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죽도록, 미치도록

등록날짜 [ 2025-08-20 14:27:40 ]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감히 기대조차 하지 않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흰돌산에서의 성회는 영원히 끝났다고 생각했다. 정말 ‘마지막’이 되어 버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 은혜의 자리가 열렸다. 약 5년 만에 흰돌산수양관에서 ‘연세가족 하계성회’가 열린 것이다. 담임목사님께서 “흰돌산수양관에서 하계성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선포하신 날, 성회에 대한 기대감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차올랐다.


하계성회를 앞두고 하나님께서는 성회를 위해 이모저모 나를 사용해 주시기도 했다. 여전도회 5그룹 ‘UCC 콘테스트’에 78~80여전도회가 연합해 참여했고, ‘배달의 민족’을 콘셉트로 잡아 예수님께서 성회에 가지 못하게 하는 조건들을 하나하나 수거하여 교회로 직접 배달해 주신다는 내용을 담아냈다. 누군가는 육아로 분주하여, 누군가는 남편의 무관심 탓에, 또 어떤 이는 여행이나 OTT 콘텐츠의 유혹 등으로 성회 참가를 주저했지만, 그 모든 이유와 책임을 주님께 맡길 때 예수님이 직접 찾아오셔서 은혜의 자리로 인도하신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애썼다.


또 하계성회 둘째 날, 우리 교회 문화복음선교국에서는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상연했는데, 뮤지컬 스태프로서 오랜만에 문화사역에 충성할 기회를 얻어 감사했다. 지난해까지 이어 온 문화사역을 개인적인 문제로 멈출 수밖에 없었고, 그사이 둘째를 출산하고 돌보느라 분주하게 지내야 했다. ‘나는 과연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유익하게 남기고 있는가’에 대한 부담이 마음 한구석에 늘 남아 있었는데, 지난 3월 교회설립 문화행사로 상연한 뮤지컬 ‘하나님의 사람 유관순’을 관람하며 열정적으로 충성하는 이들의 사모함을 느꼈고 나도 그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는 갈망을 느꼈다.


출산 이후에도 성령님께서 끊임없이 감동을 주시기에 더는 외면할 수 없었고, 결국 이번 하계성회 문화사역 충성에 자원했다. 그리고 그 충성이 바로 5년 만에 다시 열린 흰돌산수양관 무대에서 이루어져 감격스러웠다.


억지 신앙에서 진짜 사랑으로

UCC 작품 편집과 문화사역 충성, 7월부터 시작된 개인 업무, 이제 막 백일이 지난 둘째 육아, 그리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아이를 돌보는 일까지….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이 모든 일을 감당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예전의 나였다면 감사하며 충성하기보다는 불평과 짜증이 앞섰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성회는 그 어느 때보다 기대와 사모함이 가득한 자리였기에, 분주하고 이모저모 힘든 가운데서도 감사 고백이 나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는 난생처음 ‘주님의 사랑 안에 완전히 잠긴다’는 것이 무엇인지 체험했다. 그 사랑 안에서는 고난도 은혜가 되고 핍박도 감사가 되었다.


지옥에 가지 않으려고 억지로 신앙생활 하거나 마지못해 해 오던 충성이 아니었다. 주님의 십자가 사랑이 너무도 감사해서, 이 구원받은 감사를 어떻게든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시작한 충성이었다.


이전까지 나는 마치 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유리병 같았다. 코르크 마개가 꼭 막혀 있어 물 한 방울조차 들어가지 않던, 단절되고 고립된 채 표류하던 상태였다. 그런데 그 병이, 주님의 사랑 앞에서 마침내 열렸다. 그 사랑이 내 안으로 밀려 들어왔고, 이제는 온몸과 온마음으로 받아 누리기를 원한다.


“날 위해 죽도록 사랑했어/ 십자가에서 살 찢고 피 흘려/ 나를 미치도록 사랑했어/ 나도 죽도록 사랑할 거야/ 나도 예수를 죽도록 사랑할 거야/ 나도 미치도록 사랑할 거야”


뮤지컬 ‘내 머릿속의 지우개’의 삽입곡인 ‘날 사랑하신 예수님 나도 사랑해야 해’(윤석전 담임목사 작사)를 들으며, 주님이 나를 위해 살과 피를 기꺼이 내어 주신 그 사랑을 나는 무엇으로 갚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내 모든 것을 드린다 해도 갚을 수 없는 그 사랑과 그 은혜 앞에서, 베드로처럼, 바울처럼, 담임목사님처럼 ‘죽도록’, ‘미치도록’ 주님을 사랑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죽도록, 미치도록 충성할 때 고통과 괴로움만 남을 것 같지만, 그 사랑 안에는 두려움이 없다. 진짜 사랑 안에는 오직 순수한 ‘행복’만 남는다는 것을 나는 이번 성회를 통해 배웠다. 이번 하계성회에서, 또 성회 전후로 믿음을 앞당겨 주신 주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 드린다.


<사진 설명>뮤지컬 ‘내 머릿속의 지우개’ 배우와 충성자들. 맨 오른쪽이 심아영 집사.

위 글은 교회신문 <91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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