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구역 최고] 노년의 구역 식구들과 눈을 맞추며

등록날짜 [ 2013-06-12 10:08:51 ]

구역장이 때로는 딸처럼, 친구처럼 신앙생활 돌봐줘
활동적인 교회생활과 교제 덕분에 노환도 싹 사라져

<사진설명> 온수 8구역 구역 식구들. 뒷줄 왼쪽에서 둘째가 오지영 구역장.

“오늘 준비 찬송은 사백 - 구십 - 삼 장입니다. 사백 - 구십 - 삼 장!”

구역예배를 시작하며 오지영 구역장이 찬송가 페이지를 우렁차고도 천천히 전달한다. 조곤조곤 이야기해도 되지만, 평균 80세 이상인 온수 8구역 식구들에게는 단어 하나도 또렷하게 전달해야 한다. 눈이 침침한 구역 식구에게는 찬송가를 손수 펴 주기도 한다. 아직 못 찾은 이는 없는지 재차 물어보고야 찬송에 들어간다. 10여 분 동안 합심으로 기도할 때도 몸이 불편한 회원들을 끌어안고 기도하며 마음을 쏟는다. “우리 모매님 한 주간 강건하게 하시고, 소화도 잘 되게 하시고….”

오지영 구역장이 고령인 구역 식구들 눈높이에 맞춰 다가가자, 섬길 식구들이 계속 늘어나고 구역 식구 간에 사랑도 더욱 돈독해졌다.

구역장과 구역 식구를 떼놓을 수 없어
오지영 구역장은 본격적으로 예수 믿고 신앙생활 한 지 4년이 되었다. 두 해 전 80세 이상인 여전도회 회원들을 어머니 대하듯 공손히 섬길 만한 사람이 필요했는데, 오 구역장이 발탁되었다.

오 구역장은 거동이 불편한 구역 식구들이 신앙생활을 하는 데 불편하지 않게 모든 예배는 물론 구역예배나 지역기도모임에도 손수 자가용으로 일일이 모시러 다닌다. 그리고 혹 교회에서 한 주간 부흥성회가 있는 날이면 정오에 말씀을 마치고 구역장이 특별 식사를 대접한다. 오 구역장은 점심마다 차로 어르신들을 모시고 수제비, 막국수, 팥죽 등 계절 별미를 대접하며 드라이브도 겸해 모시니 주 안에서 친교하는 재미가 넘친다.

“거동이 불편한 구역 식구들이 구역예배와 정기 기도 모임 있는 화요일, 금요일을 한 주 동안 기다리세요. 그리고 예배하고 친교하고 은혜 받아서 집에 들어가실 때는 얼굴이 환해져서 들어가시니 무척 보람이 있고 감사하답니다.”(오지영 구역장)

두 해째 구역 식구들의 발이 되어 극진히 섬기니 나이 차가 많이 나도 허물없이 지낸다. 나이가 곱절이나 많은 구역 식구들에게 “어머니, 오늘도 기도 승리하셨어요? 파 한 단을 사도 성령께 지혜를 구하면 가장 싱싱한 것을 사게 돼요. 물건값 주면서도 ‘예수 믿으세요’라고 전도해요” 등 신앙생활이 식지 않게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며 영감을 불어넣는다.

오 구역장을 대하는 구역 식구들 반응 역시 아름답다. 오 구역장이 같은 이야기를 해도 감칠맛 나게 말을 풀어내는 편이지만, 구역장이 하는 말 하나하나에 “아멘! 아멘!” 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화답한다. 오 구역장이 구역 공과 내용을 전할 때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구역장을 바라본다.

오 구역장이 임명받은 첫해부터 구역식구로 함께한 유정순(82세), 최춘자(83세) 성도는 “우리 구역장이 노인 어른들도 잘 챙기고 참 잘한다. 행동도 느리고 말도 흐릿한 우리를 섬기느라 힘들 텐데 싫은 소리 하나 없이 우리에게 맞춰 준다”고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오 구역장도 구역 식구들이 사모함으로 구역장을 따르니 한 사람 한 사람 기도 제목, 집안 사정 등을 미리 알고 구체적으로 중보할 만큼 영혼 섬김에 전력을 다한다.

경험한 간증으로 구역예배 한 시간이 훌쩍
온수 8구역은 구역예배 드릴 때 먼저 찬송과 말씀으로 은혜 받는다. 그 후에는 은혜 받은 것을 간증으로 나누는 시간도 진행한다. 회원 각자가 체험한 신앙 간증을 나누니 더욱 은혜가 깊어진다.

김금녀 성도(92세)는 “요새 주님이 부르시면 언제든 ‘아멘’ 하고 천국 갈 수 있게 기도에 몰두한다”며 근황을 알린다. 김 성도는, 두 해 전 노환으로 쓰러져서 요양원에 있을 때 꿈에서 주님을 만났다. 병상에서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빛이 비취며 “여봐라!” 하는 음성이 들리더니 그렇게도 보고 싶던 주님을 만났다. 꿈을 꾸고 난 이후로 의사가 “아무런 이상이 없다” 해서 퇴원했다. 퇴원 후 정말 아프던 것이 나아 여태껏 기도로 충실하게 신앙생활 하고 있다.
 
이현우 성도(79세)는 지난해에 심장이 안 좋아 수술 일정을 잡았는데 수술 전 사흘간 의식이 없었다. 그런데 정신이 가끔 들라치면 몸부림을 심하게 쳤다. 링거 바늘이 뽑혀 침대 시트가 붉게 물들었다. 간호사들이 팔다리를 붙들고 묶어 놓아야 할 정도였는데,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의식이 없는 동안 시뻘건 불이 타오르는 지옥에 다녀왔습니다. 천국과 지옥이 있나 평생 의심했는데, 그러다 지옥에 갈까 봐 하나님께서 보여주셨나 봐요. 팔뚝만 한 벌레가 득실대고 이목구비가 비틀어진 남자들이 있는 지옥이 어찌나 끔찍하던지…. 사흘간 거기를 벗어나려고 병원 침대에서 그렇게 발버둥쳤나 봅니다. 깨어난 후에는 ‘지옥은 가면 안 돼. 천국 가야 해’ 하며 자식들에게도 전도하고 있습니다.” (이현우 성도)

천국을 사모하는 8구역 식구들이 지닌 기도 제목을 들어보면 비슷한 사정으로 기도하고 있다. 바로 주님 나라에 가기 전에 예수 믿지 않는 자녀를 구원받게 하는 것인데 쉽지 않다. 유정순 성도(82세)는 “내가 죽기 전에 구원받는 모습을 봐야 하는데…” 하며 말을 흐린다. 말을 듣는 구역 식구들도 그 마음을 전적으로 공감하기에 “기도해 놓으면 하나님께서 응답하실 거다. 같이 기도하자”라고 격려한다. 유 성도도 “그렇죠? 주님이 하시죠” 하며 힘을 낸다. 자식을 향한 노모의 애타는 기도는 이처럼 평생 이어진다.

예배 있는 날마다 사모함이 커져
8구역 식구들은 구역예배가 있는 날을 사모함으로 기다린다. 구역장이 식구들 집으로 자동차를 몰고 오면 그렇게 반갑게 맞을 수가 없다. 연로한 몸으로 한 걸음 내딛는 일도 수월치 않지만, 얼굴에는 반가움이 넘친다. 그럴 만한 것이 예배드리는 날은 예배에서 주님을 뜨겁게 만나고, 나들이 겸 구역 식구들과 친교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나이가 되면 집에만 있기 쉬운데, 8구역 식구들은 활동적인 신앙생활과 교제 덕분에 노환도 싹 사라졌다. 예수 믿지 않는 이들은 노인정에 가서 세상 풍속을 좇아 여생을 보내지만, 예수 안에서 만나는 모임에는 은혜가 있고 생명이 넘친다.

장호자 성도(85세)는 귀가 안 들리고 다리가 불편해 늘상 집에 누워만 있었는데 아파트 옆 동에 살던 이은경 지역장이 자주 방문해 들여다보고 기도도 많이 해 주어서 구역예배에 나오고 있다. 하나님이 은혜 주셔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예배에 오게 되니 “누워 있다가 죽지 않고 예배하다 하나님 나라 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한다.

최고령인 김귀분 성도(95세) 역시 구역예배에 나온 후로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권사인 며느리가 온수 8구역 모임이 활발한 것을 보고 “우리 어머님도 넣어 달라” 부탁해서 두 달 전부터 구역예배에 나오고 있다. 이후 심령이 살아나는 예배를 드리다 보니, 김 성도가 뜨거운 신앙고백을 한다.

“8구역에서 기도하고 예배하고 왕성하게 신앙생활을 하니 내가 변했어요. 평생 예수님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요새는 예수님께 푹 빠졌어요. 하나님밖에 없어요.”(김귀분 성도)

온수 8구역 식구들은 나이가 쌓이는 소리에 눌려 적막한 여생을 보낼 뻔했는데, 부지런하고 생기발랄한 구역장을 만나 하나님을 뜨겁게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천국을 소망하며 평균연령 80세가 훨씬 넘는데도 한창때처럼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천국을 준비하며 하나님이 계획하신 연수(年數)까지 주님만 사랑하다 주님 나라 가는 온수8구역 식구들이 되길 기도한다.

/오정현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4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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