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믿음을 고백한 첫 작품 <시편 교향곡(Symphony of Psalms)>

등록날짜 [ 2020-05-30 10:48:33 ]

“시편 가사로 만든 교향곡 아닌

교향곡으로 만든 시편 노래”

1악장, 신을 향한 절망의 울부짖음

2악장, 인내를 권고하며

3악장, 환희의 찬가 절묘하게 담아내


러시아 출신의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 사진)는 프랑스에서 현대음악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전쟁 탓에 고국으로 가는 길은 봉쇄됐고,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자 귀국을 포기했다. 1918년 스트라빈스키가 쓰고 있던 ‘4곡의 러시아 민요’에는 “눈보라로 인해 왕국으로 돌아갈 길은 모두 막혀 버렸네. 아버지에게 가는 길도 막혔다네”라며 망명객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았다.


전시(戰時) 중이라 스트라빈스키의 음악 세계에도 변화가 일었다. 세계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던 상황이라 대규모 관현악이나 합창곡은 연주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소규모 실내악 중심으로 작품을 써 나갔다.


보스턴 심포니 50주년 기념작품

1906년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 정교회의 독실한 신자인 에카테리나를 아내로 맞았다. 부인이 결핵에 걸리자 정성껏 돌보다 자신도 믿음을 가졌고, 1925년 손가락에 생긴 종기를 기적같이 치유받자 스트라빈스키의 믿음이 급성장했다. 스트라빈스키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창단 50주년을 기념하는 신작을 위촉받은 것은 이 무렵이었다.


1930년 8월 15일 완성한 <시편 교향곡(Symphony of Psalms)>은 스트라빈스키가 믿음을 고백한 첫 작품이다. 당시 보스턴 심포니 지휘자 세르게이 쿠세비츠키(1874~1951)에게 작품을 위임받은 스트라빈스키는 구약성서 시편에서 가사를 고른 뒤 합창이 있는 교향곡을 쓰기로 했다. <시편 교향곡>은 세 악장인데 모두 다윗 시편(39편, 40편, 150편)에서 발췌해 작곡했다.


스트라빈스키는 교향곡을 만들면서 신앙고백을 했다. 교향곡 작품 표지에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이 교향곡을 작곡했다”고 기록했다. 또 스트라빈스키는 <시편 교향곡>을 소개하면서 “시편 가사로 만든 교향곡이 아니라 교향곡으로 만든 시편 노래”라고 말했다.


3악장으로 구성…시편 39·40·150편에서 발췌

시편 교향곡의 세 악장에는 모두 시편 가사가 붙여졌다. 제1악장은 시편 39편 12~13절에서 발췌했다. “여호와여 나의 기도를 들으시며 나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소서 내가 눈물 흘릴 때에 잠잠하지 마옵소서 대저 나는 주께 객이 되고 거류자가 됨이 나의 모든 열조 같으니이다 주는 나를 용서하사 내가 떠나 없어지기 전에 나의 건강을 회복시키소서.”


제2악장은 시편 40편 1~4절이다. “내가 여호와를 기다리고 기다렸더니 귀를 기울이사 나의 부르짖음을 들으셨도다 나를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서 끌어 올리시고 내 발을 반석 위에 두사 내 걸음을 견고케 하셨도다 새 노래 곧 우리 하나님께 올릴 찬송을 내 입에 두셨으니 많은 사람이 보고 두려워하여 여호와를 의지하리로다 여호와를 의지하고 교만한 자와 거짓에 치우치는 자를 돌아보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제3악장은 시편 150편이다. “할렐루야 그 성소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며 그 권능의 궁창에서 그를 찬양할찌어다 그의 능하신 행동을 인하여 찬양하며 그의 지극히 광대하심을 좇아 찬양할찌어다 나팔 소리로 찬양하며 비파와 수금으로 찬양할찌어다 소고 치며 춤추어 찬양하며 현악과 퉁소로 찬양할찌어다 큰 소리 나는 제금으로 찬양하며 높은 소리 나는 제금으로 찬양할찌어다 호흡이 있는 자마다 여호와를 찬양할찌어다 할렐루야.”


1악장은 신을 향한 절망의 울부짖음이며, 2악장은 인내를 권고하며, 마지막 3악장은 시편 150편에 기록된 환희의 찬가를 절묘하게 담아냈다. 작곡가는 마지막 찬가에 대해서는 “하늘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여겨야 한다”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스트라빈스키는 마지막 3악장 알레그로 대목을 “엘리야의 마차가 천국으로 올라가는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서 썼다고 밝혔다.


혼성 4부 합창 외에도 작품의 악기 편성을 보면 플루트 5대와 오보에·트럼펫·호른 각각 4대로 구성한 4관 편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피아노 두 대가 추가된 반면, 바이올린과 비올라, 클라리넷이 빠진 점은 독특하다.



/이현주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 석사 졸
現) 모스틀리 필하모닉 부수석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위 글은 교회신문 <67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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