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우리 반 친구들 건강하게 지낼까 신앙생활에서 멀어지면 안 되는데…

등록날짜 [ 2020-06-20 11:18:56 ]



얼결에 교사 됐다가 아이들 마음속에 채워주시는

주님 큰 사랑에 위로 받고 절로 사랑 표현하게 돼

“엄마는 나보다 반 애들 더 사랑해!”소리도 듣지만

어미 심정으로 반 아이들 섬기게 하신 주님께 감사


교회학교 교사로 충성한 지 1년 6개월째다. 초등학교 1·2학년 어린이와 예배만 같이 드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린이들을 내 아이보다 더 섬세하게 돌봐야 할 줄이야! 더구나 코로나19 사태로 아이들이 교회에 못 오자 마음 졸이며 기도하게 된다. ‘건강하게 지낼까?’ ‘신앙생활에서 멀어지면 안 되는데….’ 


동료들은 다들 교회학교 교사가 된 은혜로운 이유가 있었다. “교회의 미래인 어린이를 섬기고 싶어서”, “어릴 때 교회학교 교사에게 받은 사랑이 기억나서” 등등. 하지만 나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얼결에 교사가 됐다. 지난해 교회학교 교사 이동이 있을 때였다. 요셉학년(초등1·2)에 교사 결원이 생겼다며 급히 교사 지원서를 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처음엔 사양했다. 그런데 마음속에서 슬그머니 주님의 감동이 밀려왔다. 


‘너는 내게 기도할 때 이것저것 달라고 하면서 왜 내가 필요할 때는 모른 척하니?’ 


깜짝 놀라 ‘예’ 하고 순종했다. 마침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요셉학년에 같이 갔다. 마음을 다잡을 겨를도 없이 왕초보 교사가 된 터라 한 해 동안 마음고생을 좀 했다. 그런데도 되돌아보니 후회뿐이었다. 


‘아이들을 더 잘 섬겼더라면, 조금 더 기도했더라면, 주님이 능력 있게 쓰셨을 텐데, 내게는 사랑이 많이 부족하구나.’ 교사로서 초라한 모습만 떠올라 이듬해에도 교사를 할지 말지 망설여졌다.

  

그런데 2019년 연말에, 우리 반 선민이가 내게 편지를 전해 주었다. 삐뚤빼뚤한 글씨체였지만 한 장을 빼곡하게 채운 긴 편지를 보고 내심 놀랐다. 


“선생님, 한 해 동안 사랑해 주시고 기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도 선생님을 잊지 않을 거예요.” 


가슴이 찡했다. 선민이 어머니 말을 들어 보니 “선민이가 편지를 쓸 때 움직이지도 않고 열심히 썼어요”라고 했다. 가슴이 방망이질하듯 두근거렸다. 평소에 내가 “예쁘구나” 하며 안아 줄 땐 부끄러워하더니, 속으론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고 있었구나 싶어서다. 그때 알게 됐다. 주님께서는 내가 준 것보다 더 큰 사랑을 아이들 마음속에 채워 주고 계신다는 것을. 


선민이 편지로 주님께 위로받자, 용기를 내서 2020학년도 교사 지원서를 썼다. 


요즘도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친해지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주님께서 사랑할 마음을 듬뿍 주셔서 절로 사랑을 표현하게 된다. 아이들도 그런 나를 편안하게 느끼면서 금방 친해지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본 딸아이가 시샘 한다. “엄마는 나보다 반 애들을 더 사랑하는 것 같아!”

교사로 충성하면서 내 자녀를 양육하는 법도 바뀌었다. 잘 먹이고 잘 키우는 게 다가 아니라 내 아이도 영혼의 때에 천국 갈 신앙생활을 하도록 지도한다. 어미 심정으로 반 아이들을 섬기게 하시고 영혼 사랑하는 마음 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김도희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681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