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빈 필’보다 ‘연세오케스트라’가 빛나는 이유

등록날짜 [ 2019-01-22 02:38:47 ]

여성단원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강도 높은 연습량과 연주 스케줄 등
강한 체력 뒷받침 돼야 한다” 때문
                   VS
연습량과 연주 스케줄 결코 못지않고
급료 없이 오직 감사로 충성하지만
천국 상급 등 보상은 비교도 안 돼


해마다 새해가 돌아오면 사람들은 지난해의 아쉬움을 털어버리고 복 받는 새해를 시작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실상 우리의 삶은 ‘영혼의 때’라는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 같은 직선운동이니 ‘새해’는 없다. 사람들의 문화(文化)는 인생이라는 끝이 정해진 ‘직선운동’을 끝없이 반복할 것 같은 ‘회전운동’으로 보이려는 장치를 가진다. 반복되는 절기를 만들어 축제를 벌이고, 해가 바뀔 때마다 이를 ‘새해’라고 부르면서 누구에게나 정해진 ‘죽음’ 법칙을 잊어보려 한다. 예수 믿는 이들처럼 진정한 영생의 소망이 없으면 “주님 다시 뵈올 날이 날로 날로 다가와”라는 찬송이 기쁨이 될 수 없을 터이니, “해피 뉴이어(Happy New Year)”라고 외치면서 기분전환이라도 필요할 것이다.


빈 필 단원이 대부분 남자인 까닭

유럽 상류층은 정월 초하루에 ‘신년음악회’를 열고 우리로 치면 설빔 같은 멋진 옷을 예의 바르게 입고 참석한다. 신년음악회의 최고봉은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의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다. 참고로 관현악단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오케스트라(orchestra)’라는 명칭 그대로 쓰기도 하지만, ‘사랑하다’의 헬라어 어원인 ‘phil’과 ‘화음’이란 뜻의 ‘harmonic’을 합성한 ‘Philharmonic(필하모닉)’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 ‘조화’를 뜻하는 어원인 ‘sym’과 ‘소리’를 뜻하는 ‘phony’를 합해 ‘Symphony’(심포니)라는 이름을 쓰기도 한다.


‘빈 필’의 신년음악회는 왈츠의 도시답게 경쾌하고 발랄한 곡들로 레퍼토리를 짠다. 특히 관객들이 함께 박수하며 연주에 참여하는 ‘라데츠키 행진곡’에 퍼포먼스를 잘 연출해서 희망 넘치는 신년 이미지를 그려낸다. 주목할 점은 빈 필 단원 대부분이 남자라는 것이다. 1990년대까지는 전원 남자였다. 오랜 시간 강도 높은 연습과 연주 스케줄을 수행하고 장거리 연주 여행을 소화하려면 강력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라고 전해진다.


필자가 빈 국립오페라 극장인 ‘슈타츠오퍼(Staatsoper)’에서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오페라 ‘박쥐’ 공연을 봤을 때도 빈 필은 세 시간 넘게 연주했다. 연주 전에 하는 당일 연습만 5시간가량 되는 것 같았고 연주가 없는 날에도 그렇게 강도 높은 연습을 하므로 연주력과 체력이 뒷받침되는 단원을 선별하다 보니 남자만 뽑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설명> 아르헨티나 출신의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한 2014년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모습. (QR코드 영상 2시간 26분경부터) 신년음악회 고정 앙코르인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하는 동안 지휘대를 떠나 100명 가까운 전 단원과 악수하는 익살스러운 연출로 화제를 모았다. 2009년에는 손뼉 치려는 청중을 제지하고 ‘오케스트라 연주인데 왜 박수를 치느냐?’는 듯한 제스처도 취했지만, 돌연 천연덕스럽게 박수를 유도하며 음악회의 대미를 유쾌하게 장식했다.


빈 필 못지않은 연세오케스트라
우리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를 보면서 종종 빈 필을 떠올려본다. 체력과 열심으로 치자면 우리 교회 남녀 단원들은 빈 필에 뒤지지 않는다. 매주 연주를 최소 3~4번 하고, 연습은 주일 저녁까지 포함해 4~5회 한다. 연주로 충성하는 예배는 온전히 드려야 하기에 예배 시간까지 포함하면 오케스트라로서 앉아 있는 시간은 빈 필을 능가할 것이다. 빈 필이 신년음악회를 연다면, 우리 오케스트라는 신년예배에서 연주하고 그 전 송년예배에서도 연주한다. 성탄절과 부활절 같은 해마다 열리는 절기행사는 물론이고 설날과 추석 당일, 국가조찬기도회, 헌당예배, 새신자초청음악회 같은 데서도 많은 장비를 직접 운반하며 연주한다. 빈 필 단원은 노후 생활이 보장될 만큼 급료를 받지만, 우리 단원들은 오직 감사로 충성한다. 소정의 수고료를 지급하는 교회도 있지만 우리 단원들은 주님께 받은 은혜에 감사해서 연주자로 써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며 하나님을 찬양한다. 누가 알아주는 대신 후욕(詬辱)을 입기도 하고, 출산휴가는커녕 출산하고 한 달도 못 되어 애들을 데리고 와서 연습에 함께하고 본 연주에 선다. 그러나 우리 교회 오케스트라가 실제로 받는 보상은 빈 필 단원과 비교가 안 된다. 천국에 30배, 60배, 100배 그 이상의 상급을 쌓고, 예배 때마다 뿔과 굽이 있는 황소, 곧 가장 값비싼 예물을 드린 것보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예물의 상을 쌓는다. 또 이생에서도 찬양하는 자의 복을 말씀대로 수배나 받는다. 죽도록 충성하라는 성령의 감동과 마음의 소원이 있다면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의 문을 두드리기를 바란다. 빈 필 단원보다 더 많은 충성의 스케줄은 주님 주신 힘으로 능히 감당할 수 있다. 또 그들과 비교할 수 없는 큰 상급을 쌓을 기회가 수없이 있다. 드럼이나 타악기를 다룰 줄 아는 성도나 건반악기 전공자 혹은 이에 준하는 성도, 그 외 악기전공자들의 강렬한 소원과 성령께 감동된 결단을 기대한다.



/박성진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상임단장
미래에셋대우 상무



위 글은 교회신문 <60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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