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이스라엘 왕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은 블레셋군은 화를 냈다. 사울 왕에게 쫓기던 다윗을 잠시나마 보호한 적이 있었기에, 사울 왕이 다스리는 이스라엘을 견제하는 데 다윗을 이용하려고 계책을 세웠는데 모두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다윗에 대한 지배권을 되찾을 겸, 왕이 된 초기에 기선을 제압할 목적으로 블레셋은 군사를 일으켜 이스라엘로 쳐들어왔다.
블레셋 군사의 침략 소식을 들은 다윗은 바로 ‘요해처’로 나아갔다(삼하5:17). ‘요해처’는 ‘그물’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 ‘요새’ 등을 뜻한다. 블레셋 군사들은 르바임 골짜기에 진을 쳤다. 르바임 골짜기는 길이 약 5km, 폭이 약 3km나 돼서 꽤 많은 병력이 진칠 수 있었다.
르바임 골짜기는 예루살렘 서남쪽에 있다. 당시 북쪽에는 유다 지파, 남쪽에는 베냐민 지파가 있었는데, 그 경계 지역이 르바임 골짜기였다. 이스라엘을 남북으로 분단시키려는 블레셋이 전략적으로 이곳을 선택한 것이었다.
다윗은 블레셋 군대를 쳐도 되는지 물으려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여호와께서 다윗에게 말씀하시되 올라가라 내가 단정코 블레셋 사람을 네 손에 붙이리라”(삼하5:19). 하나님께 응답을 받은 다윗은 블레셋 군사를 맞아 물을 흩음같이 무찔렀다. 다윗은 전쟁에서 승리한 장소 이름을 ‘바알브라심’이라고 불렀다. 이는 ‘주’라는 뜻인 ‘바알’과 ‘부숴뜨림’ ‘흩음’을 의미하는 ‘페라침’이란 말을 붙인 복합어다. 다윗이 이런 지명을 붙인 이유는 하나님께서 블레셋 대군을 물을 흩어 버리듯이 쉽게 물리치게 하신 일을 감사하고 영광 돌리기 위해서였다. 다윗은 그날의 승리가 자신이 이룬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 것임을 분명히 증거했다.
블레셋 군사는 섬기던 신상까지 버리고 도망쳤다. 전쟁에서 이기게 해 줄 줄 믿고 신상을 전쟁터로 가지고 나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다윗과 그의 부하들은 우상을 모두 거두어 불태웠다(삼하 5:21).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난 후, 블레셋은 패배를 설욕하려고 다시 군대를 이끌고 이스라엘을 침공했다. 다윗은 이번에도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께서는 블레셋 군대의 뒤쪽으로 돌아가서 습격하라고 지시하셨다. 그렇게 하면 하나님께서 앞서 나가서 블레셋 군대를 치실 것이라 하셨다(삼하 5:23~24).
다윗은 하나님 말씀대로 했고, 블레셋 군대를 몰아내 게바에서 게셀까지 정복했다. 여호수아가 시작한 가나안 정복은 다윗 대에 이르러 최종적으로 완성되었다.
/정한영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48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