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밧세바와 간음죄를 저지른 지 오랜 세월이 흘렀다. 다윗 가문에 이와 비슷한 간음죄가 반복해 일어났다.
다윗 첫아들 ‘암논’이 주범이었다. 다윗이 저지른 죄가 그의 자녀들에게 참혹한 현실로 나타나 다윗을 괴롭힌다.
암논은 이복동생 ‘다말’에게 연정(戀情)을 품었다가 상사병이 나고 말았다. 암논 친구 요나답은 나쁜 꾀를 냈다.
“네가 병이 나서 누워 있으면 왕이 문병을 올 텐데, 그때 ‘다말이 만들어 준 요리를 먹고 싶다’고 부탁하면 단둘이 있을 수 있다.”
요나답은 다윗 형 시므아의 아들이었다. 그는 간교했다(삼하13:3). 암논은 요나답이 일러 준 대로 행동에 옮겨, 다말과 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암논은 거부하는 다말을 완력으로 눌러 동침했다. 다말을 범한 후, 암논은 그녀를 사모하는 마음이 차가워졌고, 급기야 다말을 미워해 문밖으로 쫓아냈다.
“다말이 재를 그 머리에 무릅쓰고 그 채색 옷을 찢고 손을 머리 위에 얹고 크게 울며 가니라”(삼하13:19).
재를 머리에 무릅쓴 행위는 수치스럽고 비참한 현실에 대한 슬픔과 고뇌를 나타낸다(삼상4:12). 옷을 찢는 행동도 금식이나 굵은 베옷 착용과 함께 참을 수 없는 슬픔을 나타내는 히브리식 표현법이었다.
다말은 이러한 행위를 통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당한 억울함과 결백함을 보여 주려고 했다. 다말 친오빠 ‘압살롬’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암논이 장남이고 왕위 계승자였기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참았다. 다윗도 그 소식을 듣고 심히 분노했다. 하지만 암논을 처벌하지 않았다. 자신이 암논보다 더 큰 죄를 지은 과거가 있기에 과감하게 처벌하지 못했다. 이러한 다윗의 우유부단함에 압살롬은 불만을 더욱 키웠다.
압살롬은 암논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이러한 음모에는 동생의 한을 풀어 주고, 자신이 권력을 잡으려는 야심이 크게 작용했다. 다윗 차남인 길르압이 일찍 죽었다. 따라서 셋째 아들 압살롬은 장남 암논을 제거하면 자신이 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말 사건이 벌어진 지 2년이 지난 어느 날, 압살롬은 양털 깎는 축제를 열었다. 먼저 다윗 왕을 초청했다. 다윗은 국사로 바빠 축제에 참석할 수 없었다.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압살롬은 대신 암논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다윗은 암논과 다른 모든 왕자에게 압살롬의 양털 깎는 축제에 참가하라고 지시했다. 비극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계속>
/정한영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49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