 뻔해요. 그러니 좀 더 지켜봅시다” 하고 대응한다.
그러면 다시 남편은 “당신이 애들만 위하고 오냐오냐하니까 애들이 버릇이 없는 거잖아”라고 주장하면, 아내는 “당신이 애들 입장은 생각 안 하고 너무 권위만 내세우며 어른 대접만 받으려고 하니까 그렇게 버릇없이 나오는 거예요”라고 반박한다. 이런 식의 논쟁이 끝없이 계속되면 결국 부부 싸움으로 번진다. 사실 누가 맞고, 틀리느냐를 따질 수 없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인식해야
이런 일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자녀교육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어떤 주제에서든 크고 작게 나타난다. 이런 논쟁은 양쪽 모두 합리적인 근거를 내세운다. 대개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이 틀리다거나, 한쪽이 선하고 다른 쪽이 나쁜 것이 아니다. 양쪽 견해가 모두 옳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적대적으로 여기기보다 의견이 다를 뿐인 것을 이해해야 한다.
위 경우처럼 10대 자녀의 잘못된 행위를 지금 당장 야단쳐서 고쳐 보겠다는 아버지의 생각과 좀 더 지켜보자는 어머니의 생각 모두 자식을 올바르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했다.
결국 두 사람이 향하는 목적지는 같다. 다만 도달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우리는 한 팀’이라는 마음가짐이다. 다시 말해 누가 옳다고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경우, 즉 승자 없는 논쟁을 비켜 가는 효과적인 방법은 각자 입을 5초간 다문 뒤 “우리 둘 다 옳아요”라고 말하고 다른 주제로 옮겨 가는 것이다.
‘우리는 결국 같은 결과를 바라고 있다’는 마음이 통한다면, 상대를 대립적인 관계에서 협력적인 관계로 바꿔 놓는다.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이 확인되고 나면 적대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공동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 쉬워진다.
소통 욕구 에너지를 충만하게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과 더 잘 소통할 수 있을까?
첫째, 우리 속에 소통 욕구의 에너지가 충만해야 한다. 소통 에너지가 충만하다는 말은 언제나 다른 사람과 대화할 마음의 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들은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쉽게 말을 건넬 줄 안다. 또 이들의 눈빛을 보면 항상 살아 있고, 표정도 밝고 활기가 가득하다.
둘째, 소통 욕구의 에너지를 적절히 제어할 줄 알아야 한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하고 싶은 말만 하며 살 수는 없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며 살 수도 없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일도 있고, 하지 말아야 하는 말도 마구 하게 된다. 마치 비탈길을 내려오는 자동차에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것처럼 대형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
셋째, 소통을 잘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준다. 이런 사람은 듣는 사람이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배려하고, 또 자신이 상대를 진정으로 아끼고 있다는 것도 잘 표현한다. 또 이들은 상대방을 항상 존중하려고 노력하며, 어휘도 상대방 처지와 상황에 맞게 가려서 사용할 줄 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말하려 하기보다는 많이 듣고 정확히 판단한 후에 헤아려 말할 줄 안다.
결국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소통은 감정을 다스리고, 항상 열린 자세로 상대방의 말을 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표정과 몸짓으로 자신의 느낌을 잘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마음 밑바닥에는 언제나 희망과 긍정의 믿음이 깔려 있어 좋은 여운을 남길 수 있는 말을 구사해야 한다.
내면의 자신을 항상 볼 수 있어야
다른 사람과 나누는 대화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마음이 복잡하면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 없다. 상대방을 미워하고 싫어하면 자기도 모르게 미운 말이 나가고, 상대방에게 좋은 감정이 있으면 좋은 말과 표현이 나온다. 예수께서도 “입에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마15:11) 하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한다. 마음이 오염되지는 않았는지, 녹슬지는 않았는지 매일 점검해야 한다. 전장에 나가는 장수가 무기를 갈고닦듯이 우리는 매일같이 마음을 갈고닦고 기름칠해야 한다.
피곤하고 짜증이 날 때면 자신의 내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미리 대비하는 지혜를 갖춰야 한다. 이럴 때는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재충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해야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한순간에 말로 인한 끔찍한 대형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31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