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고통에 처한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말

등록날짜 [ 2012-11-28 15:44:06 ]

쉽사리 동정하거나 가르치려 드는 것 경계하고
고민을 충분히 이해할 만큼 들어줄 줄 알아야



힘들다며 자기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하는 사람에게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우선 상대방을 안심시키고 조언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말은 상대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섭섭하게 하기 십상이다. “이렇게 해 봐” 하고 해결책을 말해 준다면 오히려 그 사람에게 좌절감을 안겨줄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고통에 처해 있거나 고민을 털어놓는 상대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말을 해서는 안 되는지 알아보자.

성급한 조치가 화 부른다
슬픔과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위로나 조언을 받고 싶어 할 것으로 추측하여 섣불리 해결책을 제시하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령 가까운 사람이 고통스러운 상황에 부닥쳐 슬픔에 빠져 있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달린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직접 다음과 같은 말을 만들어 보라. 그래서 슬픔이나 고민에 처한 사람을 만났을 때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스스로 다짐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조언하기: “내 생각에 너는 이렇게 해야 해! 왜 그렇게 하지 않았니?”
*한술 더 뜨기: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나한테는 더한 일도 있었는데….”
*가르치려 들기: “이건 네게 정말 좋은 경험이니까 여기서 배워.”
*위로하기: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온 힘을 다했어.”
*다른 이야기 꺼내기 : “그 말을 들으니 생각나는데….”
*말을 끊기: “그만하고 기운 내.”
*동정하기: “참 안됐다. 어쩌면 좋으니?”
*심문하기: “언제부터 그랬어?”
*설명하기: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바로잡기: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나와 가까운 사람이 겪는 고통은 나를 아프게도 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빨리 상대의 고통을 치유해서 내가 느끼는 고통도 없애고 싶어진다. 우리는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성급하게 조치하려는 마음에 쉬운 해결책을 제시할 때 상대는 더 큰 아픔을 겪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상대 감정에 동조하며 말 반복하기
가까운 사람이 내게 가벼운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하자. 예를 들어 “여러 사람과 한 사무실에서 일하지만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없어 외로움을 많이 느껴요” 하고 말할 때 어떻게 할까?

이럴 때도 해결책을 제시하는 말은 상대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최소한 한 사람 정도는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을 거예요” 하고 말한다면, 외로움을 덜어주기는커녕 아무도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는 원망만 불러온다. 이럴 때는 상대방의 말을 거울처럼 그대로 비춰 주며 반복해 주는 것이 좋다.

즉, “그러니까 친해지고 싶은 직장 동료가 없는 거네요?”라고 말한다. 다시 상대가 “그래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무도 제게 말을 걸지 않아서 소외감을 느껴요” 하고 말한다면 이때도 상대의 말을 반복해 준다. “그러니까 직장 동료가 당신에게 아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라고 한다.

다시 말해, 상대의 생각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따라가며 그 말을 반복해 주면 된다.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면서 말을 반복하다 보면 상대가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상대는 소외감과 고독한 감정을 풀어놓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기운을 북돋우거나 서둘러 해결책을 제시하려 들지 않고, 그저 상대의 말을 반복해 줌으로써 상대가 문제를 똑바로 인식하게 돕는 것이다. 공감해 주는 사람에게 마음의 고통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고민으로 인한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 상황을 해결할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방이 지닌 고통을 해결해 준다는 핑계로 성급한 행동을 보여 더 큰 아픔을 주는 경우를 종종 본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병문안을 온 사람들이 건넨 위로의 말이 오히려 듣기에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자신도 지난 20년간 다른 사람들에게 비슷한 상황에서 똑같은 식으로 위로의 말을 했다며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기꺼이 고통을 함께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고통을 알고 함께할 줄 아는 삶이 훨씬 풍요롭다. 그러나 남의 고통에 함께 아파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고 느낀다. 그만큼 자신이 스스로 가두어 두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런 사람들은 항상 누군가가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만 생각한다. 이들이 지닌 특징은 인생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 주지 못한다고 늘 불평을 늘어놓지만, 그 반대인 사람들은 인생에서 바라는 것을 채우는 일이 자신의 몫이자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먼저 다른 사람의 고통을 감내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고통을 받는 사람과 대화할 때는 그 고통을 없앨 방법을 찾기보다는 옆에 있어 주면서 기꺼이 고통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즐거워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롬12:15).

위 글은 교회신문 <31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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