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나눔] 머나먼 타지에서 아들 목숨을 건져 주신 하나님

등록날짜 [ 2015-09-09 11:01:24 ]

오지 탐사 도중 강물에 휩쓸려 위험천만했으나
기도에 응답하신 주님의 은혜로 무사히 귀환해


권구애 집사(2교구, 49여전도회)


아들 태훈이는 고등학교 2학년, 18세 청소년이다. 학교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에 지원했다. 모 기업이 1년에 한 차례 진행하는 사업으로, 22박 23일간(7월 19일~8월 10일) 일정에 1인당 1800만 원 드는 비용 전액을 지원해 주어 오지를 탐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해마다 많은 청소년과 대학생이 탐사대에 들어가려고 이런저런 경력을 쌓고, 탈락하면 재도전하기도 한다. 그들에 비하면 태훈이의 경력은 그야말로 형편없었다. 아무래도 기도의 힘을 동원해야 할 듯했다.

내가 소속했던 교육국 중.고등부 교사 120여 명에게 합심기도를 부탁했다. 중보기도의 힘으로 2차 체력시험과 면접까지는 합격했다. 3차 리더십 테스트는 2박 3일간 합숙하며 치렀는데, 예상보다 높은 성적을 받았고, 팀원 전원 찬성으로 태훈이가 탐사대 리더가 되었다.

탐사대가 출발하기 전, 담임목사님께 꼭 기도받고 보내야만 할 것 같았다. 탐사대 측에서는 지난 15년간 인사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고 자신했지만,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워크숍 일정이 빠듯한 데다 단체 생활에서 태훈이만 따로 내보낼 수 없다며 보내 주지 않았다. 

“기도는 저희에게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담임목사님의 기도를 받지 않고는 탐사를 보낼 수 없습니다.”

단호한 내 태도에 놀랐는지, 탐사대 측에서 담임목사님께 기도받을 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 돌아보면 이 일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드디어 7월 19일,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태훈이는 키르기스스탄 알라차팀에 소속했다. 도착해서 호텔에 머물며 봉사와 문화체험을 하는 동안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산행하는 시점부터는 통신이 두절됐다.

나는 초등학교 은사께도 중보기도를 부탁드렸는데, 하루는 전화로 태훈이 안부를 물으셨다. “탐사 주변국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났는데 태훈이는 무사하냐?”그 말에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

마음이 착잡하고 불안해서 잠시도 견딜 수 없었다.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기도뿐이었다. 사랑하는 성도님들께 더 강한 중보기도를 부탁했다. 당시 우리 교회에서는 장년부 하계성회가 열리고 있었다.

남동생(권경윤 안수집사)이 충성하는 새가족남전도회에서 새신자 60여 분이 합숙하며 은혜를 충만히 받고 있었다. 주님께서 감동하셔서 그분들을 간식으로 섬기게 하셨는데, 감사하게도 담당목사님과 회원 100여 분이 태훈이를 위해 합심기도를 해 주셨다. 그 기도가 뜻밖의 사건을 위한 중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7월 31일, 탐사대장은 여느 대원보다 월등히 체력이 좋은 태훈이를 선봉에 세웠다. 그날따라 컨디션이 매우 좋았던 태훈이와 뒤에 따라오던 대원과는 40여 분가량 거리 차이가 났다.

태훈이는 도착 지점을 바라보는 순간, 우회하는 것보다 직진해서 강을 건너면 빨리 도착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음 한편에서 먼저 도착하고 싶은 자만심과 도착해서 대원들을 챙기고 싶은 배려심이 교차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하 20~30도를 오가는 강의 물살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세찼다. 강 중간지점에 들어가니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면서 숨을 쉬기 어려웠고, 몸을 가눌 수조차 없었다.

헤엄쳐서 강을 벗어날 수도, 그렇다고 되돌아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놓였다. 강 한가운데서 중심을 잡으려고 스틱을 꺼내려는 순간, 태훈이의 온몸이 강물에 휘감겨 중심을 잃었다. 바위를 붙잡으려고 발버둥 쳤지만 허사였다. 40kg 넘는 배낭을 등에서 벗겨 내려고 몸부림쳤지만 실패했다. 두려움에 떨다 저체온과 호흡 곤란으로 그만 의식을 잃고 말았다.

몇 분이 지났을까. 정신이 번쩍 들어 눈을 떠 보니 강 중앙에 있는 돌섬 부리에 배낭끈이 걸려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고 지탱하고 있었다. 전적인 주님의 은혜였다. 3~4km 정도 떠내려왔을 것으로 짐작됐다.

오직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추위와 두려움을 이겨 내고 있을 때 저 멀리 뒤따라오던 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름을 수백 번 불렀지만, 거센 강물에 태훈이의 목소리는 까마득히 묻혔다. 대원 두 명이 그냥 지나가 버렸다.

세 번째 대원이 지나갈 때 태훈이는 기지를 발휘해 눈에 잘 띄는 붉은색 옷을 배낭에서 겨우 꺼내 흔들었다. 옷을 흔드느라 몸과 가방무게에 돌들이 무너져 내려 또다시 떠내려갈 뻔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전달되지 않았지만, 대원이 붉은 옷을 보고 태훈이가 있는 쪽으로 와 주었다. 얼굴, 손, 다리는 돌부리에 긁히고 찢긴 상처로 얼룩졌지만, 결국 태훈이는 주님의 전적인 은혜로 구조되었다.

담임목사님과 사랑하는 지체들의 애끓는 중보기도로 주님께서 아들을 오지에서 살려 보내 주셨다. 담임목사님께서 태훈이에게 안수기도 해 주신 후 내게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태훈이에게 무리에서 이탈하지 말라고 꼭 전해 주세요.”

그 때 내심 목사님의 당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아들에게 간단히 전했다. ‘낯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탈하겠어?’라는 생각에서였다. 기도하시는 주의 종이 그런 위험천만한 상황을 당할 줄 미리 알고 하신 말씀임을 깨닫고 화들짝 놀랐다. 주의 종의 말을 깊이 새겨듣지 않은 점을 눈물로 회개했다.

태훈이는 여전히 믿음이 연약하지만 앞으로 주님께서 만지시고 간섭하시고 다듬으셔서 값지게 쓰시리라 믿는다.

주님 심정으로 기도해 주신 담임목사님과 가족 같은 마음으로 기도해 준 사랑하는 성도들의 중보기도의 힘을 다시 한 번 체감하고 감사하며 모든 영광을 주님께 올려 드린다.

정리 한기자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450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