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8-12-13 23:48:30 ]
의학은 인간 육체의 설계와 신비 보여 주지만
때로는 진화론적 선입관으로 잘못된 주장
과거엔 기능 입증 못해 필요없다고 오해
사랑니는 퇴화기관 아닌 유전자 고장 현상
꼬리뼈는 인대와 근육 연결된 중요한 뼈
충수돌기·편도선은 몸 보호 최전선 면역기관
인간의 ‘직립보행’과 놀라운 두뇌 능력은
하나님의 신비로운 설계 보여 주고 있어
의학은 사람의 건강과 질병에 대해 연구해 예방·치료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학문 분야이면서 동시에 실용적인 의학 기술을 포함한다. 이런 의학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 설계’의 신비를 봄과 동시에 인간의 범죄로 죽을 수밖에 없는 ‘망가진 설계’를 함께 볼 수 있다. 의사와 의학자들은 질병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의학 기술의 한계와 기적을 보면서 초월적인 하나님의 존재 앞에서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의학은 인간 육체의 놀라운 설계와 신비를 볼 수 있는데도 진화론에 큰 영향을 받았다. 예를 들어, 인간의 DNA 염기서열을 모두 분석한 연구 결과를 해석하면서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매우 많다고 고백해야 하는데, 모르는 부분을 진화과정에서 폐기된 ‘쓰레기 DNA’라고 해석한 것이다. 이는 인간의 몸에 진화과정에서 폐기된 퇴화기관 또는 흔적기관이 있다는 오래된 잘못된 지식에서 비롯됐다.
퇴화기관으로 거론되는 것들은 ‘충수돌기’(맹장 끝에 붙어 있는 벌레처럼 생긴 작은 기관), 사랑니, 꼬리뼈, 편도선 등이다. 이런 기관들은 대략 세 가지 이유로 퇴화기관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
▲첫째, 진화론적 선입관으로 잘못된 주장을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꼬리뼈다. 과거 꼬리가 있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척추뼈의 맨 끝에 있는 뼈를 퇴화된 꼬리뼈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꼬리뼈’는 인대와 근육이 연결된 매우 중요한 뼈이다. 꼬리뼈를 다치면 인대와 근육으로 연결된 여러 기관에서 많은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대변 실금까지 일어날 수 있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꼬리 달린 아이들’을 찾아보면 관련된 많은 아이 사진이 나온다. 진화론자들 중에는 이런 아이들이 ‘인간이 과거 꼬리가 있는 유인원이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아이들의 꼬리는 질병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척추갈림증’에 걸려 척추 속에 있어야 할 척추 신경이 밖으로 나와 마치 꼬리처럼 보이는 것이다. 척추 신경은 살로만 덮여 있기 때문에 다치기 쉽다. 이 아이들은 진화의 증거가 아니라, 병에 걸려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다.
▲둘째, 과거에 기능을 몰랐기 때문에 기능이 없는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충수돌기’ ‘편도선’ 등이다. 면역학이 발전되기 전까지는 이런 기관들이 왜 필요한지 몰랐다. 더욱이 충수돌기나 편도선은 염증이 생겨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충수염은 맹장염이라고 잘못 부르고 있는데 가장 흔하게 복부 수술을 하는 질병이며, 편도선염은 어린아이들에게 자주 생겨 제거 수술을 받는다. 기능이 없는 이 기관들이 걸핏하면 염증이 생기니 미리 제거하는 ‘예방적 제거술’이 좋다고 믿기까지 했다.
그런데 ‘충수돌기’나 ‘편도선’에 염증이 잘 생기는 이유는 이 기관들이 외부에서 몸을 보호하는 가장 최전선 면역기관이기 때문이다. 편도선을 비롯하여 인두편도(아데노이드) 등은 입안에서 원형으로 위치하여 외부에서 입으로 들어오는 적을 막는 면역기관이다. 충수돌기는 세균이 거의 없는 소장에서 세균이 득실득실한 대장의 첫째 장인 맹장의 끝에 위치하면서 장내 세균을 조절하는 면역기관 역할을 한다. 실제로 충수돌기나 편도 등은 면역에 관여하는 림프조직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편도선과 충수돌기에 대한 예방적 수술은 잘못된 것이라고 이미 밝혀졌고, 염증이 생긴 경우에도 심하지 않으면 수술보다 약물 치료을 선호하고 있다.
▲셋째, 사랑니처럼 기능도 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다. 그러나 사랑니가 퇴화기관이라면 도리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흔적기관이어야 할 것이다. 사랑니와 같은 문제는 실제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질병과 유사하다. 이런 문제들은 유전자 설계도가 일부 고장 났거나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진화하면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돌연변이 등으로 유전자 손상이 계속 누적돼 고장 난 부분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유치에서 영구치로 바뀌는 과정에서 어떤 아이들은 영구치가 날 자리에 영구치가 없어 평생 유치로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랑니는 셋째 어금니인데, 어떤 사람들은 아예 나지 않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제대로 된 위치에 사랑니가 난다. 심지어는 넷째 어금니가 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랑니는 퇴화기관이 아니라 유전자 고장 여부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생기는 현상일 뿐이다.
사랑니 문제는 현대인의 식생활과 호흡 등 습관의 영향도 있다. 어린이의 구강 구조는 성장하면서 계속 커지기 때문에 유치보다 더 많은 수의 영구치가 나오게 돼 있다. 그런데 잘 씹지 않는 식생활 습관 때문에 구강 성장이 정상보다 작아지게 된다. 구강 구조가 작아지면 영구치가 모두 잘 나올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 또 알레르기 등으로 호흡 습관이 변하면 입의 구조가 정상보다 작아질 수도 있다. 이처럼 구강 구조가 작아지면 영구치가 제대로 나올 공간이 부족해 셋째 어금니인 사랑니가 자기 위치를 잡지 못하고 잘못될 수 있다.
하나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에서 살 수 있도록 창조된 인간은 범죄의 대가로 죽을 수밖에 없는 몸을 갖게 됐다. 따라서 사랑니뿐 아니라 여러 가지 약한 부분, 고장 난 부분을 갖게 됐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이 망가지고 있다. 많은 의학자가 유전자 조작 등을 통해 이런 망가진 부분을 수리하면 수명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육체는 망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하나님의 놀라운 설계를 보여 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직립보행’과 놀라운 두뇌 능력이다. 최근 인공지능(AI)의 놀라운 발전도 인간의 신경망 구조를 일부 모방해서 나온 결과이니 우리 뇌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또 평범해 보이는 ‘직립보행’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걷는 로봇을 만드는 기술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장 큰 문제는 쉽게 넘어지는 것이며, 아직도 ‘사람처럼 걷는’ 로봇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쉬운 것 같은데도 너무나 어려운 직립보행, 아직도 미지의 영역인 ‘뇌’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인간은 육체 그 이상의 존재라는 것이다. 어제까지 함께 사역했던 후배가 갑자기 다음 날 천국으로 가기도 하고, 도저히 가망 없다고 했던 환자가 건강한 모습으로 의사 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의학의 가장 큰 매력은 죽음과 질병과 기적을 통해 그 너머에 있는 영원한 생명을 어렴풋이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이은일 (고려대 의대 교수, 한국창조과학회 6대 회장)
위 글은 교회신문 <60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