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11-15 14:56:22 ]
복음서에 보면, 열 처녀가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가는 장면이 나온다(마25:1~13). 예수 그리스도 당시는 <사진>과 같은 등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옆으로 난 작은 구멍에 심지를 꽂고, 테두리를 둘린 것 같은 형태인 큰 구멍에 기름을 넣어서 사용했다. 심지로는 삼베 실을 겹겹이 꼬아서 사용하고, 등잔 연료로는 식물성 기름인 올리브기름을 주로 사용했다.
<사진설명> 헤롯시대 사용한 등
햇볕이 뜨거운 팔레스타인에서는 저녁에 결혼하는 풍습이 있다. 그런데 열 처녀 중 지혜로운 다섯 명은 기름을 넉넉히 준비하여 문제가 없었으나, 나머지 다섯 명은 기름이 부족하여 예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성경에 나오는 처녀들은 각각 손에 등을 들고 있는데, 당시에 사용한 등 실물을 보면 저걸 어떻게 들고 나갔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헤롯 등은 크기가 작고 심지어 주둥이도 엉성하여 바람이 불 때는 등불이 꺼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또 등을 들고 밖으로 나가면 기름이 쏟아지거나 심지가 움직여 불이 꺼지기 쉽다.
또 다른 단서도 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신랑과 그의 친구들이 신부 집으로 오면 신부 친구들, 즉 들러리 처녀들이 횃불을 들고 신랑을 맞는 풍습이 있다. 처녀들은 횃불로 신랑과 신부를 비추면서 신랑 집으로 가서 혼례식에 참여하고 잔치도 즐겼다.
그렇다면 성경이 틀린 것일까? 그건 아니다. 헬라 원어 ‘람파스’는 등으로 번역할 수 있고, 횃불로도 번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요한복음 18장 3절과 계시록 8장 10절에는 횃불로 번역되어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등이든, 횃불이든 기름을 준비해두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가 문제의 관건이다. 등이건 횃불이건 기름이 넉넉해야만 중동지역 저녁 바람에도 불을 꺼트리지 않고 계속해서 불을 지필 수 있다. 그러므로 열 처녀 비유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불 자체보다 불을 지필 기름이 준비되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26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