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05-09 11:49:47 ]
의의 왕이요, 살렘 왕이니 곧 평강의 왕이라 소개해
창세기 14장 18절에 “살렘 왕 멜기세덱이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왔으니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었더라”라는 말씀이 있다.
멜기세댁은 ‘살렘’(예루살렘을 가리킨다)의 제사장이고 왕이었다. 윗 구절은 아브라함이 단과 호바에서 메소포타미아의 침략자들을 진멸하고 돌아오는 길에 멜기세덱이 나와 맞이하고 싸움에 지친 아브라함의 군사에게 음식물을 대접했다는 말씀이다. 또 멜기세덱은 아브라함이 거둔 영웅적인 승리를 따뜻하게 축하하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복했다.
이 같은 기록만으로는 멜기세덱에 대해 특별히 의문을 품을 내용이 없다. 그저 아브라함과 가까운 사이였던 왕으로 추측하면 된다.
그런데 히브리서 7장 3절에는 같은 멜기세덱을 설명하면서 “아비도 없고 어미도 없고 족보도 없고 시작한 날도 없고 생명의 끝도 없어 하나님 아들과 방불하여 항상 제사장으로 있느니라”라고 한 부분이 문제가 된다. 이 구절 때문에 성경을 읽는 많은 이가 ‘도대체 이 인물이 누구냐?’라는 문제에 부딪힌다.
일반적으로 구약 성경의 모든 기록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구원하려고 장차 보내실 메시아를 예표한다. 먹지 말라 명하신 선악과를 먹었기에 죽어 마땅한 아담에게 하나님께서 입혀 주신 짐승의 가죽 옷에서도 장차 피 흘림으로 구원 역사를 이루실 메시아의 모습이 들어 있다.
또 피채 먹는 것을 금한 말씀(창9:4;레7:26~27)과, 피로 죄 사함을 받는다는 말씀(히9:22)으로도 메시아의 사역을 미리 보여 주었다.
멜기세덱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오실 메시아가 어떤 분인지를 드러내 보이려고 멜기세덱을 등장시켰고 그가 하는 일을 통하여 메시아가 와서 할 일을 보이셨다.
“이 멜기세덱은 살렘 왕이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라 여러 임금을 쳐서 죽이고 돌아오는 아브라함을 만나 복을 빈 자라 아브라함이 일체 십분의 일을 그에게 나눠주니라 그 이름을 번역한즉 첫째 의의 왕이요 또 살렘 왕이니 곧 평강의 왕이요”(히7:1~2).
히브리서 7장 1~2절은 그리스도의 전형(典型)으로서 멜기세덱의 중요한 특성들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첫째, 멜기세덱은 실제로 ‘의의 왕’이라는 의미다.
둘째, 멜기세덱은 살렘의 왕이었다. ‘살렘’이라는 말은 평화라는 뜻이다.
셋째, 멜기세덱은 나사렛 예수로 성육신(成肉身)하신,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영원한 하나님 아들의 전형(典型)에 어울리도록 탄생이나 부모 혹은 족보에 대한 언급이 없이 나타나고 있다.
넷째, 멜기데섹의 반차(班次, 반열)(시110:4)를 좇는 영원한 제사장인 그리스도는 모세의 율법 아래서 제정된 아론의 제사장 직을 완전히 대신하며 나아가서 대제사장 자신의 불멸의 생명 때문에 영원히 지속되는 제사장 직을 수행할 것을 보여 주었다.
랍비들의 전승을 따르면 멜기세덱을 어떤 종류의 천사나 초자연적인 존재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성경 자체의 자료들은 아브라함 시대 예루살렘의 한 왕으로서 산 사람이라는 역사성을 명백하게 보여 준다.
그러므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멜기세덱은 분명한 역사적 인물로 살렘의 왕이었고, 장차 오실 메시아를 드러내 보인 제사장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멜기세덱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성경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침묵이 히브리서에 와서는 그리스도의 제사장 직을 설명하는 도구가 된다.
만일 창세기에서 멜기세덱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했더라면, 히브리서 저자가 멜기세덱의 신비를 그리스도와 연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멜기세덱에 대한 침묵은 하나님의 섭리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멜기세덱은 그리스도의 대제사장 되심을 증거하기 위한 도구로 존재했던 사람이라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위 글은 교회신문 <47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