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인도하는 효(孝)를 실천하며] 치매 걸린 친모, 시모를 함께 모셔

등록날짜 [ 2015-06-23 11:28:12 ]

집안에 치매를 앓는 노인이 한 분 계시면 온 가족이 협력해도 모시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치매에 걸린 팔십 대 친모와 시모 두 분을 돌보는 이가 있다. 두 노모께서 영혼의 때에 천국에서 영원한 평안을 누리기를 바라며 기쁨으로 섬기는 최복순 집사(22교구, 18여전도회)를 만나 보았다.

<사진설명> 최복순 집사와 시모 최원섭 성도(오른쪽), 친모 이화자 성도(뒷쪽).


두 어머니를 모시기까지
최복순 집사(62세)는 친모 이화자 성도(88세)와 시모 최원섭 성도(89세)를 모시고 있다.

최 집사는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홀로 계신 친정어머니를 15년 전부터 경기도 오산 자기 집으로 모셨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건강하던 어머니에게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탁자에 놓은 물건을 분명 당신이 치워 놓고서는 그런 일 없다고 딱 잡아떼셨다. 그러기를 여러 차례. 강하게 부인하니 그저 고개만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직장 동료에게 사정을 얘기하니 ‘치매 초기 증상’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2년 전, 병원에서 검사했더니 치매 3급 판정을 받았다. 그 후, 최 집사는 산후조리사 일을 그만두고 친정어머니를 돌보는 데 전념했다.

한편, 시어머니는 충남 서산에 사는 둘째 시누이 집에서 지내고 계셨다. 둘째 시누네는 사업을 해서 집에 손님이 자주 방문하는 통에 시어머니를 편안히 모실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시누이가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기로 했다. 그 소식을 듣자 최 집사는 무엇보다 시어머니의 영혼이 걱정됐다.

‘혹시 마지막 순간에 예수를 부인하고 지옥에 가시는 건 아닐까?’

시누이도 예수를 믿어 늘 시어머니와 함께 예배를 드렸기에 그동안은 안심했지만, 요양원에다 모시면 예배드릴 수 없게 되니 이제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자신이 시어머니를 돌봐드리면서 성령 충만한 연세중앙교회에 모셔 와 예배시간마다 은혜받으시다가 맑은 정신으로 신앙고백 하며 천국 가시게 해야 한다는 마음이 물밀 듯이 일었다.

하루는 시누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언니, 어머니가 이상해요. 빨리 와 보세요.”

급히 시어머니가 계신 서산으로 내려갔다. 배변을 가리지 못하실뿐더러,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셨다. 어눌해져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자식들도 알아보지 못하셨다. 알고 보니 뇌경색으로 인한 치매 증상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후, 기도 모임 때면 눈앞에 아른거리는 시어머니 모습에 눈물로 간절히 기도했다.

며칠 후, 주님이 주신 힘으로 시어머니를 자기가 모시기로 결단하고 시누이 집에 가서 시어머니를 모셔 왔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2월부터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치매를 앓는 두 노모를 모시는 힘겨운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생활 시계는 언제나 두 노모에 맞춰
두 분 다 아흔을 앞둔 고령이라 다리가 불편하시다. 친정어머니는 지난해 7월, 넘어져서 왼쪽 다리뼈가 부러졌고, 시어머니는 뇌경색 후유증으로 걸음이 시원치 않다. 최 집사는 지극정성으로 두 노모를 돌보았다. 식사할 때는 늘 반찬을 밥 수저 위에 얹어 드리고, 화장실에 갈 때는 항상 부축해 드렸다.

산후조리사 일을 할 때, 틈틈이 공부해 취득한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두 노모를 모시는 데 도움이 됐다. 지금 두 노모는 건강을 회복해 걷는 모양새가 좋아지고, 특히 시어머니는 자식들을 다시 알아보신다.

여전히 힘든 부분은 있다. 특히 두 노모의 치매 증상이 최 집사의 몸을 고단케 한다. 최 집사가 집안 살림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으면 시어머니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어지럽힌다. 뒤이어 친정어머니도 똑같이 일을 저지른다. 화장실 볼일도 마찬가지. 친정어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내면 신기하게도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시어머니도 뒤따라 일을 보신다.

최 집사의 몸은 하나인데 챙겨야 할 노모는 두 분. 지쳐서 온몸이 노곤하면 짜증 어린 표정을 지을 법도 한데 최 집사는 그저 웃기만 한다.

“한집에 사니까 서로 닮아가시나 봐요. 두 분이 하는 행동이 점점 똑같아지네요.(웃음)”

요즘 시어머니가 들어가는 절차가 까다롭다는 시립 복지관에 다니고 있다. 오전 9시 30분에서 오후 5시 30분까지 복지관에서 생활하셔서 그나마 최 집사에게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최 집사의 생활 시계는 두 노모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외출해서 지인을 만나는 일은 될 수 있으면 1시간을 넘기지 않으려 하고, 식사 약속은 잡지 않고, 집에서 두 노모와 정답게 식사한다.

천국으로 가시는 그날까지
건강도 건강이지만 최 집사는 무엇보다 두 노모의 ‘믿음’이 가장 염려된다. 신앙생활에는 ‘영혼의 호흡’인 기도가 제일 중요하기에 두 노모에게 늘 주님께 기도하라고 권면한다.

“어머니, 예수 이름으로 기도해야 천국 가요. 꼭 기도하세요.”

친정어머니는 방언 은사를 받으셔서 기도하라고 하면 부담 없이 곧잘 주님께 기도드린다. 주기도문도 잘 따라 하신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어눌해서인지 기도하라면 아직 힘들어하신다.

늘 ‘내 구주 예수!’를 따라 하라고 하지만 ‘예수’ 발음을 어려워하시는 시어머니…. 그래도 최 집사는 포기하지 않고 시어머니 곁에서 예수 이름으로 기도하시라고 권면하고, 하나님 말씀에 ‘아멘’으로 화답하여 생명의 말씀이 시어머니의 심령에 심어지도록 돕는다.

또 하나님 말씀을 늘 들으시도록 윤석전 담임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담긴 SD카드 오디오를 두 개 구매해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방에 각각 틀어놓는다.

최 집사는 주일이면 두 노모를 차에 태워 오산성전으로 향한다. 두 노모가 예배드리러 교회에 잘 따라와 주시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하다는 최 집사.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는 주일이 되면 미리 옷을 차려입고 교회 갈 준비를 하고 기다리신단다.

최 집사는 두 어머니가 신앙생활 잘 하시다가 꼭 주님 의지해 천국에 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두 분이 병원 신세 지지 않고 건강하게 사시다 천국 가시기를 바라요. 제 소망이라곤 그것뿐이에요.”

아흔을 바라보는 어르신을 두 분이나 모시다 보면 왜 나만 이렇게 힘드냐고 불평하거나 하소연할 만한데 최 집사는 그런 복을 자기만 받아 감사하다며 밝은 미소를 짓는다.

“주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려 죽으시며 구원을 이루어주셨는데, 제가 하는 이까짓 일이 뭐가 힘들겠어요? 자식이 부모에게 따뜻한 진지 해드리고, 대소변 가려 드리는 일은 당연한 일이지요.”

주님이 십자가에 흘린 피 공로에 모든 영광을 돌리는 최 집사. 딸과 며느리 두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최 집사의 선한 얼굴에는 두 노모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피 공로로 구원받아 천국에서 영생 복락 누리기를 간절히 원하는 신앙과 효심이 깊게 배어 있다.

정리 손미애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43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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