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코이노니아] 여대생들, 수양관 화장실 점령하다

등록날짜 [ 2010-08-25 07:30:37 ]

 집에서는 금지옥엽(金枝玉葉) 귀한 딸들
궂은 화장실 청소하며 기쁨과 책임감 커져



큰비와 폭염으로 고온다습하고 불쾌지수가 높은 환경에도 흰돌산수양관을 찾은 수천 명이 한 데 어울려 찬양하고, 말씀 들으며, 은혜 받는 것은 윤석전 목사의 영력 있는 설교와 더불어 성회를 섬기는 충성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도 매 성회마다 쾌적한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장화를 신고, 고무장갑을 끼고 나선 앳된 여대생들이 있어 만나보았다.

기쁨 넘치는 충성의 자리, 화장실 청소
흰돌산수양관 공중화장실은 모두 10개다. 말씀이 시작되기 전, 준비 찬양이 울려 퍼지면 각자 맡은 화장실로 달려가 장화를 신고 고무장갑을 낀다.

우선 하수구에 그득한 머리카락을 걷어내고, 휴지통을 비운다. 또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줍고 나서 화장실 바닥에 물을 뿌린 후 락스와 세제를 풀어 대걸레로 쓱쓱 닦는다. 이때 막힌 변기가 있으면 자매 중 화장실 청소 경력이 가장 많은 사람이 나와 어금니 악물고 변기 압축기를 손에 든다.

“사실 비위 상해요. 그래도 꾹 참고 뚫릴 때까지 해보자는 심정으로 압축기를 마구 눌러요. 그러다 어느 순간 ‘뻥’ 뚫리면 마음이 개운해지면서 기분까지 좋아져요.” (최선, 대학선교회 4부)

마지막으로 깨끗한 물로 화장실 변기와 바닥까지 씻어내고 나면 락스 냄새가 폴폴 나고 하얗게 반짝이는 화장실로 환골탈태한다. 이렇게 하루에 두세 번 아침저녁 찬양시간과 성회가 끝나는 늦은 밤 화장실 청소는 시작된다.

친구들 배낭여행 갈 때 우리는 흰돌산으로
매 성회마다 화장실 청소 담당은 성회 기간에 방학을 맞이한 대학생들이 맡는다.

다른 친구들은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거나,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해외로 배낭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이들이 성회마다 찾아와 궂은일을 자청하는 이유는 아르바이트와 배낭여행보다 성회 충성이 더 값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에 우리 교회 왔어요. 어릴 때부터 흰돌산수양관 성회에 왔었는데 그때마다 충성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성회 때가 되자 바로 충성했어요. 몸은 피곤하지만 하나님을 위해서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기뻐요.” (봉성경, 청년회 새가족부)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는 여대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 기쁨이다. 충성하면 기쁨이 넘친단다. 비록 대변 묻은 휴지를 볼 때 속이 뒤집어지고, 역한 냄새 때문에 휴지를 돌돌 말아 콧구멍에 틀어막고 충성할지라도 졸업할 때까지 이 충성은 계속될 거라고 말한다. 또 이들이 충성의 자리를 지키고 싶은 이유는 열심히 충성도 하고 말씀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장년부 성회부터 중.고등부 1차 성회 그리고 이번 2차 성회까지 3번째 충성이에요. 사실 올까 말까 고민도 했지만, 충성하면서 듣는 말씀은 더 집중이 잘되고 은혜로워요.” (정민지, 대학선교회 4부)

집에서는 공주, 수양관에서는 충성자
집에서도 집안일 잘하느냐고 묻자 다들 고개를 젓는다. 자기 방 청소도 엄마가 “하라”고 말해야 겨우 할 정도란다. 더구나 화장실 청소를 해봤느냐고 묻자 “한 번도 없다”고 대답한다.

“우리 집 청소도 잘 안 하면서 매일 수양관에 와서 충성하는 모습을 보고 엄마가 사랑 섞인 핀잔을 주기도 해요. 집에서는 동생들 불러서 시키곤 했거든요.” (정민지, 대학선교회 4부)

집에서는 하기 싫으면 엄마에게 미룰 수 있지만 수양관 충성은 자기가 배정받은 곳은 책임지고 해야 하기에 처음 해본 화장실 청소도 척척 해낸다. 자연스레 책임감이 길러지고 있는 것이다.

또 충성하면서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짜증나는 상황에서도 믿음으로 견디니 혈기가 많이 죽는단다. 이제는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성회 온 사람들이 화장실에 왔다가 더러운 모습을 보고 은혜 받는데 방해가 될까봐 그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충성하니 자연스레 주님처럼 섬기는 마음도 가지게 됐다.

대학생이 충성하기 가장 좋은 때
“스물 한 살 때부터 매번 충성하러 왔다가 대학 4학년이 되면서 졸업 준비와 시험을 핑계로 못 왔어요. 하지만 대학졸업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이제 직장 다니면 오기 어려울 것 같아서 충성하러왔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주일에 ‘하나님께 나를 기억시키라’는 말씀을 듣고 마지막 대학생으로서의 내 모습을 하나님께 좋게 기억시키고 싶었어요.” (유지영, 대학선교회 4부)

어떤 교수들은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내 가치가 달라진다고까지 말한다. 그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 시간을 알차게 보내라는 말이다.

충성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목요일, 화장실 청소 정예부대인 우리 여대생들은 그 어느때보다 한 주를 유익하게 보낸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하단다.

다른 친구들처럼 아르바이트를 하고, 영화도 보고, 여행 갔으면 하나님 앞에 자신의 한 주가 복되게 기억될 수 없었을 테니까.

“솔직히 배낭여행 가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충성은 하늘에 상급이 쌓이니까 이 충성이 더 값지다는 것을 느껴요. 배낭여행은 언제라도 갈 수 있지만 충성은 대학 시절이 아니면 마음껏 할 수 없으니까요. 대학 졸업할 때까지 기회가 되는 한 방학 때마다 충성하고 싶어요.” (박소영, 대학선교회 4부)

다음 주면 대부분 대학이 개강한다. 우리 화장실 청소 정예부대원들도 각자 학교로 돌아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학업에 매진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 마음속에는 다음 동계성회 때도 값진 충성의 자리를 지키리라는 굳은 결심이 서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0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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