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06-24 11:28:17 ]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기분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감정이입능력, 또는 공감능력이라고 한다. 울며 빵을 먹어본 사람이 타인의 배고픔을 이해한다는 말이 있다. 감정이입이 높은 사람은 타인의 아픔이나 상처를 마치 자신이 당한 것처럼 느끼고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원하며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안다.
오늘날 공감능력이 더 많이 요구되는 것은 공감능력이 없는 조직과 사회는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며 공동체의 협력을 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의 친밀함은 사라지고 오늘날과 같은 자살, 이혼, 낙태, 성폭력, 이기심 등이 만연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끔찍한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 사람은 공감능력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다. 만약 희생자들이나 그들의 가족이 겪게 될 감정적인 고통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그런 범죄를 절대로 저지르지 않는다.
호프만(Hoffman, 1984)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감정이입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출생 후 3개월밖에 안 된 영아들도 주변에 있는 아이들이 불안해하면 같이 불안해하고 아이들이 울면 따라서 운다. 또 5세 된 아이들은 친구가 울면 자신의 곰 인형을 주며 달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아이는 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공감능력은 도덕성과 관련이 있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염려할 줄 알고,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아이들도 살면서 좌절을 하고, 슬픔을 겪고, 아픔을 느낀다. 이때 부모가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이해하고, 공감해 준다면 아이들은 이러한 감정에서 빨리 회복한다. 자신이 공감받았다는 느낌을 경험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고통을 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람의 슬픔이나 고통도 외면하지 않게 된다. 더 나아가 부모를 신뢰하게 되어 자신이 어떻게 하면 부모를 기쁘게 할까 생각하게 된다. 가정에서 공감받은 아이들이 남도 공감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늘 꾸지람과 무시와 멸시를 받고 자란다면 공감능력은 키워질 수 없다. 공감 받은 경험이 없으면 아이들은 정서지능이 낮은 상태에 머물게 된다. 그래서 자기중심적이고 공격적이 되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의존적인 사람으로 자랄 위험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거나 위험한 일을 저지를 때도 이해하고 공감해 주라는 것이 아니다. 이럴 때는 잘못한 일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깨닫게 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공감의 근원되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우리 인간의 고통과 아픔이 무엇인지를 제일 잘 아셨기에 지옥 가는 인간의 영혼들을 참아 보지 않으셨다. 인간의 죄를 대신하여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다. 또한 공생애 동안 38년 된 병자, 소경, 귀머거리, 귀신 들린 자, 온갖 각생병자를 고쳐 주셨다. 죽은 나사로를 살리셨다.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아셨기 때문이다.
수가 성 여인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은 생수를 주시겠다 하신 것(요4:14)도,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지 못하게 하신 것(요8:5~9)도 그들의 영적인 목마름을 해결해 주시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셨을까. 세 번씩이나 예수님을 부인한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시며 찾아오신 것도 베드로의 죄책감을 아셨기 때문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때는 나의 잘못된 부분을 찾아 회개해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는 아픔과 고통이 있는 자들과 함께 하라고 하셨다. 회개하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잘 알게 된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을 충분히 공급받아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나 자신을 잘 알면 상대방도 잘 알게 된다.
이렇게 공감능력이 높은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감정이나 행동에 늘 주의를 기울여 배려하고 도와주려 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고려하여 행동하므로 사려 깊은 사람으로 인정받아 성공적인 사회생활과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
자녀들의 감정이입능력을 높일 수 있는 활동으로는 가정에서 한번쯤 부모와 자녀의 역할을 서로 바꿔서 해보는 것도 괜찮다. 또 감동적인 영화를 보며 등장인물의 입장이 되어 ‘내가 만약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이라면 어떨까’라는 가정을 해보도록 한다. 또 자원봉사활동에 참가하여 직접 경험해 보는 방법이 있다. <계속>
/황연희 집사
(교육학 석사, 학부모 교육 강사)
위 글은 교회신문 <39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