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9-05-14 17:39:13 ]
성령께서 밧모섬에 유배돼 기도하던 사도 요한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다시 오실 때의 소비풍조를 보여주신 묘사를 당시엔 이해하기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오늘날 점점 글로벌화·거대화 하는 소비기업들을 보면 요한계시록에서 말한 상고(商賈:장사하는 사람)의 의미를 가늠할 수 있다.
“땅의 상고들도 그 사치의 세력을 인하여 치부(致富)하였도다 하더라”(계18:3).
여기서 상고들은 헬라어로 ἔμποροι(엠포로이)이며, 단수형은 ἔμπορος(엠포로스)다. 이는 소매상인과는 규모부터 다르다. 함께 사치하던 땅의 왕들과 결탁한(계18:9) 거대한 세력이고, 말세에 등장하는 가장 강력한 미혹의 도구다.
심판의 날에 바벨론을 위하여 땅의 상고들, 곧 거대상인들이 울고 애통해 하는 이유는 “다시 그 상품을 사는 자가 없기 때문”(계18:11)이라고 했다. 요한계시록에서는 그 품목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그 품목은 “귀금속, 액세서리, 패션, 장식, 예술품, 향수, 최고의 미식, 운송수단, 용역서비스류”(계18:12~13)로 구체적으로 나열해 놓았다. 성경대로는 이렇다.
“그 상품은 금과 은과 보석과 진주와 세마포와 자주 옷감과 비단과 붉은 옷감이요 각종 향목과 각종 상아 기명이요 값진 나무와 진유와 철과 옥석으로 만든 각종 기명이요 계피와 향료와 향과 향유와 유향과 포도주와 감람유와 고운 밀가루와 밀과 소와 양과 말과 수레와 종들과 사람의 영혼들이라”(계18:12~13).
상인들이 악하다는 것이 아니다. 세상 신(神)이 사람들에게 자기를 높이려는 과시욕이 곧 하나님 앞에서 행하는 우상숭배와 같고, 이를 통해 부를 늘리고 돈을 추구하는 것이 우상숭배와 같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계18:2~4).
지금은 파리·런던·뉴욕 등 세계 어느 나라 쇼핑몰에 가더라도 거의 차이가 없다. 사치품이든 중저가 상품이든 거대 기업들이 과점적으로 브랜드를 장악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상고화 현상을 가속화한 결과다. 가령 LVMH그룹은 루이비통·셀린느·프라다·로에베·지방시·펜디뿐 아니라 고급 샴페인인 돔페리뇽·모엣샹동·베브클리크와 DFS 면세점, 디올 향수 그룹 등을 소유하고 있다. 시계브랜드인 브레게·오메가·블랑팡·스와치 등 거의 20개 회사가 전부 한 그룹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폭스바겐·아우디·벤틀리·람보르기니·포르쉐·두카티 등의 차종을 소유하고 있다.
이 같은 세계화·거대화한 상고들은 이에 의존하는 나라와 투자자들을 위해서라도 끝없이 만들고 사고 바꾸게 한다. 연예인들을 모델로 내세워 신상품을 광고하고 이벤트를 만들어서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 바벨론 욕망의 수레바퀴는 상고를 만들고 맛집, 먹방을 쏟아내고 심판 날까지 더욱 저항하기 힘든 힘을 발휘할 것이다. 성령 안에서 금식하고 절제하고 기도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위 글은 교회신문 <62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