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그 날>은 몽롱한 채로 안락하게 시간 보내는 자들 향한 경고

등록날짜 [ 2019-09-26 13:35:42 ]


<사진설명> 뮤지컬 <그 날> 중 핍박 장면에서 주요 출연진들이 ‘때와 기한은 아버지께’ 노래를 부르며 신앙을 지킬 것을 다짐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사진설명> 백스테이지에서 분장팀과 스태프가 충성하는 모습. 배우·앙상블·댄스팀 등 출연진과 무대 제작·의상·소품·분장·헤어·음향·조명·촬영 등 스태프까지 70여 명이 투입된 대작이다.


지난 9월 8일(주일) 오후 예루살렘성전에서 우리 교회 문화복음선교국 주관으로 하나님께 올려 드린 뮤지컬 <그 날>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종교통합운동으로 기독교인이 핍박을 받으면서 “예수를 부인하라”는 회유와 혹독한 고문에서도 끝까지 신앙을 지킨 정 목사와 신앙인들의 삶을 그렸다. 우리 교회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그 날>은 마태복음 24장을 무대에 그대로 옮겨오려고 여러 차례 각색을 거쳐 작품 완성도를 높였다. 前 기독교한국침례회 기획국장이자 목회학 박사 김병제 목사의 뮤지컬 관람 소감을 실어 성도들과 은혜를 나누고자 한다.


최후의 모습 그려질 때 온몸에 전율 경험
눈앞에 뮤지컬 무대가 놓여 있고, 우리는 그 무대를 주목한다. 무대는 우리 눈에서 얼마 되지 않은 거리에 있지만 우리와 무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혀 있다. 그래서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의 일상과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 준다.


관객은 무대를 바라보며 음악과 함께 배우의 연기에 빠져든다. 몸은 비록 무대에서 일정한 거리에 있지만, 눈과 마음은 어느새 무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서 배우의 몸짓과 대사에 함께한다. 배우의 강렬한 노래와 대사에 마음이 움직이고 눈물을 흘리고 때로는 일체가 되기도 한다.


뮤지컬 <그 날>은 성도들의 마음과 상상 속에 있었을 최후의 날, 피 흘리며 순교하는 모습을 무대 위 눈앞에서 적나라하게 펼친다. 무대라는 공간은 하나님의 마지막 날을 온전히 보여주기에는 다소 미흡하지만, 성도들에게 닥칠 최후의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질 때 관객은 온몸이 떨리는 전율을 경험한다. 그들의 고난이 이제 무대를 넘어서 우리의 고난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성경을 오롯이 담아낸 뮤지컬의 힘
뮤지컬 <그 날>의 무대는 성경을 읽으면서 마음에 그리던 하나님의 현실을 보여준다. 사람 힘으로 하나님 나라의 그 엄청난 그림을 그려 낼 도리가 없지만, 배우의 연기와 다양한 무대장치로 최선을 다해 그려낸다. 요한계시록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종말과 영원(永遠)의 세계를 보여주는데 무대는 비좁지만, 성경을 그대로 담아낸 생명력 넘치는 작품에 의해 우리는 침노받고, 압도되고, 일상이 중지된다. 영원을 그리는 뮤지컬 무대에 의해서 우리의 시간이 잠식되어, 더는 일상이 우리를 지배하지 못한다. 순교한 정 목사가 끝까지 신앙을 버리지 않은 것처럼 최후의 날을 준비하게 한다.


뮤지컬의 힘은 ‘영원’을 우리 눈앞에 펼쳐 영원이 우리의 시간 속으로 침투해 와서 일상보다 더 우월한 영원의 세계로 관객을 인도하는 것이다. 영원을 맛보고 영원을 알고 있는 자들은 배우들이 겪는 순교의 고난을 내 것으로 인지하고, 경험하고, 같이 아픔을 겪는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로 그의 자리를 옮긴다. 하나님 나라의 영원을 알고 있는 성도들은 일상에 굴복하지 않고 고난을 넘어선다. 왜냐하면 고난 너머의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서 받을 축복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원은 우리의 육체를 부수고, 영원은 우리의 일상을 삭제하고, 영원은 우리의 시간을 죽이고, 영원은 우리의 죽음도 죽이고, 영원은 우리 자신을 죽여서 하나님의 기쁨과 환상의 나라로 들어갈 수 있는 자들로 우리를 변모시킨다. 영원을 바라보는 자들은 그래서 살 힘을 얻고 넉넉히 살아간다. 이게 신앙 아닌가?


고난이 주는 두려움과 그 아름다움
영원한 하나님 나라는 그냥 맨입으로 건내지지 않고 고난의 좁은 길을 지나서야 도달할 수 있다. 좁은 길은 하나님 나라로 들어가기 위해 절대적이다. 뮤지컬 <그 날>은 하나님 나라 이전에 성도들이 겪을 피 흘림과 죽음을 말한다. 많은 성도가 몰살당하기도 하고, 죽음의 고통과 고문으로 처절하게 피를 흘린다. 성도에게 닥칠 현실을 처절하게 그려낸다. 우리의 구원을 이루어내는 두려움과 떨림, 공포와 전율(빌2:12)은 피할 수 없다. 세상이 우리를 미워하고 배척하는 이유는 우리가 세상에 속하지 않고, 하나님의 영원한 나라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성도들이 받는, 이유 없는 미움과 증오는 원래 그러하기 때문이다(요15:18~19).


3시간 가까이 펼쳐진 뮤지컬 내용은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는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다. 두려움과 떨림, 마지막 날의 공포를 개연성 있게 보여준다. 종말에 당할 성도들의 모습을 감추지 않는다. 성도와 세상의 갈등을 보여주고, 세상의 정체를 폭로하고, 그런 잔인한 거짓 세상에 속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 날>은 몽롱한 채로 안락하게 시간을 보내는 자들을 향한 경고다. 귀머거리처럼 몽롱한 채 안락을 따라서 마약에 취한 듯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메가폰’(C. S. 루이스)이다. 어떤 이는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의 피 흘림이 너무 잔인하다고 한다. 그러나 고통의 피 흘리는 그 잔인함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을 신앙하고 하나님을 믿게 된다. 신앙은 늘 역설인 것. 예수님의 피 흘림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을 알게 되고, 하나님을 감각하고 하나님을 신앙하게 된다.
구원으로 나아가는 두려움과 떨림, 고난의 두려움은 아름답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피 흘림의 고난을 통해 우리는 구원을 받았고, 성도들 역시 피 흘림의 고난을 따라가면서도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통에서 천국까지 극한의 사실 그려내
뮤지컬 대단원, 정 목사가 갖은 고난을 받아도 신앙을 더욱더 강하게 붙드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지옥의 공포를 떠올린다. 예수를 부인하라는 회유와 고통에도 응할 수 없는 이유는 예수의 십자가 피의 공로에 대한 신앙양심 때문이요, 육신의 때의 고통보다 더한 영혼의 때 영원한 고통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죽음 후에 하나님 없이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뜨거운 고통인지, 상상이 안 된다. 지옥의 공포가 없다면 사람은 마구잡이로 살아갈 변명을 얻고 반드시 그렇게 한다.


우리 주님의 십자가의 피흘리심은 참으로 공포스럽다. 사람이 만들어낸 가장 고통스럽고, 잔인한 피 흘림의 십자가 처형은 우리를 충분히 전율케 한다. 그 십자가의 자리는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서 신앙이 출발한다. 십자가는 공포와 잔인함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십자가는 축복이다. 십자가의 피 흘리심을 통해 우리는 신앙을 배우고, 십자가는 하나님의 아버지 되심을 배우는 축복의 자리다. 십자가의 죽음을 피하는 방법은 십자가의 죽으심의 피 흘리심을 믿음으로서 시작한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서야 뮤지컬 <그 날>이 나오게 되었으리라. 한 땀 한 땀 모두 연세중앙교회의 온전한 산물이고, 주님께서 주신 선물이다. 뮤지컬을 보는 내내 눈물을 참을 수 없도록 슬펐고, 두려웠고, 마음 아팠다. 뮤지컬의 무대가 바로 우리 성도들의 삶의 무대라는 사실이 절실하게 느껴지도록 사실을 보여준다. 극의 사실성은 참으로 만들어내기 어렵다. 극한의 노력 때문일 것이다. 극에 사실성이 없다면 코미디가 되고 만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사실성에서 감동이 절로 젖어 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늘 묻는다. 그게 진짜로 사실인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참으로 사실답게 만든 <그 날>을 보면서 그날 밤 나는 천국의 향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김병제 목사

미 남침례신학교 목회학 박사



위 글은 교회신문 <64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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