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용어 알파와 오메가·95] ‘첫째’는 유대인에게 ‘또한’ 헬라인에게 τε πρῶτον καὶ(테 프로톤 카이)

등록날짜 [ 2021-10-19 21:16:36 ]

‘주후(主後)’라고 하는 A.D.(Anno Domini)는 “예수께서 부활하셔서 우리의 주인(Domini)이 된 해(Anno)”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약성경을 쓴 A.D. 50년 전후만 해도 히브리어가 유대인의 모국어였다. 그런데도 신약성경은 헬라어로 기록됐다. 헬라어는 영어로 ‘Greek(그리스어)’라고 표현하지만 오늘날 아테네를 수도로 둔 ‘그리스’와 혼동하면 안 된다. 


로마 이전 시대, 지중해 동쪽은 알렉산더 대왕이 ‘콘스탄티노플’(오늘날 터키·이스탄불)을 중심으로 광활한 영토를 차지해 거대 ‘헬레니즘’ 문화가 남아 있었고 많은 이가 헬라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알렉산더 사후 로마가 지중해 동서 모두를 통치했으나 방대한 헬라어권의 영향으로 로마는 예수님 당시뿐 아니라 오랜 기간 ‘헬라어’와 ‘라틴어’를 혼용했다. 훗날 로마제국은 라틴어권 서로마제국과 헬라어권 동로마제국으로 분열하고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후에도 동로마제국은 A.D. 1453년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제국에 함락될 때까지도 유지될 만큼, 주께서 초대교회 거점 사역지로 헬라어를 사용하신 경륜이 있다.


오늘날까지 수학, 물리학 등의 주요 기호를 헬라어로 쓰고 천문학적 금액이 움직이는 금융파생거래에서도 포트폴리오의 특성을 ‘그릭 값(Greek value)’으로 관리하는 등, 헬라어의 영향력은 이어지고 있다. 신약성경도 당시 유대인 제자들이 기록했지만, 하나님의 경륜은 사역의 중심을 비(非)유대인에게 두셨고, 지중해 동쪽부터 이스라엘까지 여러 국가의 공용어인 헬라어로 신약성경을 기록하게 하셨다. 배움이 짧은 베드로는 헬라어를 사용하기 어려웠으므로, 실루아노를 통해 베드로전·후서를 적게 할 만큼 복음 전파의 경륜을 이루어 갔다. 


성령께서는 이 경륜을 아시기에 바울이 복음 전파의 핵심지역이 될 로마에 죽을 줄 알면서도 그토록 가고자 하는 소원을 품게 하셨고 로마서에 이렇게 기록케 하셨다.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 첫째는 유대인에게요 또한 헬라인에게로다”(롬1:16). 이 말씀은 유대인이 헬라인(이방인)보다 서열적으로 우월한 것처럼 느껴지게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헬라어 원문 “Ἰουδαίῳ(유대인에게) τε πρῶτον καὶ Ελληνι(헬라인에게)”에서 두 주체 사이에 들어간 ‘τε πρῶτον καὶ(테 프로톤 카이)’라는 어법은 “not only first but also”, 즉 “유대인이 첫째인 것만이 아닌 헬라인도 마찬가지”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사실 복음이 유대계보를 따라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먼저 이루어졌고, 구원 자체가 중요하지 순서가 중요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어 심판과 승리에 대해서도(롬2:9~10) 같은 표현법이 반복되는데, 따라서 이 표현법은 본래 어법에 충실하게 유대인과 헬라인의 무차별성으로 인식함이 맞다. 이는 “누구든지 저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하니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차별이 없음이라 한 주께서 모든 사람의 주가 되사…”(롬10:11~12)에서 명료하게 확인해 주고 있다. 주님은 부활하셔서 이를 진실로 믿는 자들에게 주인이 되셨고 차별이 없다. ​




위 글은 교회신문 <72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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