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05-09 12:54:54 ]
그런데 여러 가지 사본을 비교해 보면 그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글 성경 마태복음 6장 13절 후반부를 보면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이라고 기록한 부분이 괄호 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후대에 기록한 사본에는 있지만, 오래된 사본에는 생략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성경은 이 내용이 일부 사본에는 있지만 다른 사본에는 없다는 점을 밝히려고 이 구절을 괄호 안에 기록했습니다. 또 성경을 읽어 보면 위에 질문한 내용처럼 ‘(없음)’이라고 된 구절들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일부 사본에는 기록되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사본들에는 없습니다. 비록 일부 사본에는 기록되었지만, 원본에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예를 들어서 마태복음 23장 14절을 보면 ‘(없음)’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본문은 일부 사본에 “과부의 가산을 삼키며 외식으로 길게 하는 기도…”에 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원본의 내용을 정확하게 유지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사본들에는 이 내용이 없습니다. 따라서 학자들은 마태복음 23장 14절이 원본에는 없었는데, 후대에 사본 기록자가 이 내용을 첨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경에는 그 내용이 믿을 수 없지만, 일부 사본에는 포함됐다는 사실을 밝히려고 그 절을 ‘(없음)’이라고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같이 성경학자들은 성경 내용을 기록할 때에 괄호나 ‘(없음)’ 또는 단어나 구절 아래에 ‘난하주’를 붙여서 사본 상에 문제가 있는 점을 정확하게 표시하였습니다. 이것은 성경을 읽는 사람들이 이러한 사본 상의 문제를 충분히 생각하여 성경 원본의 내용을 좀 더 정확하게 생각해 보도록 도우려고 취한 조치입니다.
개역한글 번역본에 ‘(없음)’이라는 성경 구절은 모두 13개입니다(마17:21, 마18:11, 마23:14, 막9:44, 막9:46, 막11:26, 막15:28, 눅17:36, 눅23:17, 행8:37, 행15:34, 행28:29, 롬16:24).
지금처럼 워드프로세서로 작업한다면, 실수로 빠뜨린 구절을 발견했을 때 그 구절을 삽입하면 그 뒤에 있는 글들은 자동으로 밀려나 편집됩니다. 하지만 옛날 두루마리 성경은 손으로 쓰다가 한 번 빠뜨린 글은 나중에 그것이 발견되더라도 삽입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종이가 귀한 시절이라 여백 없이 빽빽하게 채워서 글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빠뜨린 구절이 있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그냥 사본을 유지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어찌 하나님의 말씀에 없는 게 있느냐며, ‘(없음)’이야말로 하나님의 말씀을 빼버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없음)’은 하나님의 말씀을 빼버린 것이 아닙니다. 후대로 갈수록 사본의 양이 점점 불어났던 것은, 이스라엘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독자들을 배려하여 보충 구절이나 문맥상 매끄럽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필사자들이 삽입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후대의 사본보다 더 가치 있는 고대 사본을 토대로 성경을 번역했고, 이미 널리 쓰이는 스테파누스 성경식 장 절 구분을 같이 쓰면서 후대의 사본에만 있는 구절을 ‘(없음)’이라고 처리한 것입니다. 또 이해를 돕기 위해 그런 구절에는 각주를 달아서, ‘어떤 사본에는 ~~라는 구절이 있음’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47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