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새가족 학생들 신앙 무럭무럭 자라길

등록날짜 [ 2023-07-11 23:47:57 ]

조용한 예배 시간에 도란도란 대화하다가 피곤하면 엎드려 자는 학생들. 예배 시간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차분히 알려 주면 곧 자세를 바로 한다. 어딘가 어수선한 고등학교 남학생 3명이 지난해부터 우리 교회에 나오고 있다. 바로 내가 담당한 이병진, 장한웅, 최민서 학생이다.


부모님이 신앙생활을 하시는 것도 아니고, 전에 교회를 다녀 본 적도 없는 새내기 연세가족들이다. 태어날 때부터 교회에 다녔거나, 부모님과 함께 신앙생활 하는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하나님을 대하는 방법이나 예배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알아 가겠지만, 이 학생들에게는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알려 주어야 한다.


예배 태도는 물론 말씀에 관한 것도 그렇다. 성도들에게 익숙한 단어나 설교 중에 언급되는 성경 속 인물들을 이 학생들은 알지 못한다. 무슨 말씀이든지 처음 듣는 이야기이기에 더 귀담아 듣기도 하지만, 설교 말씀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으면 금세 자기들끼리 대화하거나 장난을 치느라 담당교사인 내 애를 끓이곤 했다.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성경 교육

아직 믿음의 싹도 틔우지 못한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 고등부 예배를 드리는 것만으로는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기 어렵겠다고 생각해 성경 말씀을 같이 읽어 보자고 마음먹었다. 예배 시간 내내 딴짓하는 것 같아도 설교 말씀을 잘 들었는지 확인해 보면 듣고 있기는 했고, 올 초 중·고등부 동계성회에 참가해 살아 계신 하나님을 인지하기 시작했기에 조금만 더 도와주면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주일에는 15명인 반 학생들을 다 돌아봐야 해서 따로 챙겨 주기 어려우니, 평일에 만나 성경 말씀을 같이 읽고 신앙의 첫걸음을 떼도록 섬기기로 했다.


처음 모인 날, 성경을 함께 읽었지만 성경에 기록된 단어나 말씀이 학생들에게 여전히 어려웠고, 남학생 3명이 모이니 장난이 끊이지 않아 한 장을 읽는 것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성경을 그냥 읽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이후에는 짧은 구절을 읽더라도 말씀을 묵상해 보고 신앙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우리 교회 청년회 큐티집인 ‘주사랑’으로 묵상을 해 보았다. ‘주사랑’에 있는 말씀을 읽고, 옆에 있는 질문에 답하고 생각해 보며 깨달은 점을 나누었더니, 학생들이 곧잘 말씀을 읽고 신앙에 관해 고민하며 생각한 바를 나누기도 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월요일마다 ‘주사랑’ 묵상을 한두 달 정도 진행한 후 지금은 어린이 성경을 함께 보고 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나 노아의 홍수처럼 설교 말씀 중에 언급되는 성경 속 사건을 하나하나 읽어 보는 것이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출간된 성경이나 청소년을 위한 성경을 에피소드별로 읽은 후 성경 속 사건에서 하나님을 알아 가고, 성경 속 인물들이 어떻게 순종했는지도 알아보면서 개인 신앙생활에 적용하도록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성경을 잘 모르던 학생들은 성경 속 사건을 하나둘 알아 가면서 설교 말씀을 들을 때도 큰 도움을 얻고 있다. 주님이 하신 일이다.


처음에는 “떡볶이를 사 줄 테니 교회에 모여 성경을 읽자”라고 권면했으나 지금은 학생들이 성경 읽기를 사모해 참석하고 있다. 주일에 헤어질 때면 “내일 성경 공부 때 뵐게요”라고 인사하는 학생들이다. 가끔 학생들에게 “억지로 하지 않아도 돼. 너희가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해 주는데 벌써 세 달째 이어지고 있으니 힘 닿는 데까지 성경 말씀 묵상을 이어 가고 싶다. 학생들도 자신들을 위해 담당 교사가 시간을 내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신앙 안에서 만난 사제 간에 더 돈독해지는 것도 경험한다.


학업에 분주할 고등학생들이 평일 저녁에 시간을 내어 함께 성경을 읽는 것이기에 나도 이 시간을 정말 귀중히 생각하고 그냥 흘려보내지 않도록, 그날 읽을 말씀을 주의 깊게 묵상해 보면서 어떻게 이 말씀을 은혜롭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교사인 나도 성경을 체계적으로 배웠거나 아는 게 많지 않으므로 말씀을 나누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학생들 덕분에 말씀을 깊이 있게 묵상하면서 혼자 성경을 읽을 때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은혜받고 있어 학생들에게 고맙기도 하다. 나도 월요일 저녁마다 일정을 조정하는 게 쉽지 않고 피곤할 때도 있지만 더 책임감을 가지고 학생들을 섬기려고 마음을 다잡는다.


<사진설명> 월요일마다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은혜받은 점을 나누는 학생들. (왼쪽부터) 장한웅, 최민서, 이병진 학생.



새가족 학생들이 복된 믿음의 가장 되길

지난날을 돌아보면, 어릴 때부터 교회는 다녔지만 아버지가 신앙생활을 반대하셔서 겨우 예배만 참석했고, 말씀을 읽거나 충성하는 게 어려웠다. 집과 교회 거리가 멀어 오가는 길이 힘들고, 예배드리고 집에 들어오면 아버지가 모질게 대하기도 하셨다. 그런 아버지에게 예수 믿는 사람으로서 인정받고 전도하려고 더 열심히 신앙생활 하고 공부도 했던 것 같다. 10대 시절 예수님을 내 구주로 만나 구원받을 믿음을 갖게 되고, 아버지의 간섭이나 거리가 멀어 교회 다니기 어렵던 환경 덕분에 하나님을 더 간절히 사모하게 된 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다 주님의 은혜였다.


우리 반 학생들의 부모님과 대화해 보면 그분들의 모든 관심은 자녀들을 향해 있다. 기도 제목을 여쭤보면 자녀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하시고, 자녀들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계신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다소 신앙생활에 느슨하고, 조금은 방황하고 있어도 부모님의 기도가 있기에 언젠가는 믿음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안정감이 있다.


하지만 혼자 신앙생활 하거나 이제 막 전도되어 온 학생들은 그 학생들을 위해 기도해 줄 사람이 없다. 그를 향한 중보기도가 큰 힘이 있음을 알기에 학생들을 담당한 내가 믿음의 양육자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학생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의 믿음이 자라면 “네 가정의 믿음의 가장은 너”라는 사실을 알려 주며 비신자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도록 당부한다.


성경 말씀을 같이 읽고 있는 학생 3명에게도 말씀이 들려지고, 예수님을 만나 자신의 영혼과 가족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해 믿음의 가정을 만들기를 소망한다. 또 그때까지 하나님께서 나를 복되게 사용해 주실 것을 기대한다. 이 모든 일을 하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김도희 기자


| 김예림 교사(고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807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