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06-17 09:13:35 ]
자신의 기분과 감정을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능력을 정서인식능력이라고 한다. 정서지능을 높이는 기본 토대는 바로 정서인식능력에서 출발한다. 자신과 타인의 정서를 확실하게 알아차리면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화가 나 있을 때 ‘지금 내가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인식한 사람은 그 감정을 적절하게 통제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무턱대고 화를 내거나 감정을 안으로 삼킨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감정은 다른 감정들과 섞여서 어떤 식으로든 나타난다. 자신의 내적 감정 상태를 인식하는 것은 이후 행동에 영향을 주기에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지난밤에 자녀 문제로 남편과 다퉈서 짜증이 나 있는 상태라고 하자. 정서인식을 잘하는 경우라면 ‘어젯밤에 남편과 다투었기 때문에 지금 몹시 답답하고 슬프고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이 남아 있구나’라고 자신의 정서 상태를 인식한 후 적절한 때에 남편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것이다. 그러나 정서인식을 잘 못 하는 경우라면 ‘오늘 모든 일이 잘 안 풀리고 짜증이 난다’라고 생각하며 잘못이 없는 아이들에게 괜히 화를 내고, 필요 없는 물건을 사거나,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압도돼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정서표현능력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잘 인식하여 적절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정서를 표현하기보다는 억제하고 참아내는 법을 배웠다. 즉 “남자는 그런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돼” “여자는 참고 살아야 돼” 등등. 또 기쁨과 만족감을 표시할 때도 “왜 그렇게 호들갑스럽니?”라며 핀잔을 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정서표현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다른 사람이 불쾌해 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절하게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할 줄 안다.
자녀가 평소와는 달리 짜증을 내며 심통을 부릴 때를 예로 들어 보자. 정서표현을 잘하는 부모라면 ‘오늘 아이가 속상하고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구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나? 한번 알아봐야겠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정서표현을 잘 못 하는 부모라면 ‘오늘 하루 종일 일하고 피곤한데 쟤는 왜 저러지? 계속해서 짜증내면 이번에 아주 버릇을 고쳐 놔야겠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타인이 나의 감정이나 기분을 고려해 주지 않는다. 그러면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기분을 느끼고 자신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똑같이 무시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깊이 감춘 채 살아간다. 이렇게 정서표현을 억제하면 신체적인 질병에 걸릴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결과가 있다. 자기감정을 무조건 억제하고 단순히 참는 것보다는 적절한 때와 장소와 사람에게 적절한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의 정서인식능력과 정서표현능력을 높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자녀 연령대에서 감상할 만한 미술 작품이나 음악작품을 보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얘기해 보게 한다. 또 아침, 방과 후, 잠자기 전에 자녀와 함께 현재 느끼는 감정과 그 이유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 밖에 여행하거나 신문에 나오는 화보,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이모티콘을 이용해 사람의 표정에 담긴 다양한 감정을 인식하고 훈련해 보는 방법이 있다.
인간은 나라, 언어, 인종과 관계없이 즐거움, 화남, 우울함, 놀람, 밉고 싫음, 무섭고 겁남이라는 보편적인 6가지 감정이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인간은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더 발전시켜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인간의 기본적인 죄의 속성인 인정받고 대접받고 싶은 강한 욕구로 말미암아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느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매 순간 자신의 정서에 주의집중하고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능력은 자신을 돌아보고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
자녀의 정서지능(EQ)을 높이려면 무엇보다도 가정에서 먼저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 아울러 평소 부정적인 감정을 자주 느끼는 부모라면 하나님 앞에 자신을 내려놓는 회개 기도를 해야 한다. 부모의 감정은 그대로 자녀에게 전이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회개 기도를 통해 긍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느끼도록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과 기분을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능력도 함께 주실 것이다. <계속>
/황연희 집사
(교육학 석사, 학부모 교육 강사)
위 글은 교회신문 <38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