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04-25 15:08:04 ]
왜 그렇게 번역하기 어려울까요?
첫째, 히브리어의 ‘복’(브라카)은 동사(베레크)에서 파생한 명사인 데 반해, 한국어의 ‘복’은 명사이고, 그 동사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복을 준다’ ‘복을 받는다’ ‘복을 빈다’ ‘복이 들어온다’ ‘복이 나간다’ ‘복 덩어리’, 심지어 형용사로 사용하는 ‘복된’도 결국 명사를 바탕으로 한 말입니다.
둘째, 우리말 성경에서 사용하는 ‘복’과 관계된 단어는 대부분 ‘하나님께서 그 백성에 대하여 행하시는 행위’와 관련이 있습니다.
반면, 히브리어의 동사 ‘베레크’는 ‘하나님께서 그 백성에게’, 또 ‘그 백성이 하나님께’, 그리고 ‘백성 사이’에서 고루고루 일어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베레크’를 ‘복을 준다’는 한국말로 번역하면, 하나님께서 백성에게 행하시는 행위로 제한되고, ‘축복한다’고 번역하면 사람 사이에 서로 복을 비는 행위로 제한됩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을 ‘축복한다’ 또는 ‘복을 준다’는 행위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단순화할 수밖에 없는 단어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히브리어 동사 ‘베레크’를 ‘복’과 관련하여 번역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셋째, 히브리어 ‘베레크’를 본질적으로, 신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본문은 창세기 12장 1~3절과 시편에서 ‘송축한다’고 번역한 부분입니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를 인하여 복을 얻을 것이니라 하신지라”(창12:1~3).
“왕이신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주를 높이고 영원히 주의 이름을 송축(頌祝)하리이다 내가 날마다 주를 송축하며 영영히 주의 이름을 송축하리이다”(시145:1~2).
결론적으로 ‘베레크’는 ‘칭찬한다’ ‘인정한다’ ‘높인다’ ‘자랑한다’라는 의미입니다. 가장 비슷한 우리말은 ‘기리다(뛰어난 업적이나 바람직한 정신, 위대한 사람 따위를 칭찬하고 기억하다)’입니다.
다른 민족이 아브라함과 그 자손을 높이고 칭찬하면, 하나님께서 그 민족을 높이고 칭찬할 것입니다. 즉 관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시편에서도 우리가 하나님께 복을 드리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하나님을 ‘높이고’ ‘자랑하고’, 즉 ‘기리는’ 것입니다.
한국 문화의 영향을 받은 한국 기독교에서 ‘복’을 전통적인 ‘오복(五福)’과 거의 비슷하게 육체적, 물질적, 사회적 성공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복은 서로 칭찬하고, 서로 높이고, 인정하고, 자랑하는 관계가 형성되는 행위를 말합니다.
따라서 육체적으로 건강하든 아프든, 물질적으로 가난하든 부유하든, 사회적으로 성공하든 실패하든, 하나님께서 우리를 기리고, 칭찬하고, 자랑할 수 있습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욥을 자랑하듯이 말입니다.
이것이 성경에서 말하는 ‘복’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높이고, 우리가 하나님을 높이고, 우리가 서로 높이고 기리는 것이 ‘복’을 만들어 내는 행위입니다. 앞으로는 복을 오해하여 육신의 정욕대로 살지 말고, 오직 하나님만 경배하는 성도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47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