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실

등록날짜 [ 2004-08-27 11:44:48 ]

햇빛 탄 얼굴, 지휘봉, 주차장. 이 낱말들을 채 나열하기도 전 생각나는 사람들, 세련미 없는 투박한 친절이 어색해 보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정겨운 사람들, 바로 차량실 실원들이다. 얼음 탄 미숫가루 한 대접처럼 갈증 식히는 그들의 예수 사랑 이야기!


여름철 무더위의 불쾌지수가 기승을 부리던 주일 오후 그들을 만나기 위해 동부제강 주차장 사무실로 향했다. 뚝뚝한 표정의, 그것도 10명 넘는 중년 남정네들과의 만남이 버거워 다소 쭈뼛거리며 사무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웬걸? 시원한 실내의 식탁 위에 소담스럽게 놓인 수박 접시, 그리고 그 수박 맛 만큼이나 시원한 남자들의 함박 웃음이 기자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켜 버렸다.

은혜를 경험해 본 사람들만이 견뎌내는 충성입니다

차량실의 일은 듣기에도 만만찮다. 서울과 경기지역에 18대의 예배차량 노선 중 임대 13대를 제외한 나머지의 차량 운행, 주일 교회 횡단보도 및 주차 관리, 하계 동계성회의 수양관 주차 관리, 각종 교회행사와 성회 뮤지컬 단원들 귀가 차량 운행 등 수많은 일들이 14명 실원에게 밀려 든다. (물론 남전도 회원들의 도움이 있지만 대부분은 이들 몫이다.)
“1인 2역을 하고 있지요. 인원 증가가 필수입니다.”(정영민 실장) 30명이 정족수라는데 그러기엔 태부족, 왜일까? “기관들 중에 가장 욕 많이 먹고, 일이 고된 곳”(심광성)으로 그 이유를 든다. 사실 이곳은 성도들과 얼굴 붉힐 일이 많다. 교회 건축 관계로 협소해진 주차 공간 때문에 예배 전 주차 관리 때 성도들과 다툼이 많단다. “성도들은 편하게 교회 안이나 바로 주변에 주차를 하려하고 저희는 주차장으로 보내려 하고, 이러니 성도들과 보이지 않는 담이 생기지요.”(이희연) 또한 금요 철야 후 새벽 4~5시에야 집으로 귀가, 주일이면 가장 먼저 나와 운전석에 앉고 가장 늦게까지 운전을 해야 하는, 일명 노가다(?)의 최전선에 선 사람들, “이곳 충성은 은혜 속에 푹 젖지 않고는 해내기 어렵습니다.”(정영민) 그러면서 그이는 ‘차량실 실원의 3대 조건’을 말한다. ‘반석 같은 믿음, 교회 우선주의, 부인의 뜨거운 중보 기도’ 기자의 남편은 세번째 항목에 걸리리라 예상하니 처 복 많은 이 남정네들이 예사롭잖게 보였다.

준비된 자들이 모여 격이 다른 충성을 하고 있지요

운전은 분명 연륜이 쌓여야 하는 일, 더구나 남의 생명을 책임지는 것인데, 이들은 과연? “시내 버스 운전을 하다가 은혜 받고 충성을 하려는데, 주일 지키기가 어렵더군요. 그래서 직업을 바꿨지요.”(김경목) “이 교회에 오기 전 6년간 민간인 신분으로 차량 관리 봉사를 했었지요”(조동수) 또한 차량실장은 대우자동차 조합 간부이고, 그야말로 전문가들의 모임이구나 하려는데 머리를 긁적이며 자수 하는 사람, “저는 실은 무면허 입니다.”(전원 웃음)(이희연) 주일 날 교회 정문에서 가장 폼 나게 지휘봉을 휘두르는 그이, “전에는 교회 다니는 아내를 핍박했던 못난 남편 이었지요. 그러다 예수 믿고 감사하고 싶어 차량실 충성을 자원했어요.” 그는 이곳에서 분위기 메이커에 일급 요리사로 통한다. 뛰어난 손 맛으로 실원들의 건강 운전을 해준단다. “저는 격이 다른 충성을 하고 싶어 자원 했어요.”(김원강) 부모님의 뇌출혈, 자녀의 악성 종양으로 버거운 삶을 사는 그다. 하지만 “고통과 인내를 이기며 해내는 이곳의 진실한 충성과 기도가 버팀목이 되 주죠.” 그이의 말 속에선 동료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신뢰가 진득하니 묻어난다. “마지막 성도를 귀가 시키고 파김치의 몸으로 찬양하며 돌아 오다 성령에 감동되어 눈물로 감사 올릴 때도 많죠.”(심광성)

가난하지만 하늘의 면류관을 바라보며 기뻐합니다

대부분 육체적인 일들이 업인 이들이기에 살림은 넉넉치 못하다. 하지만 실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주저 않고 내 것들을 내 놓는다. 물론 어쩌다 자체 조달 못할 땐 외부에서 지원을 해주기도 하지만. 회사에서 밤샘작업을 한 후에도 집보다는 차량실로 먼저 발길이 가거든요. 교회 사랑이 넘쳐서인지 힘겨워도 다들 신바람이 나지요.”(정영민) 이런 열정의 충전기는 바로 정영민 실장이란다. 일에는 기도와 정면 돌파, 잘못에는 회개, 그리고 회원들에겐 자부심을 주는 그의 탁월한 리더십은 차량실을 하나로 묶는 성능 좋은 접착제.
“2개조 조 편성으로 보다 원활한 차량 운행을 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성도들이 상을 당하거나 부목사님들의 심방에도 빠짐없이 차량 충성을 할 수 있거든요.”(정영민) 미래의 바램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그러면서 귀뜸 한다. “저희를 자꾸만 거친 사람들로 보는데요 그건 오해입니다. 사실은 부드러운 남자들입니다.” 무뚝뚝한 표정 뒤엔 찬송 부르다 눈물로 감사 올릴 수 있는 촉촉한 마음이 감추어진 남자들, 동료의 아픔을 제 것처럼 감싸는 사랑이 충만한 남자들, 성령의 향기가 맴도는 남자들 때문일까? 막상 대화가 끝나고도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자리를 뜨지 못했던 것은...

위 글은 교회신문 <6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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