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1-09-14 16:13:00 ]
초대 교회 당시 최대 위협은 예수를 믿는다고 하면서 교회에 들어와 율법과 전통을 전파한 유대인들이었다. 그들도 예수를 믿었지만 비(非)유대인 기독교인들에게 율법대로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강요했고,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유월절, 무교절, 초실절, 맥추절, 나팔절(추수감사절), 속죄절, 초막절 등 절기와 돼지고기를 금하는 율법의 음식 예법도 가르쳤다.
이로 인한 병폐가 심하던 갈라디아교회에 사도 바울은 “어리석도다 갈리디아 사람들아 예수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이 너희 눈앞에 밝히 보이거늘 누가 너희를 꾀더냐”(갈3:1)라고 질타한다. 일례로 “나와 함께 있는 헬라인 디도라도 억지로 할례를 받게 아니하였으니”(갈2:3)라고 설명한다.
신약성경 곳곳에 드러나는 이들의 궤계는 큰 훼방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그래서 요한계시록에 이런 구절이 있다. “자칭 유대인이라 하는 자들의 훼방도 아노니 실상은 유대인이 아니요 사단의 회(會)라”(계2:9). 어려서부터 자신들이 쌓은 방대한 지식과 몸에 밴 예법과 도덕, 초대 교회에서 대우받았을 유대인으로서의 우월한 위치 등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욕망을 사단은 잘 이용했을 테고, 사단의 회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포진해 치열한 영적 전투가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
예수님은 율법을 완벽하게 완성시키셨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마22:37~40). 많은 규칙과 복잡한 조항들은 지배자들의 권력유지 수단이고, 머리 좋은 사람들의 빠져나갈 방편이고, 오히려 많은 이가 하나님과 멀어지게 할 장애물이다. 그래서 우리 주님은 승천하시기 전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13:34)고 당부하셨다. 로마서에도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롬13:8),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롬13:10)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성경은 말한다. “먹고 마시는 것과 절기나 월삭이나 안식일을 인하여 누구든지 너희를 폄론하지 못하게 하라 이것들은 장래 일의 그림자이나 몸은 그리스도의 것이니라”(골2:16~17). 여기에서 절기(ἑορτή, 헤오르테)는 앞에 나열한 일곱 절기를 말하고, 월삭(νεομηνίας, 네오메니아스)은 유대인의 신년으로 복잡한 회개 예법이 붙는다. 이 모든 것이 너희를 폄론(κρίνω, 크리노)하지 말게 하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폄론(κρίνω, 크리노)이라는 단어는 심판하다(judge), 판단하다(determine)는 의미뿐만 아니라 ‘생각을 갖다’ 또는 ‘의견을 가지다’라는 의미도 있으니 이것이 얼마나 무가치할 뿐 아니라 해로 여길 일인지 표현한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그림자일 뿐이고 실체인 그리스도의 ‘몸’이 아니다. 여기에서 몸(σῶμα, 소마)은 특별히 그리스도의 부활하신 육체를 말한다. 실체인 부활의 푯대를 놓고 달음박질하며 마음과 뜻을 다해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한다면 육체의 소욕대로 죄에 빠질 리 없고, 넘어지더라도 은혜의 보좌로 다시 나아갈 능력을 얻을 텐데 어째서 주의를 분산시키는 일에 가담하려 드는 것이냐는 강력한 권면이 여기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71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