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찬송가 470장 '내 평생에 가는 길'

등록날짜 [ 2021-02-09 17:59:55 ]

아들딸 다섯을 연이어 잃고도
주님 주신 평안에 위로받아 작사
감당할 수 없는 고난과 역경에도
예수로 구원받은 자는 기뻐할 수 있어

 
찬송가 470장 ‘내 평생에 가는 길’을 작사한 호레이쇼 스패포드(사진, Horatio Spafford, 1828~1888)는 뉴욕의 돈 많은 변호사였다. ‘무디 전도단’을 후원하여 무디 목사가 전 세계에 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일을 도왔고, 교회 집사로서도 열심히 주를 섬겼다.


그러나 4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설상가상 불행을 연거푸 맞닥뜨렸다. 열병에 걸린 4세 아들이 고열에 시달리다 하늘나라에 먼저 가 버렸고. 이듬해인 1871년에 이재민 10만 명을 낸 시카고 대화재가 발생했는데, 당시 그가 미시간 호반에 짓고 있던 별장이 불타 건축에 투자한 재산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연이어 겪은 스패포드는 몸과 마음을 추스르려고 유럽여행을 계획했고, 마침 영국에서 무디 목사가 인도하는 집회가 열려 참가하려고 했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 스패포드는 처리해야 할 업무가 갑자기 생겨 아내와 어린 네 딸을 먼저 승선시켜야 했다. 대서양을 횡단하는 여객선 ‘빌르 드 아브르(Ville du Havre)’는 출항한 지 일주일만인 1873년 11월 22일 새벽 2시에 영국 범선 ‘로크 언’과 정면 충돌했다. 충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는 가라앉았고 아내를 제외하고 11세, 9세, 5세, 2세인 그의 딸들은 모두 물속에 잠기고 말았다.


한순간에 사랑하는 자녀들을 잃어버린 스태포드는 정신이 까마득해지려는 것을 참으며 구조된 아내를 만나려고 영국으로 향했다. 그가 탄 배가 대서양 한가운데를 지날 때 선장은 이곳이 바로 비극의 사고 지점이라고 알려 주었다. 스패포드는 바닷속을 들여다보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에게 출렁이는 바닷물이 얼마나 차가웠을까. 그는 북받치는 울부짖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의 절규는 밤새도록 그칠 줄 몰랐다. 동트는 햇살이 선실 창가로 쏟아질 즈음 그에게 주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너는 달려가서 저를 맞아 이르기를 너는 평안하냐 네 남편이 평안하냐 아이가 평안하냐 하라 하였더니 여인이 대답하되 평안하다 하고”(왕하4:26).


스패포드에게 ‘평안’이라는 낱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물속에 잠긴 딸들을 생각하며 몸부림치던 그에게 평강의 왕께서 찾아오신 것이다. 그는 작은 소리로 하나님이 주신 평안을 읊조렸다. 그리고 펜을 들어 자신의 마음을 써 내려갔다.
 
1. 내 평생에 가는 길 순탄하여
늘 잔잔한 강 같든지
큰 풍파로 무섭고 어렵든지
나의 영혼은 늘 편하다
(후렴) 내 영혼 평안해
내 영혼 내 영혼 평안해
 
2. 저 마귀는 우리를 삼키려고
입 벌리고 달려와도
주 예수는 우리의 대장 되니
끝내 싸워서 이기리라
 
3. 내 지은 죄 주홍빛 같더라도
주 예수께 다 아뢰면
그 십자가 피로써 다 씻으사
흰 눈보다 더 정하리라
 
4. 저 공중에 구름이 일어나며
큰 나팔이 울릴 때에
주 오셔서 세상을 심판해도
나의 영혼은 겁 없으리

 
아들과 네 딸을 잇달아 잃은 슬픔에도 스패포드는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을 경험했다. 바울이 “우리는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한다”(고후6:10)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여객선 참사 후 스패포드는 세 자녀를 다시 얻었고 삶의 방향도 완전히 바뀌었다. 예루살렘에 가서 그곳의 고아와 가난한 사람을 모아 같이 살면서 사랑을 실천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온 세계가 뒤숭숭하다 하지만 예수 믿는 우리에게는 주님께서 안식과 평온함을 항상 주신다. 입술에서도 찬양이 흘러나온다. 주님을 찬양하며 교제하도록 지음을 받았기 때문이다. 마음에 무언가 비어 있다고 느껴진다면, 예전 같지 않아 무슨 일에도 만족하지 못하다면 내 입술에서 찬양이 그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면 어떨까.
 
 
 
 

위 글은 교회신문 <68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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