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5-26 10:03:47 ]
숱한 어려움과 고난을 겪고 언어로 번역되다
<사진설명> 위: 마르틴 루터가 번역한 독일어 성경. / 아래: <예수셩교젼셔>(1887년). <셩경젼셔>(1911년).
성경은 무려 1600년에 걸쳐 완성됐다. BC 1500년경 모세 이후 구전되다가 어느 시점부터 돌이나 짐승 가죽, 파피루스에 문자로 기록됐다. AD 100년경 사도 요한이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받아 쓴 ‘요한계시록’까지가 성경에 속한다. 초창기 성경은 책 형태로 묶여 있지 않고 두루마리 형식으로 각 권이 나뉘어 있었다. AD 1세기에 지금의 책 형태와 유사한 코덱스(Codex)가 발명되면서 책으로 선보였고 AD 4세기에 보편화했다. 이 방대한 기록은 서로 다른 시대와 환경과 지역에서 모세를 비롯한 40여 명이 이스라엘 민족에게 나타난 하나님의 역사를 기록했고, 히브리어와 아람어, 그리스어로 쓰였다.
구약성경의 정경화
두루마리 형식으로 각 권이 따로 존재한 문서 중, ‘모세5경’(Pentateuch, 창세기~신명기)이 가장 먼저 권위를 인정받았다(에스라 시대, BC 450년경). 다음으로 예언서가 정경(Canon)의 위치를 차지했다(BC 2세기경). 마지막으로 모세5경과 예언서들을 제외한 나머지 책들(성문서)이 AD 90년경 얌니야 회의에서 정경의 범위(39권)로 확정되었고 더는 다른 책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의해 구약성경 목록이 확정됐다.
신약성경의 정경화
예수 사건 이후 그리스도교의 복음은 초기에 구전으로 전파되어 구약 역사와 예언에 비추어 해석됐다(고전15:3~4). 이후 AD 90년 얌니야 회의에서 구약 목록이 확정될 즈음에 그리스도의 생애와 사역에 대한 구전을 기록한 신약 복음서가 완성됐다.
이 당시 신약성경 각 책은 완성된 책 한 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각 교회에서 개별적으로 읽히고 교훈과 가르침의 표준으로 사용됐다. 그러다가 이단과 위서들이 나타나자 교회는 정경을 확정할 필요를 제기했고, 2세기에 이르러 교회들은 어떤 문서에 하나님의 말씀이 담겨 있는지 선별해야만 했다.
그 뒤 100여 년 동안 교부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어떤 문서를 성경으로 선택할지를 논의했다. 논의의 내용은 문서가 하나님께 받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신학적으로 바른지, 문서에 기재된 사실이 정확한지에 관한 것이었다. 4세기 중반에 이러한 논의가 끝을 맺는데, 어떤 문서를 성경에 넣고 어떤 것을 제외할지에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397년에 아프리카 카르타고 공회에서 지금의 신약성경을 구성하고 있는 27권을 정경으로 채택하기에 이른다.
성경 번역 역사와 우리말 성경
성경은 3세기까지 구약은 그리스어 성경(70인역)이나 히브리어판 성경으로, 신약은 그리스어로 쓰여 통용됐다. 그런데 로마 중심으로 교회가 재편되고 라틴어 문화권에서 기독교가 자리 잡자 히브리어나 그리스어는 대중적으로 읽힐 수 없었다. 그래서 로마 교황은 제롬이라는 학자에게 모든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하라고 지시했다.
AD 385~405년 사이에 완성된 이 번역은, 당시 대중이 사용하는 통용어로 쓰였다고 해서 ‘보통의’ ‘일반의’를 뜻하는 라틴어 ‘불가타’ 역본으로 불린다. 이 번역은 가톨릭의 공인 번역이 되었다. 후에 로마교회의 권위주의가 강해지자 라틴어를 거룩한 언어로 규정하고 다른 언어보다 우위에 두면서 성경의 번역은 불가능해졌다.
종교개혁을 주도한 루터는 당시 일반인을 배제한 채 사제나 지식인만 라틴어를 읽고 해석하는 일이 잘못되었다고 보았다. 루터는 탄압을 피해 숨어 지내는 동안 신약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했고, 나중에는 구약성경도 모두 독일어로 번역했다. 당시 발달하기 시작한 인쇄술 덕분에 일반 대중은 성경을 더욱 가까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성경 보급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개역한글판 성경
한국에서 처음 출판된 성경은 중국어문리역을 번역한 <예수셩교젼셔>(1882~1887년)다. 이후 영어개역을 보완한 <셩경젼셔>가 나왔다. 현재 한국교회에 두루 퍼져 있는 성경인 <개역한글판>은 1911년에 번역 출간한 <셩경젼셔>를 두 차례에 걸쳐서 크게 개정한 것이다. 1차로 1938년에 개정하여 개역이 되었고, 1952~1961년 ‘한글맞춤법 통일안’(1933년)에 따라 다시 전면적으로 고쳐서 출간한 개정의 결정판이 1961년에 나온 <개역한글> 성경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43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