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2장 7~9절에 보면, 하나님을 대적하여 전인격적(全人格的)으로 타락한 사단과 함께 내어 쫓긴 무리가 천군천사의 ‘삼분의 일’(계12:4)로 가늠된다고 하니 그들의 숫자란 상상초월이다. 이미 하늘에서도 천사장(天使長)과 그 수하로 구성된 위계 조직이었던 그들이 땅에 내어 쫓기었다고 오합지졸일까.
 
 “자칭 유대인이라 하는 자들의 훼방도 아노니 실상은 유대인이 아니요 사단의 회(會)라”(계2:9). 여기서 ‘회(會)’는 단순한 모임을 뜻하지 않는다.  헬라어로는 ‘συναγωγὴ’(수나고게이)이며 ‘유대교회’와 같은 용어다. 영어로는 synagogue(시너고그)이며, ‘syn’은 ‘하나’라는 뜻이니, 일치된(synchronized) 조직이라는 의미다.

과거나 현재 할 것 없이 예수의 증거를 가진 자를 강하게 핍박하는 자도 교회 안에 있었다. 실제로 위그노 대학살을 누가 했는지, 성경대로 침례를 받겠다는 5천만 명을 누가 잔인하게 순교시켰는지, 회개를 일으키는 성령 운동이 일어날 때마다 누가 이단으로 몰고 갔는지, 교회사(敎會史)만 봐도 명백하다.

 거라사 지방의 귀신 들린 자에게 예수님께서 “네 이름이 무엇이냐” 물으셨을 때 “군대”라고 대답한다(눅8:30). 여기서 ‘군대’는 보통명사가 아니라 Λεγιών(레기온)이라 하여 당시 제국에서 3천 명 편제로 조직된 부대 단위를 일컫는 군사 전문용어다. 예수님의 강력한 영적 권위 앞에서 튀어나온 대답이니 만큼, 적의 조직을 추상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일례로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예배도 마귀와 그 수하들과 벌이는 조직적이고 치열한 영적 전투다.  성령 충만하고 영이 맑은 이들은 예배 전이나 도중에 어떤 영적 전투가 벌어지는지 잘 알 것이다. 만약 영안이 열렸다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귀신의 속성은 지절거리고 속살거리는 것인데(사8:19), 어떤 방식으로든 덕이 되지 않는 소음을 만들어 내고 소란을 피우고 수다 떨고 설교자의 말씀 증거와 듣는 이들의 집중력을 깨뜨리는 테러부대 역할을 한다. 예배 중 딴 생각하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조는 것도 다 그런 상황이 조직적으로 연출된 결과다. 예배 전날의 악몽, 바쁜 스케줄, 심지어 거룩해 보이는 불규칙한 생활까지도 조직적이고 치밀한 작전이다. 결전의 순간, 주의 종은 목숨을 초월해 예수의 보혈과 부활의 복음을 성령의 권능으로 증거하는데, 성도들은 말씀이 전달되기도 전에 졸음과 잡념, 멀티태스킹이란 이름의 다른 짓에 빠져, 메뚜기처럼 넘나드는 악한 영들에게 줄줄이 쓰러지면서도 당하는 줄도 모른다. 얼마나 치열하고 간교한 계책들이 준비되고 많은 스태프가 동원되었는지를 감 잡는 것이 영감이다. 중보자들은 더욱 치열하게 기도하여 마귀와 수하들을 대적하고 결박해야 한다. “보이는 것은 나타난 것으로 말미암아 된 것이 아니니라”(히11:3). 

위 글은 교회신문 <63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