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은 쌍둥이 형 에서와 모든 면에서 달랐다. 야곱은 조용한 사람이라 집안일을 도왔다. 야곱의 어머니 리브가는 야곱을 더 사랑했다. 에서는 능숙한 사냥꾼으로 성장했다.
짐승을 사냥해 가족들에게 양식을 공급했다. 이삭은 에서가 사냥해 온 고기를 즐겨 먹었고, 야곱보다 에서를 편애했다.
어느 날 야곱은 죽을 쑤고 있었다. 사냥하고 돌아오는 길에 허기진 배를 움켜쥔 에서가 야곱에게 물었다. “지금 쑤고 있고 붉은 죽을 조금 줄 수 있니?” 야곱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형의 장자 명분을 내게 팔면 죽을 줄게.”
에서는 장자의 권리보다 허기를 채우는 쪽을 선택했다. 구원의 역사를 계승할 장자 지위를 죽 한 그릇보다 가볍게 여겼던 것이다(창25:34). 히브리서에서는 에서를 ‘망령된 자’(히12:16)라고 불렀다.
이는 ‘세속적인 자’라는 뜻이다. 이러한 에서의 모습에서 ‘영혼의 때’에는 아무 관심 없이 세상일에만 빠져 사는 자화상(自畵像)을 보는 듯하다. 그 후, 에서는 40세에 헷족속 브에리의 딸 유딧과 엘론의 딸 바스맛을 아내로 삼았다. 이방여자와 혼인하고 세상을 더 사랑하는 에서를 바라보며 이삭과 리브가는 근심과 걱정에 휩싸였다(창26:35).
반면, 야곱은 영적인 축복을 사모해 기회만 있으면 그 복을 자기 몫으로 차지하려 애썼다. 결혼 적령기를 놓쳤는데도 주위에 사는 이방여자와 혼인하지 않았다. 야곱은 믿음의 가정을 꾸리기 원했다. 이삭은 어느새 137세가 되었다.
육신은 쇠약해졌고 영적인 분별력마저 희미해졌다. 이삭은 하나님의 뜻을 묻지 않고 에서를 불러 말했다. “나의 즐기는 별미를 만들어 내게로 가져다가 먹게 하여 나로 죽기 전에 내 마음껏 네게 축복하게 하라”(창27:4). 리브가는 이 말을 듣고 야곱이 장자의 축복을 받도록 재빨리 움직였다.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기에 이삭의 계획은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야곱이 축복을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아버지 이삭을 속이는 죄를 저질렀다. 죄의 결과로 야곱은 인생길에서 거친 굴곡을 겪는다.
야곱은 형을 피해 도망쳐 3일 만에 113km 떨어진 벧엘에 도착했다. 피곤하고 지쳐 돌베개를 베고 자던 야곱에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창 28:13).
오늘도 하나님은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그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시길 원하신다. 이 사랑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하루를 보내길 바란다.
위 글은 교회신문 <46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