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8-31 13:14:52 ]
유월절 시기 ‘반 세겔’을 바치고 성전에 올라가
<사진설명> 반 세겔 동전. 한 면에는 로마 황제 얼굴이, 다른 면에는 독수리 형상이 그려져 있다.
20세 이상 유대인 남자들은 해마다 한 차례 성전세를 내야 했다. 성전세는 성전 화폐 기준으로 ‘반 세겔’이었다.
“무릇 계수 중에 드는 자마다 성소에 세겔대로 반 세겔을 낼찌니 한 세겔은 이십 게라라 그 반 세겔을 여호와께 드릴찌며 무릇 계수 중에 드는 자 곧 이십 세 이상 된 자가 여호와께 드리되 너희의 생명을 속하기 위하여 여호와께 드릴 때에 부자라고 반 세겔에서 더 내지 말고 가난한 자라고 덜 내지 말지며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서 속전을 취하여 회막의 봉사에 쓰라 이것이 여호와 앞에서 이스라엘 자손의 기념이 되어서 너희의 생명을 속하리라”(출30:13~16).
‘반 세겔’이란 히브리어로 ‘쉐켈 하 코데쉬’ 즉 ‘거룩한 세겔’이라고 부르며 출애굽기 30장 13~16절을 근거로 여자와 미성년자를 제외한 이스라엘 20세 이상 모든 성인 남자에게 부과했다. 그 대상에는 노예나 자유를 얻은 종도 포함됐다.
당시 1데나리온(Denarius)이 은 3.9g인 사실을 고려하면, 약 4데나리온에 해당하는 ‘반 세겔’은 백성에게 절대 만만찮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구걸로 먹고사는 거지라도 20세 이상 된 남자라면 자신의 옷을 팔아서라도 반드시 내야만 했고, 내더라도 한 번에 내야 했다.
성전세는 원래 유월절 시기에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해 바쳐야 했다. 성경은 “가버나움에 이르니 반 세겔 받는 자들이 베드로에게 나아와 가로되 너의 선생이 반 세겔을 내지 아니하느냐”(마17:24)라고 말한다. 예수께서도 성전세 납부에 관해 말씀하셨다. 마태복음 17장 27절에는 예수께서 반 세겔 받는 자들에게 오해를 사지 않으시려고 베드로에게 물고기 입에서 찾은 한 세겔로 예수 자신과 베드로의 성전세를 내게 한 이야기가 나온다.
반 세겔을 징수하는 방법
성전세 징수 기관인 예루살렘 성전은 히브리력으로 맨 마지막 달인 아다르월 첫째 날부터 모든 이스라엘 백성에게 ‘반 세겔’ 징수를 공지한다. 그 이유는, 아다르월이 지나고 나면 바로 니산월이 되고, 니산월 14일째 날이 바로 유월절이기 때문이었다. 유월절에 이스라엘 모든 백성이 예루살렘으로 모이기에 성전세를 징수하는 자로서는 미리 반 세겔을 준비하라고 공지하는 편이 공무(公務)상 유리했고, 또 한꺼번에 반 세겔을 걷을 좋은 기회였다.
반 세겔을 징수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아다르월 15번째 날, 즉 부림절부터 반 세겔을 거둘 상자(Pushket)를 각 동네에 마련했다. 또 열흘 후, 즉 아다르월 24번째 날에 그 상자를 예루살렘 성전 마당에도 준비했다. 순례자들이 유월절을 지키려고 니산월 첫째 날부터 예루살렘에 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때 성전 마당이란, 성전 주 건물 마당이 아니라 성전 동쪽 ‘이방인의 뜰’이라고 부르던 곳을 가리킨다. ‘이방인의 뜰’ 근처 ‘솔로몬의 행각’에는 환전하는 자들과 비둘기 파는 자들의 장소를 마련했다.
복음서에서도 등장했듯, 환전상이 있어야 했던 이유는 예수 시대 예루살렘 성전이 반 세겔을 징수할 때, 유대 동전으로 받기보다는 환전 차익을 노리고 두로 세겔(Tyrian shekel)로 징수하는 편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때 환전상들은 환전 대가로 이자를 받았는데 그것을 ‘콜본’이라고 불렀다. 예루살렘 성전은 반 세겔을 반드시 거둬들이고자 강제 집행관을 임명했다. 이렇게 임명한 집행관은 권력이 막강해서 반 세겔을 내지 않는 사람을 잡아서 매로 때릴 수 있었고, 심지어는 그 사람의 재산을 몰수할 수도 있었다.
예수와 반 세겔
위에 언급한 마태복음 17장 24절 말씀의 시기는 부림절 바로 이후며 유월절을 앞두고 있는 때라고 짐작한다. 또 제자들에게 다가와 반 세겔을 내라고 종용하는 자들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임명한 집행관일 가능성이 크다.
또 마태복음 21장에는 예수께서 유월절 기간에 성전에 들어가셔서 돈 바꾸는 자들의 상을 엎으시는 장면이 등장한다. 반 세겔을 거두는 때가 유월절과 맞물려 있는 점으로 보아 아마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두로 세겔을 성전세로 환전해 주고 콜본이라는 환전 대가를 받는 환전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사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모든 자를 내어 쫓으시며 돈 바꾸는 자들의 상과 비둘기 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엎으시고 저희에게 이르시되 기록된 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굴혈을 만드는도다 하시니라”(마21:12~13).
위 글은 교회신문 <44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