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2-10-06 01:05:38 ]
과학계에서 인정하는 가장 큰 홍수는 ‘미줄라(Miss-oula) 홍수’이다. 이는 과거 빙하기에 북쪽에서 내려온 빙하가 현재 미국 몬태나주를 흐르던 강물을 막아 거대한 호수를 형성했고, 그 빙하 댐이 붕괴해 호숫물이 워싱턴주와 오리건주를 휩쓸고 지나간 대홍수이다. 이 지역에 엄청난 양의 용암이 흘러나와 굳어진 현무암층이 두껍게 쌓여 있는데, 미줄라 홍수로 그 현무암층 위에 거미줄처럼 여러 갈래로 깊은 계곡이 만들어졌다. 미줄라 홍수로 생겼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증거는 여러 곳에 널려 있지만, 그것을 볼 안목을 지닌 사람은 브레츠(Bretz) 박사 한 사람뿐이었다.
브레츠 박사가 1923년 미줄라 홍수설을 발표했을 당시, 다른 지질학자들은 그런 홍수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느냐고 조롱하면서 콜롬비아 강물에 오랜 세월 침식당해 이루어진 계곡이라며 무시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30여 년간 끈질기게 증거를 수집하고 연구한 끝에 마침내 학계에서 인정받게 됐다.
다음의 왼쪽 사진은 미줄라 홍수로 만들어진 워싱턴주 프렌치맨 쿨리(Frenchman Coulee) 계곡이고, 오른쪽 사진은 오랜 세월 풍화로 부서져서 된 요세미티 공원의 데블스 포스트파일(Devils Postpile)이다. 두 지역 모두 현무암으로 수직 절벽이 형성됐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가?
<사진설명> 워싱턴주에 있는 프렌치맨 쿨리 계곡. 300m 높이 수직 절벽 아래에는 흐르는 물이 없고, 암석이 부서진 테일러스가 별로 없다. (오른쪽)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공원의 데블스 포스트파일. 아래에 테일러스가 많이 쌓여 있다.
데블스 포스트파일 밑에는 암석이 부스러져 쌓인 테일러스(Talus)가 수북하지만, 프렌치맨 쿨리 절벽 아래서는 별로 발견되지 않는다. 만약 풍화·빗물·하천의 침식작용이 과거부터 계속돼 이뤄진 지형이라면, 그 현상과 결과가 지금도 그 자리에서 발견돼야 한다. 그런데 왜 프렌치맨 쿨리에서는 발견되지 않을까? 그것은 데블스 포스트파일처럼 풍화가 현재까지 계속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에 갑자기 일어난 격변 사건으로 만들어졌음을 말해 준다. 모서리가 날카로운 수직 절벽이 만들어지려면 암석이 무너져 내려야 하는데, 그것이 사라졌다는 것은 강력한 힘을 가진 홍수 물이 부서진 암석을 휩쓸고 지나갔음을 나타낸다.
이 증거들을 발견하고 브레츠 박사는 미줄라 홍수설을 주장했지만, 다른 지질학자들은 터무니없다고 비웃었다. 오랫동안 강물이 흐르고 침식하면 깊은 계곡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무시한 것이다. 이처럼 증거를 보는 안목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사진설명> 그랜드캐니언 모습. 모서리가 날카로운 수직 절벽과 광대한 계곡에 비해 매우 작은 콜로라도강이 보인다. 테일러스가 많지 않고 비교적 깨끗하다. (오른쪽)자이언캐니언. 모서리가 날카로운 수직 절벽, 광대한 계곡에 비해 매우 작은 버진강이 보인다.
그랜드캐니언을 보라! 모서리가 날카로운 수직 절벽이 많지만, 마치 최근에 물로 씻겨 내려간 것처럼 깨끗하지 않은가? 이런 현상은 그랜드캐니언뿐만 아니라 콜로라도 고원 일대 침식 지형에서도 볼 수 있다. 물론 부분적으로 암석 파편과 흙이 약간 쌓인 곳도 있지만, 그 정도 테일러스는 거대한 그랜드캐니언이 풍화로 부스러지고 콜로라도강이 침식해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하는 증거로 절대 사용할 수 없다.
만약 정말로 수백만 년간 풍화를 받아 암석들이 부서지고 그것이 아래로 굴러떨어져서 콜로라도강 물에 침식된 결과라면, 그랜드캐니언은 현재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랜드캐니언 양쪽 사면을 이루는 암석들의 모서리는 마모되어 대부분 둥글어야 하고, 콜로라도강이 흐르는 아래 계곡에는 위에서 굴러떨어진 암석으로 가득해야 한다. 그랜드캐니언을 이루는 암석 중에서 사암이나 석회암은 강한 편이라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콜로라도강에는 암석이 많이 쌓여 있지 않는데다 큰 암석들을 운반할 만큼 물의 양이 많지 않고 흐르는 속도도 느리다. 그랜드캐니언의 크기에 비해서 너무나도 작은 콜로라도강이 수백만 년 흐르면 그랜드캐니언과 같이 광대한 계곡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과연 과학적으로 타당한 것일까? 진리를 발견하려면 증거를 직시해야 한다.
/박창성 목사
세계창조선교회장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과 전공
위 글은 교회신문 <76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