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2-01-12 11:58:12 ]
“여호와여 주는 겸손한 자의 소원을 들으셨사오니 저희 마음을 예비하시며 귀를 기울여 들으시고”(시10:17). 소원과 기대가 없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우리의 참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은 자녀인 우리가 고기를 달라 했는데 뱀을 주거나 떡을 달라 했는데 돌을 주는 몹쓸 부모도 아닌 목숨을 내어 주기까지 사랑하신 분이시기에 이 말씀대로 주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소원을 들으시고, 또 “좋은 것으로 네 소원을 만족케 하사 네 청춘으로 독수리 같이 새롭게 하시는”(시103:5) 분이시다.
이것은 하나님 안에서 복을 받는 모든 이의 원칙이요 비결이다. 중요한 것은 교만한 자의 소원이 아니라 ‘겸손한 자’의 소원인데, 원문의 עֲ֖נָוִים(아노빔; humble one, the afflicted, the poor), 즉 ‘겸손한 자’의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거만하거나 자랑하지 않고 남을 존중하는 인격 정도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겸손한 자는 고난당하고 병들고 고통받는 자(the afflicted), 가난해서(the poor) 낮아질 수밖에 없는 자(humble one)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새번역은 ‘불쌍한 자’라고 기록했다. 하나님 아버지는 하나님밖에 의지할 이 없는 자녀들의 절박한 신음에 결코 귀를 닫지 않으심을 약속하셨다.
주목할 것은 소원을 들으시기 위하여 “그들의 마음을 예비하시며”, 그렇게 해서 “귀를 기울여 들으시고”(시10:17)라는 말씀이다. 개역개정은 히브리어 본문에 더 가깝게 ‘예비’를 ‘준비’로 썼다. 즉 “귀를 기울여 들으시려고 마음을 준비케 하셨다”는 말씀이다. 이것이 소원을 들으시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인격적 방법이다. 실제로 하나님께서 쓰신 사람들, 복 받는 인생들의 공통점은 많은 시련과 고난 가운데 마음이 겸손히 준비되고 그동안의 관점이 바뀐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자신을 발견하고 인격적으로 주님을 만나고 회개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참된 소원과 행복해하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발견해 나간다. 그리고 그 소원들을 지속적으로 성취해 나가는 삶을 산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로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2:13). 그렇게 고난은 겸손한 자를 만들고 내 소원과 기쁨이 하나님의 기쁨과 닿는 놀라운 축복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로마서는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롬5:3~4)라고 기록했다. 소망과 소원은 불쌍할 때 얻은 겸손과 연단이 바탕이 되기에 자기가 드러나지 않고 오직 그리스도만 드러나는 속성을 지니므로 그 열매에 명확히 드러난다.
인생이 잘 풀릴 때는 신앙생활도 쉬워 보일지 모르겠으나 그때는 신앙의 바닥을 모를 때다. 지금의 많은 고난을 오히려 복의 기회로 마음을 준비케 하시는 하나님을 따르자. 지금 저의 가난과 궁핍함을 아시는 주님, 제 무기력함을 아시는 주님, 저의 암과 질병과 고통과 상처를 아시는 주님, 모래알과 면도날처럼 변한 가정과 저의 실패를 아시는 주님, 제 인생의 낭비와 무능과 가식과 교만을 아시는 주님. 우리 각자의 불쌍함은 복 받을 기회다.
위 글은 교회신문 <73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