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바흐 칸타타 25번 <제 살은 성한 곳 없고>

등록날짜 [ 2020-03-28 10:58:41 ]

“모든 세상이 병원이다, 아이들조차

심한 고통으로 요람에 누워있다…

병균들이 사지에 퍼진다…누가 나의

치유자이고 누가 나를 회복시킬까?”

나병으로 고통받는 심정을 표현


성경엔 온역(전염병) 언급 구절 많아

환난을 계기 삼아 내 신앙을 재점검


1723년 5월 5일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는 독일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의 ‘칸토르(Kantor)’로 임명받았다. 칸토르는 직책 이름으로만 보면 교회 부속학교의 음악교사지만 실제로는 음악교육뿐만 아니라 교회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는 라이프치히 도시 교회음악의 총책임자였다. 상당히 존경받는 직책 중 하나인 만큼 바흐는 일주일에 칸타타를 한 곡씩 쓸 만큼 엄청난 업무량을 소화해 냈다. 수많은 칸타타 중에서도 1724년 <요한 수난곡>(BWV 245)과 1727년 <마태 수난곡>(BWV 244)이라는 경이로운 두 걸작을 쓰면서 정점을 찍는다.


당시 작곡된 칸타타 중 한 곡이 1723년 8월 29일 연주된 <제 살은 성한 곳 없고>(BWV 25)다. <제 살은 성한 곳 없고>는 갈라디아서 5장 16~24절 말씀 중 ‘육체의 일’과 ‘영의 열매’에 대한 바울의 가르침을 담았고, 누가복음 17장 11~19절에 등장하는 나병환자 내용도 나온다. 곡 중 테너의 내레이션 중 문둥병으로 고통받는 심정을 말하고 있다.


“모든 세상이 병원이다. 아이들조차 심한 고통으로 요람에 누워 있다. 사람은 죄의 병균을 모든 사람에게 전염시킨다. 아! 이 병균들이 사지에 퍼진다. 불쌍한 나는 어디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누가 고통에 있는 나를 도울 수 있을까. 누가 나의 치유자고, 누가 나를 회복시킬까.”


시대마다 음악 소재가 된 질병들

역사적으로 보면, 인류를 위협하던 질병은 음악 장르의 소재가 되곤 했다. 바흐가 칸토르로 재직하던 당시에는 14세기부터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페스트)이 이어지고 있었다. 바흐 시절의 중세 사람들이 흑사병을 무서워했다면, 19세기 음악에 자주 등장하는 병은 결핵이다. 푸치니의 가극 ‘라보엠’의 여주인공 ‘미미’를 비롯해 몇 년 전 영화로 제작된 ‘레미제라블’의 ‘판틴’도 결핵으로 목숨을 잃는다.


문학과 미술에서도 결핵을 다룬 수많은 작품이 쏟아졌을 만큼 당시 결핵은 많은 이가 걸리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병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결핵에 걸린 창백한 피부와 붉은 각혈은 낭만적으로 보였는지 당시 여성들은 창백한 얼굴을 미의 대명사로 여기면서 일부러 결핵 환자와 함께 지내 감염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시대는 또 흘러 에이즈(AIDS)가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난 후 1996년에 나온 브로드웨이 뮤지컬 ‘렌트(Rent)’에서 에이즈로 죽어가는 여성 미미는 오페라 ‘라보엠’에서 결핵으로 죽은 여성 미미에 대한 ‘오마주’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전염병 사태 계기 삼아 내 신앙 점검

바흐 시대에 흑사병,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시대에 결핵이 유행했다면, 요즘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전염병은 ‘코로나19’다. 성경에서는 전염병을 언급하는 구절이 많다.


“이에 여호와께서 그 아침부터 정하신 때까지 온역을 이스라엘에게 내리시니 단부터 브엘세바까지 백성의 죽은 자가 칠만인이라”(삼하24:15).


“다윗이 오르난에게 이르되 이 타작하는 곳을 내게 붙이라 너는 상당한 값으로 붙이라 내가 여호와를 위하여 여기 한 단을 쌓으리니 그리하면 온역이 백성 중에서 그치리라”(대상21:22).


“만일 재앙이나 난리나 견책이나 온역이나 기근이 우리에게 임하면 주의 이름이 이 전에 있으니 우리가 이 전 앞과 주의 앞에 서서 이 환난 가운데서 주께 부르짖은즉 들으시고 구원하시리라 하였나이다”(대하20:9).


사무엘하 24장 15절에 하나님이 온역(전염병)을 보낸다고 하시니 무서운 일이다. 하나님의 진노 앞에 다윗 왕은 “내가 큰 죄를 범하였나이다 간구하옵나니 종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삼하24:10)라며 즉각 회개한다. 코로나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회개가 아닐까. 내가 하나님 앞에 얼마나 잘못했는지, 하나님 앞에 얼마나 방탕하였는지 말이다.


마스크를 쓰고 기도할 때 정말 눈물을 흘리며 주님께 간구한다. 최근의 환란을 계기 삼아 내 신앙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가정에서 예배드리면서도 우리 가정이 주님을 모시는 경건한 성전으로 제대로 세워지기를 소망한다.


※ BWV: 볼프강 슈미더가 붙인 바흐의 작품 목록 번호, Bach Werke Verzeichnis



/이현주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 석사 졸
現) 모스틀리 필하모닉 부수석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위 글은 교회신문 <66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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