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용어 알파와 오메가·59] 구원의 기쁨은 미지근할 수 없다

등록날짜 [ 2019-10-21 13:40:54 ]

“종교 갖는 것을 뭐라고 하지는 않겠다. 기독교의 역사적 성인인 예수를 믿겠다는데…. 하지만 종교는 종교일 뿐이니 적당한 선(線)을 지켜라. 얼마든지 가족에게도 누(累)가 안 되게 교회 다니는 사람도 많은데 왜 꼭 성경대로만 곧이곧대로 믿는 교회에 속해서 문제를 일으키나?”


예수를 진실로 만나면 대부분 이와 유사한 갈등을 겪게 된다. 세상 사람들은 온전히 신앙생활 하는 이들을 ‘비정상적인 사람들’, ‘미친 사람들’로 낙인찍으려 든다. 세상은 인류를 구원하러 예수께서 육신을 입고 친히 사람의 형상으로 오셔서 모든 멸시와 천대와 고통을 당하시고 급기야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심으로 나의 모든 죄과(罪過)를 없애시고 부활하셔서 내 주인이 되신 사건을 “아, 네.” 정도로 적당히 알아주길 바란다.


그러나 도마의 고백처럼 정말 십자가에 죽은 그분이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요20:28)라고 깨달아지면, 적당히 머물러질 수 있을까? 부활하신 주님이 엠마오 마을로 가는 두 제자에게 나타나 성경을 풀어 주실 때 제자들은 말했다.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눅24:32). 여기서 “뜨겁지 아니하더냐?”는 καιομένη(카이오메네; burn or consume with fire)이며, ‘전소(全燒)’, 즉 “모두 타 버릴 정도다”라는 의미로 일반적인 흥분 상태를 뛰어넘는 것이다.

바라던 시험 합격, 콩쿠르 수상, 메달 획득, 사업 성공, 질병에서 해방, 배우자 만남 등도 더할 수 없이 기쁜 일이지만, 구원의 기쁨을 이에 비할까? 이를 두고 세상은 그리스도인을 ‘미친 사람’으로 낙인찍곤 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도 바울이 얼마나 ‘광인(狂人)’으로 몰렸던가. 그래서 “우리가 만일 미쳤어도 하나님을 위한 것이요”(고후5:13)라고 말했다. 또 바울이 그리스도의 부활 사실을 아그립바 왕 앞에서 전도할 때, 베스도가 “너의 많은 학문이 너를 미치게 한다”라고 억지를 부려도 조금도 기죽지 않고 “왕뿐만 아니라 여기 모두 저처럼 사슬에 묶인 것 빼고는 저같이 되기를 원합니다(행26:24)”라고 한 대답은 ‘불타는 마음’, 곧 열정 그 자체의 대변이다.


그래서 복음을 아는 자는 ‘미지근’할 수 없다. “네가 이같이 미지근하여 더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내치리라”(계3:16). ‘미지근’은 χλιαρός(클리아로스; lukewarm, indifferent)이며 문자 그대로는 차지도 덥지도 않은 것이지만 ‘변덕스러운’, ‘애매모호하게 색깔이 없고 차별성이 없는’ 특성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오늘날 많은 교회가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세상 풍속도 적당히 따르면서 세상에서는 세상 사람으로, 교회에서는 교회 사람으로 변신하는 변덕을 ‘미지근’이라고 한 것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64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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