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네마천국’의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다. 어린 시절 영화의 세계가 전부였던 소년 ‘토토’에게 영사기술을 가르쳐 주었던 ‘알프레도’. 그 알프레도는 영화관 화재사고로 실명하자 토토에게 큰 세계로 나아가라고 권유한다. 그 권유대로 토토는 로마로 가서 훗날 성공한 영화감독이 되었고, 알프레도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아버지 같았던 알프레도는 임종 직전에도 토토 이야기를 하며 토토에게 선물로 필름을 남겼다. 로마로 돌아온 토토가 알프레도의 손때 묻은 필름을 영사기로 틀어 보는 순간 관객들은 눈물을 참을 수 없게 된다. 그 필름은 영화를 검열하던 신부가 잘라서 버린 키스신들을 훗날 성장한 토토가 볼 수 있게 알프레드가 하나하나 모아서 편집해 죽을 때까지 보관하고 있던 것들이었다.

누군가의 가슴 깊은 배려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주체 못 할 감동을 받는데, 하물며 내가 이와는 비교도 안 되는 배려의 주인공이라면 어떻겠는가? 그리 말하면 ‘설마 나 같은 하찮은 존재한테 그런 큰 사랑을?’이라며 믿지 않을 것이다. 마치 ‘사랑받는 왕비’라고 아무리 알려 줘도 “아니야 난 무수리야”라며 굳이 우기는 ‘하녀 콤플렉스’다.

“기록된바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하신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도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도 생각지 못하였다 함과 같으니라. 오직 하나님이 성령으로 이것을 우리에게 보이셨으니 성령은 모든 것 곧 하나님의 깊은 것이라도 통달하시느니라”(고전2:9~10).

헬라어 원문에 ‘예비하신’을 뜻하는 ἡτοίμασεν(헤토이마센, have prepared)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영어 시제로 말하면 ‘현재완료형’이다. 성령 충만할수록 하나님의 깊은 속을 알게 된다. 사도 바울도 바리새인 시절에는 눈과 귀와 마음으로도 전혀 몰랐다.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엡1:4~5).

이렇게 창세전부터 사랑을 예비하시고 선악과를 심으심도 당신의 생명을 거신 일이었다.  예수의 제자 중 유일하게 십자가 현장까지 자리를 지켜 어머니를 부탁받은 자(요19:26), 창세  전의 태초를 성경으로 기록한 이(요1:1~3), 주의 만찬 때 주님께 몸을 기댈 만큼 주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끝까지 사랑하심을 알았던 인물 요한은 성경에 이렇게 기록했다. “예수의 행하신 일이 이 외에도 많으니 만일 낱낱이 기록된다면 이 세상이라도 이 기록된 책을 두기에 부족할 줄 아노라”(요21:25). 창세전부터 나 같은 것을 향한 사랑의 배려를 성령으로 깊이 깨달을수록 신앙이 견고해진다. 반대로 평생 성령으로 깨달아도 만분의 일이나 알까 싶은 그 위대한 사랑을 거절하고 밤낮 마귀의 참소대로 “네까짓 거, 너 따위”라는 말을 믿기로 한다면, 보혈을 짓밟고 ‘무수리’로 사는 거다.

위 글은 교회신문 <68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