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회 식당 청소팀

등록날짜 [ 2005-03-05 17:43:36 ]

성회 며칠 전 본당 입구에 나붙는 충성자 명단의 맨 아래쪽에 자리한 이름들. 바로 성회 청소 팀이다. 동하계성회가 시작되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충성에 앞장서는 그들. 흔쾌히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응한 그네들의 속사정을 들어보자.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로 분주한 때 500여 석의 식당에선 대걸레와 손 걸레질이 한창이다. 식탁과 의자, 바닥, 창문에 식수대까지 그들의 손은 쉴 틈이 없다. 수천 명이 출입하는 식당은 떨어뜨린 밥덩이, 쏟아진 국에 흘리고 간 물건, 부모 손을 놓친 아이들까지... 웬만큼해선 위생이니 청결을 유지하기 어렵다. 부지런한 손놀림에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등허리는 어느새 푹 젖는다. 배식 전 말끔히 정돈된 식당. 이제 한 숨 돌리고 엉덩이 좀 붙일까 싶건만 앞치마, 머리수건 깨끗이 고치고 베테랑이나 할 만한 국 배식에 들어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허리가 끊어질 듯하고 다리가 퉁퉁 붓는 것은 예삿일이다. 얼추 배식이 끝나갈 무렵에야 그들은 서로의 밥을 챙겨주며 꿀맛 같은 식사를 한다. 그러나 그이들의 마음은 저 높은 곳을 향하고 있음을 선연히 느낀다.

“주님, 나를 써 주소서!”
누가 등 떠밀어 하게 된 것도, 칭찬을 바라고 한 것도 아닌 그들의 만남은 오로지 ‘주님 은혜에 대한 사무치는 감사’다. 평균 연령 61세를 기록하는 예닐곱 명의 그들이 왜소한 체구로 좌식과 입식 식당을 내 집 안방처럼 청소하면서도 “이 나이에 어디서 날 써 줘? ‘주님, 나를 써 주소서’하고 충성하는 것이지”(조춘옥), “누가 하라고 해서 하나요? 주님께 받은 은혜에 비하면 너무 보잘것 없는데...”(전명순)라고 한다. 올 해 70세의 고령에도 “내 마음을 닦는다 하고 일하지. 내가 안 하면 누가 해?”(고봉자) “고등학교를 미션스쿨에 다녔는데 그때 뜻도 없이 ‘걸레같이 쓰임 받자!’라고 외치던 구호를 이제야 실천하고 있어요”(황보동심) 이들의 고백 속엔 하나같이 주를 향한 순수함이 가득하다.
많게는 9년에서 이제 막 합류한 이까지 저마다 받은 은혜에 겨워 뭉친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첫째 분명한 소속감, 둘째 구석구석 놓치지 않는 뛰어난 시력(아무래도 주님을 사랑함에서 기인한 듯한), 셋째 어느 모임보다 두터운 정이다. 이러한 특별함이 겨울과 여름 두 달씩 이들을 기쁨으로 충성하게 하는 것 아닐까.
그러면 그들의 환경은? 손주를 돌보아야하는 할머니, 가정의 경제를 책임져야하는 가장, 복음의 불모지인 불신가정에서 오해와 핍박를 한 몸에 받는 몸. 하지만 충성을 사모하는 그들을 가로막을 장애물은 없어 보인다.
우리 교회 성도라면 받은 은혜를 한 두릅정도는 거뜬히 꿸 것이다. 이들 또한 하나님과 주고받은 은혜를 앞 다투어 간증하기 바쁘다. 생업도 뒤로하고 충성할 때 무릎 관절, 천근만근 무겁던 팔이 치유되는 체험을 하기도 했고(고봉자), 충성하다 보니 괜한 말 한마디, 시선 하나에도 상처가 되어 실족할 때마다 말씀으로 깨닫게 하시고 더욱 낮아지도록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기도 했다(전명순).

기도로 이어 온 충성
묵묵히 연장자들의 말에 귀기울이던 청소반장(팀 내에서의 비공식 호칭이다) 김경희 집사(46세)는 그들 중 가장 젊다. ‘반장'이라고 불러주는 어른들의 사랑에 쾌히 응하고 그 호칭의 책임감을 더 부지런한 몸놀림으로 다하고 있다한다. “언젠가 성회 마지막 날, 말씀을 마치고 녹초가 다된 목사님께서 땅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 것을 보았어요. 눈물이 핑 돌며 ‘정말 잘 해야지’하는 각오가 서더군요"라며 “우리 교회가 있는 한 복음전도의 사역은 계속될 터인데 내 작은 수고로 목사님의 사역에 동역할 수 있다니 그 기쁨은 말로 표현을 못하죠.” 덧붙여 “식당 청소에 대한 홍보와 소속감 가지고 충성할 일꾼들이 많이 자원해 주었으면 해요”라고 인터뷰를 내심 기다렸다는 속을 내비쳤다. 지난 9년을 오직 주님의 보혈을 움켜쥐고 사모하여 기도로 충성해온 그이. “젊은 사람이 상주하며 충성하기는 사실 어렵지만 일일충성이라도 마음을 모아 충성했으면 합니다.” 정중한 부탁을 한다.
충성의 사각지대에서 ‘노가다’라 비웃는 이들의 시선도 아랑곳없이 ‘마땅히 내가 할 일’로 알고 ‘주님이 기억하시면 족하다’며 변함없이 몰두하는 그네들이 있기에 맛있는 밥 먹고 넘치는 은혜로 새로워지는 이들이 있다면 억지일까. 깨끗한 수양관의 첫 이미지를 만들어간다는 긍지로 분주한 그들을 누가 미련스럽다고 질타할 것인가.

위 글은 교회신문 <7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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