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05-19 18:13:46 ]
간호하다 보니 오히려 가슴에 맺힌 응어리 싹 풀려
<사진설명> 앞줄 왼쪽부터 김명숙(여섯째), 어머니, 김승만(첫째). 뒷줄 왼쪽부터 김옥희(여덟째), 김금숙(일곱째), 김은숙(다섯째).
자식이 부모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것은 언제부터일까. 아마도 대부분 몸이 불편하면서부터일 것이다. 언제까지나 태산 같이 건장하실 것 같던 아버지가 중병에 걸렸다. 늘 바지런하던 어머니도 허리.무릎 수술을 네 번 받았다. 이런 병든 부모를 모시고 함께 섬기는 우애 두터운 다섯 남매가 있다. 김승만.은숙.명숙.금숙.옥희 집사다. 생의 마지막 순간 예수 피의 공로를 붙들고 천국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기를 바라며 부모를 극진히 섬기고 있는 5남매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8남매 중 5남매가 함께 신앙생활
씨앗 하나가 죽어야 수많은 열매를 맺는다. 이 자연법칙은 기독교 신앙에 그대로 적용된다. 예수께서 먼저 실천하신 그 길을 김승만 집사 남매가 따르고 있다.
맨 처음 연세중앙교회에 온 이는 8남매 막내인 옥희 집사다. 2007년, 흰돌산수양관 하계성회에 참석해 큰 은혜를 받았다. 그 후 일곱째 금숙, 맏이 승만, 여섯째 명숙 집사가 연세중앙교회로 줄줄이 인도됐다. 2년 전엔 다섯째 은숙 집사까지 등록했다.
이들의 부모님이 연세중앙교회에 온 것은 3년 전. 당시 5남매는 비신자였던 아버지의 영혼 구원을 위해 서울로 이사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권면했다. 처음엔 완강히 거부했으나 자식들의 끈질긴 성화에 이사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 즈음에 그만 일이 터졌다. 아버지(77세)가 머리를 다친 것. 당시에는 외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평소 셈이 밝은 분이 계산을 잘 못하고, 무슨 일이든 계속 ‘깜빡’ 했다.‘혈관성 치매’. 겉보기엔 멀쩡했지만 안에서 뇌출혈이 일어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밀 검사를 하면서 전립선 암을 발견했다.
이듬해 1월, 부모님은 불가피하게 자녀가 모여 사는 서울 구로구 궁동으로 이사했다. 장남 승만 집사가 두 분을 모셨다. 5남매는 부모님을 연세중앙교회 예배에 모시고 갔다. 평소 신앙심이 깊었던 어머니(75세)는 오자마자 큰 은혜를 받았다. 척추와 무릎관절을 2번씩 수술할 정도로 몸이 좋지 않은데도 새벽예배는 물론 공예배, 구역예배, 작정 기도회까지 모두 참석했다.
주일이면 아침 일찍부터 교회에 가서 앞자리에서 예배를 드릴 정도로 신앙생활에 열심을 냈다. 반면, 비신자로 살아온 아버지는 시큰둥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성전 2층에서 어머니와 함께 예배드리던 아버지는 설교 말씀에 은혜를 받았는지 통성기도 할 때 두 손을 들고 기도했다. 그 모습을 본 자녀는 깜짝 놀랐다. 아버지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로 번갈아 간호하니 욕창이 나아
서울로 모시고 온 지 4개월 지났을 무렵에는 뇌경색까지 와 오른쪽 몸이 마비돼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다.
승만 집사는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워 주일마다 교회에 갔다. 지난해 겨울에는 폐렴에 걸렸다. 폐에 물이 차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더니 결국 코에 튜브를 삽입해 죽이나 두유로 만든 특수영양식품으로 섭취해야 했다. 늘 누워서 생활해서인지 엉덩이에 욕창이 생겼다. 얼마나 심한지 고름이 한 대야씩 쏟아졌다. 방문간호사가 놀라며 아무리 빨리 나아도 2년은 걸릴 거라고 했다.
더 곪지 않도록 두 시간마다 자세를 바꿔 줘야 했다. 여기서 5남매의 협동심이 발휘된다. 안산에 사는 여섯째를 제외하고 4남매는 각자 5분 거리에 산다. 승만 집사가 출근하면 금숙 집사가 오빠 집에 들러 두 시간마다 아버지의 자세를 바꿔 주고, 금숙 집사가 바쁠 때면 막내 옥희 집사가 바통을 잇는다.
모두 잠든 새벽에는 다섯째 은숙 집사가 아버지의 자세를 바꿔 주고 새벽예배에 간다. 틈날 때마다 어머니와 5남매가 번갈아 가며 기저귀를 갈고, 아침저녁으로 소독과 드레싱을 해 준다. 또 아버지의 귀에 이어폰을 꽂아 담임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담긴 SD카드를 틀어 놓는다. 가족들의 지극한 섬김 덕분인지 아버지의 회복 속도는 무척 빨랐다. 결국 욕창은 1년도 안 돼 완치됐다.
끝까지 천국으로 인도할 것
요즘도 5남매는 항상 시간을 체크하며 지낸다. 각자 삶 속에서 ‘두 시간’이라는 시간제한을 두고 있는데도 이들의 얼굴엔 찌푸린 곳이 없다.
사실 이들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있었다. 아버지는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아버지께 안 맞고 자란 자식이 없을 정도였다. 어머니를 얼마나 심하게 핍박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 5남매는 역설적이게도 질병으로 거동을 못하는 아버지를 간호하는 동안, 오랜 세월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싹 풀렸다.
이제는 주님께서 주신 긍휼한 마음으로 아버지를 극진히 섬긴다. 비록 아버지가 질병으로 육신의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렇기에 지금 영혼을 살리는 생명의 말씀을 듣고 있다.
아버지도 현재 서서히 변하고 있다. 아버지는 원래 속마음을 내색하지 않는 분이었다. 자녀가 말을 걸어도 가만히 있을 뿐이었는데, 교구 목사님이나 구역장이 심방 올 때면 아버지는 활짝 웃으며 무척 좋아하셨다. 담임사모님께서도 세 번이나 심방해 주었다.
직분자들이 간절히 기도해 주고 나면 치매로 흐릿한 정신이 또렷해졌다. 육체에 영양 공급은 계속되고 있지만, 정신이 점점 흐려져서 가족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버지가 육신의 때를 마감하는 순간에 반드시 예수를 영접하고 천국 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진정한 효도를 몸소 실천하는 남매들. 사라질 이 땅의 것이 아닌 영원한 것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그리스도인의 모습이다.
/손미애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48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