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08-30 01:35:44 ]
다윗 셋째 아들은 압살롬이다. 그는 이복 맏형 암논을 죽이려고 면밀한 계략을 세웠다. 압살롬은 친동생 다말에게 간음죄를 저지른 암논을 용서할 수 없었다. 암논이 없다면 압살롬은 왕위 계승 서열 일위였다. 따라서 권좌를 향한 야욕도 암논을 죽일 음모를 꾸민 원인이 됐다.
압살롬은 바알하솔에서 양털 깎는 축제를 벌였다. 바알하솔은 에브라임 성에서 북쪽으로 약 4km 떨어진 해발 1200m가량 되는 고지였다. 목양하기에 적합한 목초지이며, 압살롬이 소유한 땅이었다.
압살롬은 국사에 바빠 오지 않을 줄 뻔히 알면서 아버지 다윗 왕을 초청했다. 거절하는 다윗에게 압살롬은 “그 대신 암논을 보내 주세요”라고 말했다. 다윗은 아무런 의심 없이 암논과 함께 다른 왕자들을 모두 압살롬의 집으로 보냈다.
압살롬은 미리 신복들에게 “신호를 하면 암논을 죽이라”고 지시했다. 왕자들은 축제 분위기에 젖어 술을 실컷 마시고 취했다. 암논도 압살롬이 권하는 대로 받아 마셨다. 다말을 욕보인 지 2년이 지났다. 그동안 다말의 친오빠인 압살롬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괜찮을 줄 알고 안심했다.
만취한 암논을 보자 압살롬이 신호를 보냈다. 신복들이 칼을 뽑아 암논을 죽였다. 암논이 피 흘려 죽는 현장을 목격한 왕자들은 노새를 타고 줄행랑을 쳤다. 비보는 왕자들이 도망가는 속도보다 빨리 다윗에게 전달됐다. “압살롬이 모든 왕자를 죽였다”는 잘못 전해진 말에 다윗은 옷을 찢었다(삼하13:31).
그때, 요나답이 다윗 앞에 나타났다. 그는 압살롬이 암논만 죽였다고 말했다. 요나답은 암논에게 다말을 범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간교한 자다(삼하13:3). 요나답이 위로할 때, 다윗은 노새를 타고 도망쳐 오는 왕자들을 보았다. 요나답은 그 광경을 보고 다윗에게 자신이 추측한 대로 되었다고 말했다.
“왕자들이 이르러 대성통곡하니 왕과 그 모든 신복도 심히 통곡하니라”(삼후13:36). 다윗은 자신이 저지른 죄가 기억났다. 밧세바를 취하려고 우리아를 함정에 몰아넣어 죽였던 자기 모습과 압살롬이 겹쳐졌다. 자신이 암논을 엄히 징계하지 못한 탓에 형제간 살육이 일어났는데도 다윗은 이번에도 압살롬을 잡아 오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압살롬은 형 암논을 죽인 후 외할아버지 그술 왕 달매에게로 도망쳤다. “다윗은 날마다 그 아들을 인하여 슬퍼하니라”(삼후13:37). 다윗은 자식이 지은 죄를 다시 덮었다. 또 다른 비극이 싹트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정한영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49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