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용어 알파와 오메가·105] ‘셀롯’이라 하는 시몬

등록날짜 [ 2022-03-15 10:27:57 ]

예수님의 열두 사도는 특별하다. 이들은 예수께서 성경대로 육신으로 오셔서 우리 죄를 대신해 죽으셨고, 성경대로 다시 살아나셨고(고전15:3~4), 약속대로 성령을 보내 주신 모든 사건의 경험자이자 복음 전파의 첫 바통을 맡았기 때문이다. 사도들의 배경 또한 하나님의 창세 전부터 그리스도 안에서 택하신 경륜 가운데 있었음은 자명하다.


정치색에 있어서도 우리 주님은 물과 기름 같은 사람들을 동시에 받아들이셨다. “마태와 도마와 및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와 및 ‘셀롯’이라 하는 시몬과 및 야고보의 아들 유다와 및 예수를 파는 자가 될 ‘가룟’ 유다라”(눅6:15~16). 예수님 제자 중에 ‘시몬’이 둘이다. 하나는 ‘게바’라고도 하는 유명한 시몬 베드로이고 또 한사람은 가나안인 ‘셀롯’ 시몬이다. 


여기에서 ‘셀롯’이란 영어 ‘Zealot’을 우리말로 비슷하게 표기한 것이다. 어원인 ‘zeal’은 ‘열심’, ‘시기’란 뜻이고 고유명사로서 당시의 ‘열심당원’을 뜻한다. 헬라어 원어는 ‘ζηλωτής자이로타스)’인데, 말 그대로 “하나님을 사모하는 열심이 삼키고 불태운다”가 모토였다. 열심당은 로마의 어떠한 압제에도 타협을 거부하고 암살, 테러, 무장봉기 등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가룟 유다도 셀롯 시몬과 유사한 정치색깔이었음을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다. 헬라어로 ‘Ἰσκαριώθ(이스카리우스, Iscariot)’는 열심당원 중에서도 가장 급진적이며 암살, 테러 등의 전위대 조직인 ‘Sicarii(시카리, 라틴어로 칼인 Sica에서 비롯된 말)’를 뜻하는 헬라어이다. 그러니까 이름 앞의 별명이 열심당 중에서도 극렬행동조직의 ‘조직명’인 셈이다. 가룟 유다의 목적도 처음부터 예수를 이용해 이 땅에서 이스라엘 국권을 급진적으로 회복하는 것이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런 셀롯 시몬이나 가룟 유다의 눈에 로마에 세금을 가져다 바치던 마태는 증오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오늘날 민족감정, 정치성향 대립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셀롯 시몬은 그리스도를 만난 후 주님 나라가 이 땅에 있지 않고 영원한 하늘에 있음을 알았다. 비록 부활하신 주님을 보고 “이스라엘을 회복하심이 이때니이까”(행1:6)라며 아둔했을지언정, 성령이 임하자 우리의 씨름이 혈과 육에 속한 것이 아니요, 육신의 영광 따위는 장차 올 부활의 영광에 비할 바조차 안 됨을 산 소망으로 가졌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시몬은 영국까지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을 최초로 전하고 다시 이란 고원으로 나가 톱에 잘려 순교했다. 로마가 세계 공용어를 헬라어와 라틴어로 통일시켜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었고, 이스라엘을 흩어지게 하여 땅끝까지 복음이 전파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한편, 자기들의 이상에 맞지 않는다고 예수를 조직적으로 죽이는 배후에 가담한 셀롯들은 73년 마사다에서 로마군에 항거하다 모두 자살한다. 마치 가룟 유다가 예수를 배신하고 자살한 것처럼. 부활을 위해 순교한 시몬과 대비되는 안타까운 죽음이다. 그것이 성령을 받아 영의 일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차이이며, 이 땅이 전부인 사람과 천국에 소망을 둔 사람이 역사적 통찰력을 가지는 차이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740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