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안과 밖 이야기] 거룩한 직분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등록날짜 [ 2015-10-12 11:32:40 ]

권력에 눈이 멀면 위대한 축복도 도리어 참혹한 저주가 돼 

대제사장은 성막(聖幕)에서 하나님께 제사 드리는 일을 담당한 레위 지파 제사장 중 우두머리다. 하나님 앞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대표했고 제사에 관한 제반 사항을 관장했다(27:21). 초대 대제사장으로 아론이 임명되었고, 성막을 완공한 후 권한이 공식적으로 주어졌다(27:21). 이후 아론의 직계가 대제사장 직무를 계승했는데 율법상 결격 사유가 없으면 장자가 대를 이어 종신토록 사역했다(21:16~23).

대제사장은 성소(聖所)를 감독하고 봉사와 회계를 주관했다(왕하22:4). 또 하나님의 뜻을 구했고(27:21), 11차 대속죄일에 지성소(至聖所)에 나아가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속죄제를 드렸다(16:34). 신약에서는 산헤드린 공회의 의장 역할을 했다(26:57;5:21). 히브리서 기자는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궁극적으로 우리 죄인들의 죄 문제를 해결하신 영원한 대제사장이라고 가르쳤다(5:5;6:20). 

종신 세습직

대제사장 직책은 원래 레위 지파 아론 계열 중 선임 제사장에게 승계되는 종신 세습직이었다. 아론을 이은 엘르아살만 아론의 셋째 아들이었고, 이후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장남에게 승계했다(20:23~29;25:10~13;27:18~23). 하지만 신약 시대에 들어와 외세에 지배받던 시기에는 식민 통치자가 대제사장을 임명했다. 로마의 지배를 받을 당시 대제사장을 임명할 권한은 로마 총독에게 있었다.

그러다 보니 대제사장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이권(利權)에 따라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임명되고도 1년을 채우지 못하는 대제사장이 허다했고 성직 매매는 보통이었다. 자연히 생존해 있는 전임 대제사장이 수두룩했다(이들 역시 대제사장이라 호칭함). 혼란을 막으려고 현직 대제사장을 그해의 대제사장’(18:13)이라 칭해 전직 대제사장과 구분했다. 예수님 당시 현직 대제사장은 가야바였고(26:57), 전직은 안나스였다(18:24). 

예수 당시 제사장

이에 군대와 천부장과 유대인의 하속들이 예수를 잡아 결박하여 먼저 안나스에게로 끌고 가니 안나스는 그 해의 대제사장인 가야바의 장인이라”(18:12~13).

군대와 천부장은 유대인들의 공적 기관인 산헤드린 공의회로 예수를 데려가지 않고 안나스에게 데려간다. 현직 대제사장이 가야바였는데도 안나스에게 데려간 것이다. 안나스야말로 예수를 십자가 죽음으로 이끈 핵심적인 인물이었음을 이른다.

원래 이스라엘 대제사장은 한 명이어야 한다. 대제사장은 중병에 걸려 직무 수행이 어렵지 않는 한 종신직이었다. 그런데 로마 정권 아래에서는 대제사장이 로마 정권에 의해 세워지기도 하고 교체되기도 했다. 전직 대제사장과 현직 대제사장으로 구분했지만, 대제사장이 동시대에 여럿 존재했다. 그래서 성경에서 대제사장들이라는 표현이 계속 나온다

정치와 결탁한 권력

대제사장을 임명하는 일에 로마 정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다 보니, 대제사장들은 절대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자기 자리를 지키려고 로마의 눈치를 보았다. 특히 로마 정권에 위협이 될 만한 세력이 발흥하면 어떻게든 유대 땅에서 몰아내야만 했다. 이런 배경에서 대제사장들이 나사렛 예수를 죽이려 했다. 나사렛 예수야말로 당시 유대 사회 체제를 뒤엎을 변혁자이자 요주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예수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죽이려 한 중심에 바로 안나스가 있었다.

예수 당시 대제사장은 안나스의 사위인 가야바였지만, 안나스가 가야바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안나스가 예수를 붙잡아 죽이려는 이유는 자신들이 누리는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 때문이었다. 자기 권력과 자리를 지키기 위한 욕심이 주님을 십자가로 내몰았다.

안나스 100년도 안 되는 인생을 위해 영원한 축복을 버리고 영원히 참혹스러운 저주를 택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다. 스스로 정당하다는 합리화를 등에 업고 말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45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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