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안과 밖 이야기] 하늘나라 특권을 누리는 백성

등록날짜 [ 2015-12-14 14:25:56 ]

영원한 권리에 비하면 세상 권세는 초라한 것


<사진설명> 외국인은 로마 군인으로 25년간 복무하고 퇴역하면 로마 시민권을 받았다.

천부장이 바울을 영문 안으로 데려가라 명하고 저희가 무슨 일로 그에 대하여 떠드나 알고자 하여 채찍질하며 심문하라 한대 가죽 줄로 바울을 매니 바울이 곁에 섰는 백부장더러 이르되 너희가 로마 사람 된 자를 죄도 정치 아니하고 채찍질할 수 있느냐 하니”(22:24~25).


바울 당시 로마군은 16세에서 45세까지 복무했고, 강제 징집은 아니었지만 시민권과 여러 혜택 덕분에 많은 젊은이가 입대했다. 로마군은 공화정 시대에는 시민권자 중심이었지만 황제 시대에는 외국인 용병이 더 많았다. 비시민권 외국인이라면 25년간 복무하고 청동판에 새겨진 로마 시민권 증서를 받고서 베테랑(veteran)’ 즉 퇴역병사가 되었다. 군 복무 중에는 결혼을 금지했고, 결혼한 군인들은 가족을 데리고 다닐 수 없었다.

군인들은 평화로울 때 도로와 건물 건설에 동원됐다. 탈영이나 반란을 일으키면 무조건 처형되었고 가족까지 몰살당했다. 또 갈리아 출신 병사는 영국 브리튼 지역에, 브리튼 출신 병사는 소아시아 지역에 배치하는 식으로 고향에서 먼 곳으로 복무 지역을 배정해 탈영을 봉쇄했다. 그렇지만 많은 급여와 각종 권리 때문에 군 이탈은 심하지 않았고 군율도 잘 유지되었다.

로마 시민권은 원래 로마 시 인근 라틴 평원 사람들만 소유했지만, 로마에 협조하거나 공을 세운 외국인도 군사령관과 황제에게서 시민권을 받았다. 또 고가에 시민권을 살 수도 있었다

로마 시민권자 바울

사도 바울은 로마 시민권자였다. 사도행전에 보면 천부장은 돈을 주고 시민권을 샀고 바울은 시민권을 세습했다. 바울이 나면서부터 로마 사람이었다는 점은 바울의 아버지가 로마 시민권자였다는 뜻이다. 바울의 가문(家門)이 어떻게 로마 시민권을 취득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강 세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첫째, 다소가 주전 171년경에 로마 시로 편입한 후 일부 지식인들이 로마 시민으로 인정받았는데 이때 바울 가문도 포함됐다.

둘째, 바울의 선조가 돈으로 시민권을 취득했다.

셋째, 바울의 선조 중 누군가 로마 행정관이나 장군에게 큰 공헌을 한 대가로 시민권을 얻었다.

로마 시민권을 가진 자는 여러 특권을 누렸다. 우선 시민권자만이 무려 6m나 되는 권위의 상징인 토가(고대 로마인의 긴 겉옷)를 걸칠 수 있었다. 또 관리에 임명되거나 투표할 권리를 얻었고, 상업하는 데 제약이 없었다. 시민권자와 결혼할 자유를 누렸고, 많은 종류의 노역과 세금도 면제됐다. 여러 특권 중 시민들이 가장 좋아한 권리는 오락 행사와 서커스를 무료로 관람하고, 빵을 공짜로 배급받는 것이었다.

또 로마 시민은 재판 없이 구금되거나 투옥될 수 없었고, 죄수의 고백을 강요하는 일반적인 고문 방법인 채찍질도 당하지 않았다. 만약 어떤 시민권자가 지방 통치자에게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로마 황제에게 상소할 수 있었다.

따라서 당시 세계 패권을 장악하고 있던 로마 제국의 시민권을 갖는다는 것은 그 막강한 혜택 때문에 큰 영광으로 여겼다.

그러나 바울은 다른 시민권자들과 달리 위세를 드러내는 데 시민권을 사용하지 않았고 권리의 상징인 토가도 걸치지 않았다

하늘 시민권자의 자부심

사람들이 로마 시민권을 획득하려고 애쓰는 면모에 빗대어 바울은 하늘 시민권을 사모하라고 권했다. 인간은 땅에서 유래한 저급한 존재가 아니라 하늘 왕국에 돌아갈 고귀한 영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바울은 영원한 왕국은 고통과 배고픔이 없고 억울하게 항소할 일도 없는 사랑의 나라라고 가르쳤다. 또 신자들을 로마 군대에 비유해 그리스도의 군사라고 불렀다.

그리스도의 군사란 하늘나라를 위해 일하는 병사들로, 탈영이나 불평 없이 신실한 마음으로 섬기고 때로는 먼 곳에도 파견되는 사역을 감당하는 군사를 의미했다. 무엇보다 고된 영적 병역 뒤에는 하늘의 시민권이 부상으로 주어진다는 사실을 가르쳤다.

위 글은 교회신문 <46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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