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노니아] 젊은 가장들의 산뜻한 주방 나들이

등록날짜 [ 2011-09-13 15:34:28 ]

식기 충성 통해 신앙 공동체 안에서 영적 성장 이뤄
아버지 심정 깨달아 성숙한 신앙관 정립 ‘차곡차곡’

“예, 저희 주세요.” 주일 오후 월드비전센터 코이노니아홀(새신자 접견실) 한 켠에 푸근한 미소로 식판을 받아 설거지 충성하는 이들이 있다. “쩔그럭쩔그럭” 철 식판이 부딪히는 부엌에서 무슨 미감(美感)이 전해질까마는, 한여름 그것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푹푹 찌는 부엌은 아름다운 충성이 피어나는 곳이다.

새신자들이 사용한 식판을 씻고 뒷정리를 도맡아 하며, 주일마다 한 번씩 꾸준히 충성하는 이 시간이 감사하다는 38남전도회원들. 물 뿌리는 소리, 그릇이 달그락거리는 소리 하나에도 젊은 가장들의 감사가 묻어난다.

설거지와 회개의 공통점
남전도회 막내기관인 38남전도회는 올해 3월부터 새신자 식사 설거지 충성을 도맡아 하고 있다. 원래는 기관별로 2~3개월씩 돌아가며 하는 충성이었지만, 충성하면서 은혜도 많이 받고 기관이 활성화되다 보니 앞으로도 식기 충성을 도맡아 하자며 전 회원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주일 2부 예배를 마치면 후다닥 점심을 먹고 설거지 충성에 뛰어든 지도 어느새 7개월째다.


<사진설명> 제일 왼쪽이 38남전도회장 정준용 집사. 뒷줄 왼쪽부터 간현우, 최희준, 김부성, 이경우, 오세영, 앞줄 왼쪽부터 이영진, 김아룡, 오성신, 문철용

“설거지와 회개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세요?”
최근 ‘전 교인 니느웨 금식기도회’를 하면서 내 힘으로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는 오성신 형제는 식기 충성을 하며 받은 은혜를 나눈다.

“바로 안 씻으면 다음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식판 하나를 닦을 때마다 회개할 거리를 생각나게 해주세요. 닦으면서 회개하고, 또 닦으면서 회개하고…. 깨끗이 닦인 식판도 식판이지만, 설거지를 마치면 저 자신이 영적으로도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답니다.”(오성신)

충성의 상에 더해 얻은 갚진 깨달음은 하나님의 선물이 아닐까. 기쁨과 감사가 충만한 설거지를 마치고 뒷마무리까지 하니 어느새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나갔다. 힘겹게 식판 수백 개를 설거지한 것 치고는 회원들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충성에서  오는 영적 포만감이랄까.

주일마다 충성으로 흘리는 땀 때문에 옷을 두 벌씩 가지고 다니는 38남전도회원 중 오늘의 최고 수훈자(?)는 김부성 회원이다. 열심히 하다 보니 그만 등 쪽 옷이 찢어져 난감해하면서도 같이 충성하는 회원들과 “헐크 탄생”이라면서 껄껄 웃는다.

“15년간 우리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지만, 겉에서 빙빙 돌았던 거 같습니다. 소속감 없이 교회에 있었는데 남전도회 올라와서 회장님, 서기님이 연락도 많이 해주시고, 남전도회에 온 첫날부터 충성하면서 신앙 공동체 안에서 저 자신의 신앙이 많이 견고해진 듯합니다.”(김부성)

성숙한 신앙관 열려
38남전도회원들이 공감하는 것은, 충성으로 사용해주시는 것만도 감사한데 그 충성으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믿음이 성장하는 것이 더 큰 감사 제목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남전도회는 더 성숙한 신앙의 모습으로 하나님께서 빚어가시는 곳이다.

최희준 회원은 연세중앙교회에 와서 처음 예수를 만났다. 그래서 가족 중 홀로 신앙생활을 하면서 찾아오는 영적인 어려움에 때때로 답답하기도 했지만, 기도하고 충성하며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모습으로 점점 변해가는 지금이 참으로 행복하다.

“처음 충성할 때는 사람들이 알아주고 ‘수고한다’고 하는 칭찬이 듣기 좋아서 했습니다. 저의 의(義)가 드러나는 줄도 모르고….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요새는 그러한 제 모습을 발견해 하나님만 드러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충성 중입니다.”(최희준)

한창 설거지 충성으로 바쁜 사이, 아빠를 따라온 어린 자녀의 보모(?) 역할을 맡은 간현우 회원은  “아빠가 된 후 주님 심정, 아비 된 심정을 깨닫는다”고 고백한다. 오세영 성도 역시 남전도회에 올라오고 자녀를 키워보니, 아이들이 바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거울임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우리 아이를 혼낼 때마다 속으로 뜨끔할 때가 잦습니다. 혼나는 아이의 모습이 바로 제 모습인데…. 아무리 목사님이 애타게 설교 말씀을 전해도 불순종하는 제 모습과 그럼에도 사랑해주시는 아버지의 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깨달음이 들어서인지 요즘은 예배 때마다 메말랐던 눈물이 쏟아지고 계속 들었던 말씀도 새롭게 들려요.” (오세영)

문철용(전도부장) 회원도 이러한 아비 심정, 주님 심정을 깨달으니 충성하는 하루하루가 짧기만 하단다.
“나이를 먹을수록 전도나 충성할 기회도, 열정도 줄어들까 봐 다급함이 생겼어요. 또 최근 하계성회에서 늘어난 손목 인대를 치유받은 체험 때문에 전하지 않고는 못 견딜 만큼 전도에 불이 붙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유롭게 쓰시도록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뜨겁게 충성하려 합니다.”(문철용)

남전도회 자랑, 기관 자랑
청년회에서 남전도회로 올라오는 형제들은 대개 ‘남전도회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남전도회 생활을 시작한다.

김아룡 부회장도 “청년회에서는 직분자들이 신앙의 조언도 해주고 섬겨주었는데, 남전도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낯선 환경에 ‘내가 여기서 신앙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마저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어려움이 있을 때, 안수집사님이나 회장님같이 신앙의 경륜이 있는 선배들이 더 나은 길을 제시해주셨어요. 그리고 결혼 후 남전도회에 와서 더 성숙한 영적 눈이 열린 것 같습니다. 청년 때는 모르던 아비의 심정도 알고, 결혼 후 ‘가장으로서 받는 복이 이거구나!’ 하는 체험을 하니 청년회원들에게 ‘어서 결혼해서 남전도회에 올라오라’고 권면하기도 합니다.”(김아룡)

5년째 남전도회장 직분을 맡고 있는 정준용 회장도 남전도회 안에서 점점 영글어가며 충성과 신앙생활에 사모함이 넘치는 38남전도회원들을 만나서 도전도 받고 복이 넘친다고 고백한다.

“회장인 저는 직분에 매여 의무로 충성할 때가 더러 있는데, 우리 회원들은 진짜 사모해서 충성하거든요. 정말로 좋은 회원들과 함께 신앙생활 하면서 제가 깨달은 것도 많고 은혜도 많이 받습니다.”
힘든 충성 중에도 누구 하나 얼굴 찌푸리는 사람, 불평하는 사람 하나 없이 주의 일을 하는 모습은 정 회장의 말에 힘을 더한다.

주중에는 일터에서 고단하지만, 기도하고 은혜 받아 충성하며 하루하루 육신을 이겨나가는 젊은 가장들. 이길 때마다 성령이 붙들어 주시는 기쁨을 체험해 한 발씩 더 내딛는 38남전도회원들은 우리 교회의 든든한 기둥이다.

/오정현 기자 |  사진 봉경명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25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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