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1-12-29 17:18:22 ]
예수께서는 성경 66권 전체의 핵심을 다음 세 구절로 압축하셨다. “죄에 대하여라 함은 저희가 나를 믿지 아니함이요 의에 대하여라 함은 내가 아버지께로 가니 너희가 다시 나를 보지 못함이요 심판에 대하여라 함은 이 세상 임금이 심판을 받았음이라”(요16:9~11). 성경은 창세기에서부터 우리가 누구의 지배하에 있는지를 치열하게 기록한다. 인간이 뱀으로 화한 마귀에게 속아 하나님을 배반해 마귀 종이 되었을 때 하나님도 마귀의 합법적인 지배권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아담에게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창3:19)이라고 말씀하시고, 뱀에게 “살아 있는 동안 흙을 먹을지니라”(창3:14)고 말씀하심으로써 인간에 대한 지위를 인정하셨다.
본래 인간에게 죄가 들어와 죄의 종이 되기 전에는 땅을 정복하고 하늘과 땅의 모든 생물을 다스릴 권세를 받았으나(창1:28), 마귀에게 속아 죄의 종이 되자 차지하고 있던 모든 공간도 마귀의 것이 되었다. “그 때에 너희는 그 가운데서 행하여 이 세상 풍조를 따르고 공중의 권세 잡은 자를 따랐으니 곧 지금 불순종의 아들들 가운데서 역사하는 영이라”(엡2:2). ‘공중의 권세 잡은 자’에서 ἀέρος(아에로스, 공중·지배공간)는 지배권이 발동되는 마귀가 범접하는 모든 공간을 이른다. 우리도 하나님께서 우주를 창조하실 때 욥과 마찬가지로 하나님 곁에 없었으므로 함부로 말할 수 없으나, 바울이 갔던 셋째 하늘 안쪽 공간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 후 우리는 “죽기를 무서워하므로 일생에 매여 종노릇하는 자”(히2:15)가 되었다. 천지창조 이전 하나님을 대적해(사14:12) 떨어져 처음부터 범죄한 마귀를 좇아 죄를 지으므로 마귀에게 속한(요일3:8) 인간은 죄 중에 태어나 끝없이 죄짓는 악순환과 삶의 고통을 끊을 길은 없었다. 그래서 주님은 우리의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게 하셨다. “너희는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으니 너희 아비의 욕심을 너희도 행하고자 하느니라”(요8:44).
주님은 마귀에게 ‘공중의 권세 잡은 자’, ‘세상임금’(ἄρχων τοῦ κόσμος, 아르콘 투 코스모스)이라는 합법적인 명칭을 쓰신다. 아담과 우리가 죄를 지어 마귀에게 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와 같은 사람(인자)이 되셔서 우리의 범죄함을 인하여 내어 줌이 되고 우리를 의롭게 하고자 다시 살아나셔서(롬4:25) 마귀의 지배권, 사망 권세를 합법적으로 무효시키셨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으로 주인을 바꾸면 더는 마귀의 지배력이 미치지 않게 하셨다.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얻으리니”(롬10:9). 마귀는 여전히 세상 풍속, 염려, 생활고, 돈(맘몬), 이생의 자랑, 나의 의지, 무용담, 재능, 심지어 목회자 등이 주인이라고 협박하거나 속인다. 하지만 요한복음의 세 번째 구절은 부활하셔서 사망 권세를 이기시고 지금까지의 악함이 합법적으로 드러나고 심판 받은 세상임금 마귀와 결별하고 영광 받으신 예수 그리스도로 주인을 바꾸라고 당부한다. “이를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죽었다가 다시 살으셨으니 곧 죽은 자와 산 자의 주가 되려 하심이니라”(롬14:9).
위 글은 교회신문 <73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