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10-25 15:17:51 ]
압살롬은 아버지 다윗의 왕좌를 빼앗으려 반란을 일으켰다. 다윗이 난리를 피해 예루살렘을 서둘러 떠난 사이 압살롬은 자신을 따르는 이스라엘 백성과 예루살렘에 입성했다.
예루살렘 성에는 뜻밖의 인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윗의 친구이자 모사(謀士)인 '후새'였다. 압살롬은 후새의 마음을 떠보았다. "어찌하여 네 친구(다윗)와 함께 가지 아니하였느냐"(삼하16:17)
후새는 다윗의 부탁을 받고 예루살렘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압살롬 수하에 들어간 다윗의 책사(策士) '아히도벨'의 모략을 막기 위해서였다. "전에 왕의 아버지를 섬긴 것 같이 왕을 섬기리이다"(삼하16:19). 후새는 압살롬의 왕위 계승이 합법이라고 아첨했다. 안심한 압살롬은 후새를 신하로 받아들였다.
그 후, 압살롬은 아히도벨을 불러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다. 아히도벨은 다윗이 궁에 남겨둔 후궁들과 동침하라고 충동질했다. 다윗과 압살롬 사이에 부자(父子)의 정(情)을 완전히 끊어놓으려는 아히도벨의 간악한 모략이었다. 만약 나중에라도 다윗과 압살롬이 화해한다면, 자신을 비롯해 반역에 동참한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었다. 아히도벨은 이런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고 싶었다. 또 이스라엘 왕권을 압살롬이 장악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고자 했다.
아히도벨의 모략은 당시 관례로 보면 정당했다. 전쟁 승리자는 패자의 모든 것을 취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비의 첩을 취하는 일은 율법에 크게 벗어나는 처사였다. 사람들은 왕궁 지붕에 장막을 치고 그곳에 침실을 만들었다. 압살롬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 다윗의 후궁들과 동침했다.
이 일은 나단 선지자를 통해 전한 하나님 말씀이 성취된 사건이다. 나단 선지자는 다윗이 밧세바를 강탈하고 우리아를 모살한 죄를 지적하면서 "너는 은밀히 행하였으나 나는 이스라엘 무리 앞 백주에 이 일을 행하리라"(삼하12:12)고 선언한 바 있다.
"그때에 아히도벨의 베푸는 모략은 하나님께 물어 받은 말씀과 일반이라"(삼하16:23). 이는 아히도벨의 모략이 하나님께 받은 말씀과 같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내릴 징계를 아히도벨의 모략을 통해 이루셨다는 뜻이다.
하나님 말씀은 사람들이 죄를 깨달아 돌이키게 하려고 베푸는 은혜다. 하지만 아히도벨의 모략은 악한 일을 하는 데 사용되었다. 압살롬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한 채 불나방처럼 불 속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정한영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50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